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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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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주역에서 양삼봉 씨와 랑데뷰, 미리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육십령으로 향했다. 육십령 고개 정상에서 서상 쪽으로 약 100여 미터 내려간 곳에 <육십령 식당>이 있었다. 아침 식사는 가격(4천원)에 비해 맛이나 품질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고개마루의 휴게소로 다시 올라가 대간 마루금을 찾아가니, 지난 번 내려왔던 팻말에서 휴게소로(좌회전) 직접 내려오지 말고 직진하면 휴게소와 <육십령 식당>의 사이로 떨어지게 된다.(어떤 단체인지 나무 계단 길을 새로 만들고 있는 듯)
날은 벌써 훤하게 밝아지고 화창하게 개인 하늘에 벌써부터 햇살이 따갑게 내리꽂힌다.
2) 약 30분간 된비알을 힘들게 올라 <첫번째 봉우리>에 도착하고 10분쯤 더 가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뒤로 영취산과 깃대봉이 멀리 보인다. 전망 좋은 할미봉에서 한숨 돌린 다음에 엉금엉금 기어서 바위를 타고 내려간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마다 여기가 위험해서 보조자일이 필요하다고 되어있었는데, 지금 보니 필요한 곳마다 밧줄이 매어져 있어서 별도의 장비는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초보자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구간이겠다.
3) 작지만 오르막이 엄청난 봉우리를 몇 개 지나 <남덕유 서봉>에 이른다. 이곳은 지도상으로는 <장수덕유>라고도 하고 해발 1,510미터로 남덕유산의 1,507미터보다 높은 것으로 돼있는데, 실제로는 모든 표기가 <남덕유 서봉>이라고 돼있고 해발 1,492미터로 남덕유보다 낮은 것으로 적혀지만, 그러나 눈으로 보기에는 남덕유가 확실히 낮게 보인다. 바로 옆에는 헬기장이 있고 북으로 아스라히 항적봉의 통신 철탑이 보인다. 샘물은 어디 있는지 안내판이 없어서 찾을 수가 없으니 기대를 않는 것이 좋겠다.
한참을 내려와 남덕유와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시간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고 백두대간에서 벗어난 봉우리이기 때문에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4) 월성치에 도착하니 3명의 등산객이 점심준비를 하고 있다. 샘물이 멀고(얼마나 먼지는 모르겠지만) 찌꺼기가 많아서 걸러내고 길어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먹을 물이 약간 모자란 듯 하지만 그냥 가기로 한다. 삿갓처럼 생긴 작은 봉우리는 삿갓봉이 아닌 것 같고 진짜 삿갓봉은 어딘지 모른 채로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했다. 깨끗하게 잘 지은 산장으로 외벽은 돌조각으로 치장하고 취사장에는 싱크대와 식탁에 접는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편하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수도꼭지가 하나만 빼놓고 모두 고장난 게 흠이라고 하겠다.
5) 느긋하게 점심을 마치고 다시 무룡산을 향해 오른다. 능선은 부드럽지만 경사가 급한 편이고 등산로가 패여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나무계단 양쪽으로 마대 자루를 깔아놓은 것이 멀리서(삿갓재 대피소 내려가기 전에서) 보면 마치 능선에 리본이라도 늘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무룡산 정상은 헬기장이 있다. 돌탑이 서 있다고 한 것은 찾지 못하고, 힘이 빠져가는 다리로 꾸역꾸역 동엽령에 이르른다. 목장을 연상시키는 풍경에 나무울타리가 분위기를 돋구어 "알프스 소녀 하이디"라도 나타날 것 같다. 햇볕은 따가운데 찬바람은 매섭게 불어대고, 팔뚝이 따끔거려 긴소매 셔츠로 갈아입는다. <동엽령 삼거리>는 역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난다.
6) 백암봉에 도착했다. 지도상에는 백암봉이라고 되어있는데 이곳 안내판에는 온통 '송계삼거리'라고 되어있다. 해는 점점 붉은 기운을 띠고 구름에 빨려들 듯이 내려앉는다. 앞쪽으로는 중봉의 바위와 향적봉의 통신탑이 보이고 있는데, 중봉에서 일몰을 구경하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진기 삼각대를 받쳐놓고 있는 사진가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서 과연 이곳이 사진애호가들의 집결지임을 실감케 한다. 중봉에 거의 올라갈 무렵, 해는 드디어 구름 속으로 자태를 빠뜨리고 반대편으로 둥근 달을 어느새인가 둥실 떠올려 놓았다. 어스름을 헤치고 랜턴을 켜지 않은 채 겨우 향적봉 산장에 도착한다. 좁은 취사장에는 온통 사진가들로 붐비고 있어서 오늘 밤 제대로 잘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된다.
한 선생의 부인이 정성껏 요리해 준 쇠고기 스테이크를 후라이팬에 구워 소주 한잔에 맛있게 먹어치운다. 향적봉 산장에서는 소문대로 전기담요도 빌려주고 있었다.(3천원이던가?) 그 바람에 숙소 침상의 머리맡으로 전기배선이 주욱 뻗어있고 한쪽 구석으로 전기줄이 얽혀 있는 것이 누전이나 합성의 위험은 없는지 매우 염려스러웠다.
7) 새벽 3시, 사진 찍으러 가려는 사람들이 벌써 일어나 소란을 떠는데, 부시럭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실내등을 전부 켜놓고 아예 대낮처럼 큰소리로 얘기를 하고 이름을 불러대고 한다. 일찌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산에서 예의범절이나 규정을 안 지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심하다. 이들은 '출입금지 구역'에 떳떳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 연출을 위해 나무 가지를 꺾거나 심지어는 보호망을 씌워놓은 희귀식물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마치 "세상 만물의 존재 이유는 사진을 위해서이다."라는 듯이.
잠을 설치다가 결국 4시에 우리도 일어나 향적봉으로 향했다. 먼저 출발한 사진가들은 모두 중봉 쪽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올라와서 한참을 바람 속에서 떨고 있으려니 몇몇 등산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곧이어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에 버금가는 멋진 일출이 펼쳐졌다. 사진 실력이 없으니 필름으로 담는 것은 포기하고 두눈 속에 깊숙이 새겨넣고 내려온다.  
8) 백암봉까지 되돌아와서 향적봉과 향적봉보다 더 멋진 중봉의 봉우리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여기서 백두대간은 동쪽으로 갈라지는데 들어서는 길목의 표시가 흐릿하다. 어느 산악회가 세워놓은 돌비석(여기엔 백암봉이라고 써 있다.)에 겨우 방향만 표시돼 있다. 덕유산의 철쭉이 한창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육십령에서 백암봉에 이르는 구간에는 철쭉나무 자체가 별로 없어서 꽃구경은 거의 못했고, 이곳 백암봉에서 중봉과 향적봉에 이르는 구간(덕유평전이라고 부름)에만 철쭉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으며  꽃은 활짝 피었지만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9)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상여듬과 귀봉 역시도 어딘지 모르고 지나가고, 산불감시 초소에 다다른다. 창문 유리도 다 있고 외관은 멀쩡한데 출입문이 떨어져 초소 안에 누워있고 지저분해서 숙박장소로 쓰려면 한참 청소를 해야겠다. 외팔이 약초꾼이 지나간다. 어제도 산나물 뜯으러 온 사람들 몇 사람을 만났었는데, 참취나물, 떡취나물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확실하게 배웠다. 횡경재를 지나 조금더 가니 <지봉 안부>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세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여 여기에서 15분만 자기로 한다. 따뜻한 양지녘에 배낭을 말안장처럼 고이고 기대어 달콤하고 진한 낮잠을 자는 모습은 서부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10) 다시 오르막을 헉헉대고 올라 지봉을 넘어간다. 이곳 덕유산의 산세는 지리산보다 부드러운 것 같은데 오르내림의 경사는 더 심한 것 같고, 봉우리나 주요 지점에 표지가 부족해서 어딘지 모르는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월음령 역시도 모르고 그냥 지나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비상식으로 점심을 때우기로 한다. 떡과 닭다리(진공포장), 아침에 삶은 계란을 각각 두 개씩 먹고 나니 요기는 되는 것 같다.
대봉에서는 투구봉 쪽의 능선이 더 확실하게 보이므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깊은 내리막 안부를 지나 다시 봉우리를 두 개 넘어가 갈미봉에 이른다. 여기에는 조그만 화강석에 '갈미봉'이라고 써 있어서 혼동이 되지 않는다.
11) 고사목 한 그루가 있는 쉼터가 있다고 하는데 고사목을 찾지 못해서 역시 지나친다. 그동안에 고사목이 되살아났는지 아니면 누가 베어버렸는지 하여튼 세 사람이 모두 못찾았다. 크지 않은 봉우리라고 해도 지친 다리에는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오르막이 나타나면 절로 다리가 뻣뻣해 온다.
갑자기 앞에 바위 절개지와 철탑이 나타나 안도의 숨을 내쉬고 철탑 오른쪽의 임도를 따르지 않고 철탑 왼쪽으로 돌다가 오솔길로 내려서니 임도와 만나게 되어있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돌계단을 내려서서는 시원한 캔맥주로 이틀 동안 고생한 몸을 달래준다. 1박 2일 동안, 장장 22시간의 산행이었다.
12) 육십령과 마찬가지로 신풍령도 진주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로 오가는 차량이 줄어들어서 차를 얻어타고 무주로 가서 버스를 갈아탄다고 계획했다가 잘못하면 시간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 버스시각에 여유시간을 상당히 더해야 한다.

≪기록≫  
5월 24일(금) 영등포 역 출발(23:59)
5월 25일(토) 전주역 도착(03:27) → 택시로 이동 → 육십령(04:30) → 아침식사 후 출발(05:15) → 할미봉(06:30) → 장수덕유(10:00) → 월성재(11:17) → 삿갓재대피소(13:12) →점심식사 후 출발(14:50) → 무룡산(15:47) → 동엽령(17:47) → 백암봉(송계삼거리, 19:00) → 중봉(19:30) → 향적봉산장(19:53)  숙박
5월 26일(일) 향적봉산장 출발(07:00) → 백암봉(07:43) → 산불감시 초소(09:09) → 지봉 안부(09:40/10:00) → 지봉(10:16) → 점심식사(11:00/11:40) → 대봉(12:06) → 갈미봉(12:44) → 신풍령(빼재, 14:10) → 무주 → 서울행(15:45)  
산행거리 32.2km/백두대간 구간 29.2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125.9Km)
≪정보≫
ㅇ 영등포-전주(기차) \13,800    택시 \13,300    아침식사 \4,000      
    향적봉산장  \3,000    담요(2장)  \2,000      맥주外   \2,500
    무주-서울(직행버스, 3시간 소요) \11,000      계(1인당) \49,600
ㅇ 육십령 식당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고(055-963-0610)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삿갓재대피소, 월성재(좋은 물은 아님), 향적봉대피소.
ㅇ 할미봉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는 곳이 밧줄은 매어져 있으나 위험한 구간.  
ㅇ 할미봉에서 장수덕유까지 체력 소모가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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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날 2002.06.12 23:56
    겨울에 무주리조트에 갔다가 곤도라 타고 향적봉까지 간 기억이 있는듯 한데... 향적봉 보이는 곳이였나? 어쨌건 눈꽃으로 덮힌 덕유산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선생님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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