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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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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태까지 타던 전라선 밤기차가 아니고 이번 구간은 처음으로 경부선에 아침 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서는 무주구천동으로 놀러가는 듯한 아이들이 영동역까지 내내 떠드는 통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제 아이들 귀한 줄만 알고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범절을 가르치지 않으니 저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양삼봉 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쓰러져서 올 수가 없단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어쨌든 먹거리에 차질이 생겼다. 영동 읍내에서 아무리 뒤져도 햇반이나 김치를 파는 데가 없다. 궁리 끝에 설천에서 점심먹고 택시를 부르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구천동까지 가서 점심먹으며 먹거리를 보충하기로 했다. 6천원이나 하는 갈비탕을 군수 후보님의 절규하는 듯한 선거 연설을 반찬 삼아 먹고 햇반과 김치, 야채를 사서 넣고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빼재로 갔다. 어찌됐든 간에 택시비를 아꼈으니 출발은 잘 된 편이다.
2) 빼재 도로 공사를 하면서 새로 만든 콘크리트 옹벽 오른쪽 끝으로 비집고 생긴 길을 어렵게 올라 마루금에 올라서니 된비알이 시작된다. 10여분을 헉헉 대고 되게 오르다가 다시 10여분을 견딜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다시 10여분을 완만하게 오르고 나니 수정봉이다. 잡목으로 둘러 싸이고 봉우리 같은 형태가 아니어서 자칫 모르고 지날 수도 있겠다. 나무가지 사이로 삼봉산이 잠깐 보인다.
자료에는 <된새미기재>에 헬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헬기장은 찾을 수 없었다. 나무가지에 A4 크기의 흰종이에 코팅한 표지가 <된새미기재>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 표지는 지난 4구간에서 영취산을 지난 능선 상에 샘물 표지를 달아둔 바로 그 사람(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표언복)이 달아놓은 것인데 백두대간 3차 종주라고 되어있다. 한 마디로 입이 딱 벌어진다. 나무그늘 밑에서 더위를 식히고 다시 걸어  또 표언복 군의 표지가 달려있는 <호절골재>에 이르렀다. 여기에도 자료에는 헬기장이 있다고 돼 있는데 역시 헬기장은 보이지 않고 표지가 없었으면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그런데 미안한 얘기이지만 지명이 맞긴 맞는건지?)
3) 금봉암 가는 갈림길도 흔적을 찾지 못하고 지나친 채 어느덧 삼봉산에 올라섰다. 좁은 공터에 돌무더기로 쌓아놓은 곳에 비석을 세워놓았고 그 앞에는 "진달래"라는 詩를 새겨놓은 스텐레스 판이 돌에 붙여져 있다. 지금은 빼재 고갯길로 끊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덕유산 줄기와 이어져서 여기까지를 덕유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금 쉬고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 한 사람이 우리 뒤로 올라왔다. 단독으로 일시종주를 하는데 오늘이 8일째가 된다면서 배낭을 내려놓는다.  
4) 제법 위험한 암릉지대를 비집고 내려서서 급한 내리막 길을 한참 내려오니 휴식하기에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자료에 있는 <794.3 삼각점>은 찾지 못한 채 임도를 만나고 조금 더 가니 넓은 밭이 갑자기 나타난다. 밭둑 왼쪽을 계속 따라가다가 리본을 따라서 산길로 들어서는데, 앞서 가던 단독종주꾼은 밭 사이로 난 넓은 길을 따라 딴 데로 가고 있다.
소사고개에 이르러 왼쪽으로 50여 미터 가니 가게가 하나 있다. 먼저 도착한 단독종주꾼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우리에게도 한 병 시켜준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텐트 칠 자리를 고르는데 당초 염두에 두었던 소사분교는 얼마나 먼지 보이지도 않아서 포기하고 가게 뒤쪽으로 비닐하우스 사이의 공간에 텐트를 쳤다. 단독종주꾼은 지원오기로 한 후배들이 문제가 생겨서 경찰서로 가보야겠다고 택시를 불러 타고 내려갔다. 가게 앞 둥근 탁자(통신케이블 원통 심)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삼봉 씨가 없이 둘이 먹어서 그런지 별로 먹히지를 않는다. 은은히 울리는 개구리 소리와 그보다 몇 십배의 음량을 자랑하는 탱크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5) 더워지기 전에 오르막을 올라갈 요량으로 일찍 일어나 햇반에 계란후라이로 간단히 아침을 마치고 준비를 서둘렀는데 텐트에 맺힌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리다 보니 한 시간을 지체했다. 고개 마루 절개지를 올라서니 두 사람이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 있다. 삼도봉에서 야영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인천과 창원에서 각각 일정을 맞춰 3, 4일씩 끊어 역종주를 한다고 하는 팀인데 소사고개에서 하산하겠다고 한다. 소사분교 쪽에서 올라오는 콘크리트 도로를 가로질러 채소밭 사이로, 또는 가장자리로 어렵게 리본을 따라 가다 제대로 된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막을 급히 올라가니 오래되어 흔적만 남은 무덤이 나오고 시야가 트이면서 앞으로 삼도봉과 대덕산의 부드러운 자태가 버티고 섰다.
6) 어느덧 삼도봉에 이르니 "초점산 삼도봉"이라고 쓰인 비석이 서 있고 뒤돌아보니 어제 넘어온 삼봉산이 엷은 안개 속에 뿌옇게 보이고 산중턱까지 올라온 채소밭이 황갈색 얼룩을 지어 피부병 환자처럼 보인다. 삼도봉에서 대덕산 사이에는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데 올라가다 보니 밋밋한 능선 길과 분간이 안된 채로 헬기장이 나타나고 다시 1백여 미터 올라가 대덕산 정상이고 또하나의 헬기장이 있다. 전북산악회에서 세운 스텐레스 기둥의 이정표가 오랜만에 나타나고 대각선 맞은편에는 검은돌로 된 비석이 서 있다.
7) 대덕산에서 북쪽으로 자그마한 봉우리를 넘어가니 오른쪽으로 길이 꺾이면서 급경사로 떨어진다.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30여분 내려가니 <얼음골 약수>가 나타난다. 동네 약수터처럼 파이프를 박아놓고 프라스틱 바가지도 몇 개 걸어놓은 것이 근처 주민들이 관리를 하는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에서 5백 미터쯤 내려가서 오른쪽에 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자그마한 계곡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그냥 내려왔다.(폭포가 얼마나 볼 만한지도 사실 의문이고)
순탄한 내리막길을 1시간여 더 내려오니 갑자기 눈앞이 확 트이면서 넓은 길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덕산재가 보인다. 덕산재 포장도로로 나서니 "대덕산 관광안내판"이 큼직하게 서 있는데, 여기에는 대덕산 정상이 "투구봉"이라고 써 있고 약수와 폭포의 안내가 되어있다. 덕산재에는 주유소 겸 매점으로 쓰이던 건물이 빈집으로 남아있고 넓은 마당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그늘에 텐트를 치고 놀고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이따금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는데 계속 실패하다가 하루 4번 다니는 시외버스를 만나 설천으로 갈 수 있었다.

    ◎ 진달래 ◎ - 삼봉산 정상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는 듯한 詩  
    진달래 밭에서 너만 생각하였다.
    연초록빛 새순이 돋아나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는
    인진이.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죽어서도 못 잊을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우리는 간다.
    끊어 외로운 인연이라면
    구태어 끊어 무엇하랴.
    온 산에 불이 났네.
    진달래는 왜 이리 지천으로 피어서
    지천으로 피어서.

≪기록≫  
6월 8일(토) 영등포 역 출발(07:24) → 영동역 도착(09:46) → 삼공리(무주구천동 입구) 도착(11:30)
식당에서 점심식사 → 빼재 도착(12:45) 산행 시작  
빼재(12:45) → 수정봉(13:15) → 된새미기재(14:09) → 삼봉산(15:07/15:35) → 암릉지대(15:55) → 휴식바위(16:27) → 임도(16:53) →소사고개(17:15)   숙박
6월 9일(일) 소사고개 출발(08:10) → 콘크리트 도로(08:35) → 무덤(10:05) → 삼도봉(10:20) → 대덕산(11:19) → 얼음골 약수(11:55) → 덕산재(13:14) → 설천 → 영동 → 서울행 기차
산행거리 13.9km/백두대간 구간 13.9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139.8Km)
≪정보≫
ㅇ 영등포-영동(기차) \10,500    영동-무주구천동(시외버스) \4,700    점심식사 \6,000      
    덕산재-설천(시외버스) \1,700    설천-영동(시외버스)  \3,300     영동-영등포(기차)  \10,500
    맥주 기타 \11,000      계(1인당) \47,700
ㅇ 빼재와 소사고개는 거창에서 시내버스(서흥여객 : 055-944-3720)가 다닌다.
ㅇ 덕산재는 김천과 무주 사이를 다니는 시외버스가 하루 4번 넘어다닌다.(대한교통 : 055-743-9000)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빼재(신풍령) 휴게소, 소사고개(가게), 얼음골 약수.
ㅇ 삼봉산에서 북쪽으로 암릉구간이 위험한 구간.  
ㅇ 소사고개 내려가기 직전과 소사고개에서 삼도봉 사이의 밭길 사이에서 리본을 못 찾으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음.
  • ?
    맑은날 2002.06.12 23:41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 생기네요. 꿈에도 생각하지 않던 백두대간 종주에 대한 구미가 당기는 것을 보면 자신에 대해 많이 궁금한가봐요. 지금 쉬고 있어요. 여러가지 일로 몸이 좋지 못해 쉬고 있는데 빨랑 회복해서 쉬는 동안에 백두대간 종주하는 팀이 있으면 같이 하고 싶네요. 혹시, 정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운동준비와 마음준비, 소요되는 시간도요. 시간나실때 알려주셔도 돼요. 나중에는 혼자서 종주도 하고 싶어요. ㅋㅋㅋ
    선생님^^ 더운날이 계속 되고 있어요. 실내온도와 실외온도 차이로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하세요^^
    글고, 산행기는 기운차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
    맑은날 2002.06.12 23:45
    참, "진달래"시는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정말 사람들은 그럴까요? 아님 산사람들은 그런가요? 좋은 시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profile
    김수훈 2002.06.14 09:49
    아, <진달래>는 내가 지은 게 아니고 삼봉산 정상에 박혀있는 작자 미상의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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