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200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한국 축구팀이 예상 외로 자꾸 이겨주는 바람에 산행 일정을 일주일 연기했었는데, 4강까지 진출하여 월요일이 임시휴일이 되는 바람에 토요일 한국팀의 4강전 준결승을 보고 출발하기로 했다. 아깝게도 터키와의 4강전에서 초반의 어이없는 실수로 월드컵 역사상, 아니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인 12초만에 골을 먹어가며 패배하는 아쉬움을 품은 채... 일기예보로 보아서는 비가 올지도 몰라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닥쳐오면 적어도 3주 이상은 쉬어야 할 테니까 그냥 강행을 하기로 했다. 김천역 대합실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졸다가 5시경에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광장의 일기예보판은 '비올 확률 40%'라고 알리고 있다. 역 광장 왼쪽의 육교로 올라가 철길을 건너서 역의 뒤쪽으로 가니 오른쪽으로 농협이 보이고 농협 건너편이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좌석버스를 타고 대덕으로 가서 남원에서 올라온 삼봉 씨와 만나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사 먹고는, 버스매표소를 겸한 대덕정류소수퍼 여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소나타 승용차로 덕산재까지 올라갔다.
2) 덕산재 주유소 건물 왼쪽으로 오솔길을 올라간다. 덕산재가 해발 640m이니까 833봉까지는 2백여미터를 올라가야 한다. 30여분간을 헉헉거리며 올라가는데 이름모를 덤불과 싸리나무, 철쭉나무 가지들이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온몸에 뿌려주고 있다. 어디가 833 봉우리인지도 모르고 어느덧 내리막길로 들어서니 넓은 개활지가 나오는데 커다란 돌덩이가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광산 보다는 채석장의 흔적인 듯 싶다. 왼쪽으로는 임도의 흔적도 보이고 조립식 문짝도 보인다. 활짝 핀 싸리꽃은 마치 꿀냄새를 내뿜는 것 같다. 안개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벌들의 도전이 상당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따금씩 보여지는 진한 주황색의 나리꽃은 수줍은 새색시인양 고개를 푹 숙이고 인사하듯이 서 있다.
3) 오르내리막을 몇번인가 반복하다 보니 853봉이다. 정상부 조금 못미처 삼각점이 있고 헬기장은 잡초가 무성하게 뒤덮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적만 남아있다. 참외를 한 개씩 깎아먹고(여러분! 산에다 참외껍질 두고 오지 맙시다) 다시 잡목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조그만 헬기장을 지나니 금방 부항령에 다다른다. 나무가지에는 목원대학교 표언복 선생이 걸어놓은 예의 A4 크기 이름표와 그보다 4분의 1 정도 크기의 이름표가 "부항령"이라 써서 달려있는데, 너비가 20여 미터쯤 되는 공터에는 자그마한 텐트 하나가 쳐 있고 젊은 남녀 한쌍이 점심 준비를 하고 있다. 백두대간 구간종주 산행을 해오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이렇게 주요 포스트에 이름표가 없어서 모른 채 지나가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이름표를 달아놓은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공터에서 동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포장도로로 내려가면 만나는 부항령의 샘물은 그다지 수량이 많지 않고 부유물질이 많아서 직접 마시기에는 적당치 않고 밥이나 라면 끓이는 데에나 쓰일 정도이다.  
4) 가파른 오르막을 30여분 오르니 번듯한 비석("서위상"이라는 이름)이 서 있는 무덤이 나타나고 조금 더 가서 참나무 사이에 무덤의 흔적이 있는 970봉에 다다른다. 지도에는 이 부근이 암릉 구간에 전망이 좋은 곳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은 오로지 짙은 안개 속에 갇혀서 10여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급히 돌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30여분, 헬기장이 나타난다.(1030봉) 북서쪽으로 돌아서 지루하게 오르내림을 계속한 뒤, 주변이 탁 트이고 풀과 관목으로 둘러싸인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 1170봉은 어딘지 모르고 지난 채, 조금 더 가니 넓은 개활지가 몇 개 나타나고 헬기장을 지나 넓은 임도를 1백 미터 정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오솔길을 들어서서는 또다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가 발목에 힘이 빠지려는 참에 반갑게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에서처럼 검정색 칠을 한 나무기둥에 좌우 방향 표시가 있고 <해인산장>의 간판도 옆에 나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5) 드디어 삼도봉이다. 코앞도 안 보이게 짙은 안개 때문에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나오기나 할는지 의심스럽지만 "삼도 화합의 탑" 앞에서 얼른 증명사진을 찍고 걸음을 재촉한다. 오랜만에 보는 통나무 계단으로 된 긴 내리막길을 내려서 삼막골재 안부에 도달했다. 여기에도 이정표와 <해인산장> 간판이 역시 있다. 이정표가 서 있는 사거리에서는 야영 장소인 헬기장이 보이지 않지만 물한리쪽(이정표에는 황룡사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몇 발자국 들어가면 헬기장이 보이고(작은 돌과 잡초가 많고 약간 경사가 있음) 또 대간 방향으로 20여 미터 가도 헬기장이 있다.(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고 경사 없이 평탄함) 물은 황룡사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깨끗한 개울물이 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한 선생이 우직스럽게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짊어지고 온 불고기에 소주로 저녁을 때웠다. 흙투성이 바지는 벗고 팬티 바람에 침낭 속에 들어가니 5분도 안돼서 부릉거리는 찝차 소리와 함께 절로 잠이 들었다.
6) 5시에 맞춰놓은 시계 알람소리에 잠은 깼지만 정말 일어나기가 싫다. 조금만 더! 하다가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어제 저녁에 남은 밥에 즉석국과 카레로 아침을 먹고 텐트 플라이 위에 잔뜩 맺힌 이슬을 수건으로 닦아내고는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날씨는 어제와 같이 짙은 안개 구름으로 휩싸여 있다. 1분도 안 되어 온몸은 흠뻑 젖고 설상가상으로 우거진 초목은 영화에서 보았던 열대우림의 정글지대를 능가하는 것 같다. 위에서는 나무가지가 배낭을 잡아당기고 눈높이 밑으로는 덩굴이 얽혀 몸을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서며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한다. 빼곡한 잎들은 발밑의 땅이 보이지 않게 하여 길이 평탄한지 구덩이나 바위라도 있는지, 아니면 절벽을 지나가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짐작으로 그냥 내디디는 발걸음은 자꾸만 뒤뚱거리고 빗물인지 이슬인지, 나뭇잎 풀잎에서 뿌려대는 물방울과 땀이 범벅되어 눈을 따갑게 한다.
7) 삼각점이 있는 1123봉을 지나 밀림지대를 2시간을 넘게 오르내린 끝에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1175봉에 다다른다. 이곳은 좌우와 뒷쪽으로 툭 터진 공간에 정면으로는 키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보기좋게 있고 작은 바위들이 20여명은 엉덩이를 걸칠 만하게 삐죽삐죽 널려있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크게 틀면서 갑자기 길이 없어졌나 싶었는데 수직으로 까마득하게 내려간 암벽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길게 늘여보아도 발받침이 될 만한 곳에 닿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엉덩이를 깔고 벌벌거리며 간신히 내려섰다. 지리산 서북능선의 고리봉 이후 위험지대를 몇 군데 지나왔지만, 손에 잡을 만한 나무가 버티고 있거나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서 별 위험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곳은 나무도 밧줄도 없어서 정말로 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독지가가 나서서 밧줄이라도 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8) 한참 내려온 만큼 다시 급한 오르막을 올라서니 화주봉이다. 작은 공터에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하늘에는 온통 하루살이가 뒤덮고 있다. 비교적 완만하기는 해도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오랫동안의 오르내림을 하는 동안에 잘 정비된 헬기장을 지나서 814봉은 알지못한 채 지나고 송전철탑이 보이더니 이번 산행구간의 종착지인 우두령의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우두령은 버스노선은 없고 고개마루 바로 오른쪽(김천 방면)에 매일유업의 목장이 있는 것을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거나 김천 쪽의 지례면 또는 영동군 쪽의 임산리에서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양쪽 모두 거리가 수월찮게 멀어서 상당한 금액(임산에서는 15,000원)이 될 것 같다.

≪기록≫  
6월 30일(일) 영등포 역 출발(00:39) → 김천역 도착(03:33) 출발(06:10) → 대덕면 도착(06:45)
식당에서 아침식사 → 덕산재 도착(07:50) 산행 시작  
덕산재(08:00) → 폐광터(08:32) → 853봉(09:43) → 부항령(10:45) 점심식사 후 출발(12:30) → 970봉(13:20) → 1030봉 헬기장(13:51/14:30) → 삼도봉 전 사거리 안부(17:42) →삼도봉(17:58) → 삼막골재 안부(18:25)  숙박
7월 1일(월) 삼막골재 출발(08:05) → 1123봉(08:37) → 1175봉(11:05) → 화주봉(12:06) → 헬기장(12:55) → 우두령(13:50) → 지례면 → 김천 → 서울행 기차
산행거리 24.1km/백두대간 구간 24.1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163.9Km)
≪정보≫
ㅇ 영등포-김천(기차) \12,700    김천-대덕면(좌석버스) \1,150    아침식사 \4,000      
    대덕-덕산재(자가용) \2,700   지례-김천(좌석버스)  \1,000     김천-영등포(기차)  \12,700
    맥주 기타 \10,000     계(1인당) \44,250
ㅇ 덕산재는 김천과 무주 사이를 다니는 시외버스가 하루 4번 다니는데(대한교통 : 055-743-9000)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덕에서 택시를 타거나 자가용(불법영업) 차를 이용해서 올라가야 한다.
(요금은 모두 8천원)
ㅇ 우두령은 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는 게 제일 좋은데 동쪽(김천 방향)으로 가면 지례-김천 버스가 많이 다니고, 서쪽(영동군 방향)으로 가면 흥덕 또는 임산에서 영동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택시는 영동 쪽의 임산이나 김천 쪽의 지례에서 불러와야 하는데 거리가 비슷하다.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부항령 서쪽밑 정자 옆, 삼막골재 동쪽밑 개울.
ㅇ 구간 전체가 가시덤불과 잡목이 우거져서 긴바지와 긴소매 셔츠가 필수임.
ㅇ 1175봉에서 암벽을 내려가는 곳은 겨울이 아니라도 보조자일이 있는 것이 좋겠고 아니면 매우 조심해야할 것임.
ㅇ 부항령 밑 정자 옆에는 라면과 묵 종류를 파는 사람이 있음.(겨울에도 있을지는 불확실)
ㅇ 우두령에서 김천 쪽으로 내려오면 김천시 지례면이 되는데 이곳은 토종흑돼지 고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마을 크기에 비해서 식당과 정육점이 엄청나게 많다.(동네사람 추천집:삼거리식당,흑돼지농장가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은 . . moveon 2003.05.23 4360
42 낙남의산(여항산,서북산) 낙남의산 2003.05.18 1839
41 낙남의산(서북산,인성산) 낙남의산 2003.05.18 1608
40 낙남의산(공려산,대산) 낙남의산 2003.05.18 1638
39 낙남의산(무학산,대곡산) 낙남의산 2003.05.18 1606
38 사월 십삼일의 황매산! 1 이 영진 2003.05.06 1731
37 德裕의 품에 안겨서... 2 이 영진 2003.05.06 1620
36 소석문에서 오소재까지 <2> 이 영진 2003.05.05 1544
35 소석문에서 오소재까지.--덕룡산 5 이 영진 2003.05.02 2319
34 정월 대보름 풍년을 기원하는 산---월령, 갈기산 이 영진 2003.05.02 2103
33 제11구간(큰재-신의터재) 산행기 5 김수훈 2002.12.03 2455
32 제10구간(작점고개-큰재) 산행기 김수훈 2002.11.11 1889
31 제9구간(궤방령-작점고개) 산행기 1 김수훈 2002.10.17 1693
30 백두대간 제9구간(궤방령-갈령) 계획표 1 김수훈 2002.08.12 1636
29 제8구간(우두령-궤방령) 산행기 김수훈 2002.08.09 1833
28 제8구간(우두령-추풍령) 계획표 김수훈 2002.07.29 1562
» 제7구간(덕산재-우두령) 산행기 김수훈 2002.07.03 2008
26 제7구간 계획표 김수훈 2002.06.17 1828
25 백두대간 제6구간(빼재-덕산재) 산행기 3 김수훈 2002.06.11 2038
24 제6구간 계획표 김수훈 2002.06.04 1579
23 제5구간(육십령-빼재) 산행기 1 김수훈 2002.05.28 27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