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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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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덕유산.

    일 시 : 2003. 7. 26 ~ 7. 27
    인 원 : 이현우님(61세), 오해봉(57세), 김광석(53세), 송동선(47세)
    코 스 : 영각사-남덕유산-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중봉-
              향적봉-백련사-삼공리(약28km)

◐ 7월 26일 (토)
    
     남부터미널에서 장계까지 첫차가 09:20분이다.
    09:00시가 조금 못되어 동선이에게 전화했더니
    "예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다.
    09:10분이 되어도 보이지 않기에 재차 전화를 하니
    강남고속터미널 무주행 앞이란다.
    강남고속터미널역에서 교대역을 거쳐 남부터미널역까지
    10분안에는 못 오겠기에 두번째 차인 10:40분차로
    표를 바꾸고 한참 있으니 10000원짜리 로또복권을 사갖고 와서
    한장씩 나눠주기에 혼도 못내키고 웃으며 버스를 기다릴수밖에.
    
    10:40분에 출발한 차는 비교적 잘 달렸으나 14:20분에 무주를 거쳐
    장계에 도착했다.
    시간이 촉박하기에 육십령으로 올라가는 계획을 바꿔
    장계에서 영각사까지 택시를 탔다.(약17km 18000원)
    영각사에서 물도 채우고 부처님께 삼배를 한 후
    경내를 둘러보고 등산로를 찾아 매표소에 당도하니
    15:10분이다.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를 1km 쯤 올라가니 계곡물가에 평평한 곳이
    있기에 둘러앉아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본격적인 산행을 했다.

    비 온후라 물기가 흐르는 등산로. 물 먹은 돌. 나무 뿌리.
    모두가 힘들게 하였다.
    내려오는 사람들의 복장이 모두가 6.25때 중공군 모습같다.

    바지가랭이가 둘다 흙투성이가 되고 뒹굴어서 등까지 흙으로
    범벅된 청년 (대학1년생, 인천)에게 물으니
    등산로에 비가 와 물기가 많아 죽을뻔봤다고 한다.
    우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마다 "힘들어서 어쩔까요, 안개때문에, 땅이 젖어서,
    나무가 물에 젖어서, 삿갓재까지 갈려면 빨리 가야겠소" 하며
    위로를 해준다. 걱정해주는 고마운 격려의 인사다.

    아니나 다를까 능선위에 올랐더니 등산로가 엉망이다.
    질퍽거리는 곳, 물기 젖은 나무와 풀. 잡목들이 바지가랭이를 적신다.
    
    우리 성주님이 무서워하던 공포의 철계단을 지나
    2시간30분만에 남덕유산(1507m)에 올랐으나 시계가 10m 정도 밖에
    안되어 그 멋지고 장쾌하다는 덕유능선을 볼 수가 없었다.

    겨우 사진만 몇장 찍고는 삿갓재 대피소를 향했다.
    10m 정도의 등산로만 겨우 보이고 운무는 계속 흐르고
    등산로는 C급에서 D급으로 변하고 땀은 계속나고 무척 힘들었다.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월성치를 지나며
    동선이에게 " 네가 헷갈려 늦어서 택시타고 영각사 길로 온것이
    오히려 잘한것 같다. 육십령에서 올라왔다면 4km 를 더 고생해야
    하는데" 하며 웃었다.

    20:00시가 되면서 부터는 어두워져 헤드렌턴을 켜고 걸었다.
    등산로가 질퍽거려 무척 느린 행군이다.
    곳곳에 반딧불이가 날라다니고,
    한마리 잡아서 살펴보고 만져도 보고.
    살찐 반딧불이가 크기도하고 무척 밝았다.

    21:10 분에 드디어 안개속을 뚫고 힘들게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관리인이 친절하게 맞아주기에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동선이가 남덕유산에서부터 줏어 갖고온 납짝한 돌을 달구어
    삼겹살을 구어 상추에 싸서 맛있게 먹고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고나니 23:30분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4명은 대피소베란다에서
    코를 신나게 고는 사람옆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안에서는 더워서 혼났다는데 우리는 새벽에는 추워서 혼났다.

◐ 7월 27일 (일)
    
    아침밥을 먹고 07:00시에 향적봉을 향했다.
    일행들이 준비하는 동안 다른팀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세팀 모두 대전에서 왔다.
    73세의 할아버지는 영각사로.
    초등5년 중1년 딸둘과 온 부부는 육십령으로.
    아버지와 함께 온 초등5년 남자어린이는 지리산 종주를 했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이들은 향적봉을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간다고 했다.

    비가 올것 같고 짙은 안개 속에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져서
    우의를 입고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등산로는 어제와 같은 C급이다.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의 바지는 모두 흙투성이다.
    오늘도 구름과 안개에 가려 시야는 좋지 않지만
    등산로 좌우에 지천으로 핀 원추리 꽃과 싸리꽃이 정말로 장관이었다.

    그 넘쳐나는 원추리와 싸리꽃 사이로 여지껏 처음보는
    아름다운 꽃들도 여러가지가 곱게도 피어 있는
    글자 그대로 꽃길 등산로다.

    어쩌다 안개와 구름사이로 그 장쾌하다는 능선이
    조금씩 비춰 주기도 해서 다행이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로 장관이었을 것 같았다.

    무룡산에서부터 서울에서 오신 68세의 노부부와 동행했다.
    지리산, 설악산, 태백산등을 돌아 보셨다고 했다.
    노부부가 산행하시는 정정하신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중붕밑에서는 6세의 아들을 데리고오는 부부를 만났는데.
    아빠는 잠자는 3살된 딸을 보듬고 왔다.
    가까운 칠연폭포로 내려 간다고 했다.
    대단한 젊은 엄마, 아빠라고 칭찬해주었다.

    그 젊은 부부 뒤로는 40대 후반의 여자2명을 만났는데
    복장은 하얀바지와 반바지. 신발은 센들과 운동화다.
    우리 일행중 김광석씨의 하얀 바지가 무릎까지 거므틱틱하게
    흙투성이가 된걸 보더니 "아니 길이 그렇게 나빠요. 아이고 큰일났네.
    저 웬수들한테 둘려가고 여기까지 왔으니 " 하며
    100m 쯤 앞서가는 남편 일행 4명을 원망했다.
    무주리조트에서 리프트를 타고 향적봉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이니
    폭포로 가자고 해서 길이 좋을 줄 알고 왔다고 했다.
    우리 일행도 웃고 아주머니들도 웃고 한참을 웃었다.
    이젠 오도가도 못하니 따라가세요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향적봉(1614m) 정상에서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 몇번찍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안개와 구름 때문에 다른 곳이 안보이니.
    대부분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고 거의가 젊은 세대다.
    부모님이나 노인을 모시고 온 팀은 한팀도 못봤다.
    핵가족, 신세대. 시대의 흐름에 씁쓸했다.

    우리 일행 4명은 향적봉에서 리프트 타고 무주리조트로 가느냐
    백련사로 가느냐를 놓고 투표를 했는데 백련사가 당첨되었다.

    향적봉에서 백련사로 내려가는 2.5km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느 길이나 설악산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과 비슷한 난코스였다.
    백련사에 들려 일행의 눈치를 보며 부처님께 삼배 후 서둘러
    삼공리 매표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속보로 걸었다.
    우측계곡으로 힘차게 흐르는 맑은 물은 뱀사골과 버금갈 정도였다.

    무주에서 막차가 17:45분이기에.
    삼공리매표소까지 5.8km를 걸어오고도
    2km 이상을 더걸어서야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전영철, 53세, 011-434-4419,  20000원)
    안전운행하면서도 잘 달렸다.
    무주까지 약20km 직선길로 달리며 양수발전소, 적상산과 안국사
    버더수꿀여자바위 이야기등 무주의 전설과 발전상 등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터미널에 도착하니 출발 10분전이었다.

◐  참고사항
    
    1. 렌턴을 꼭 휴대할 것. 산행 전에 준비물을 나눠주었으나
        한 사람이 휴대치 않아 무척 고생했음.
    
    2. 영각사에서 삿갓재대피소까지는 8km가 조금 못된다고
        지도와 이정표에는 표시되었지만 무척 난코스임.
        (철제계단이 많음. 영각사물은 맛이 없으니 다른곳에서
         미리 준비할 것.  영각사스님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3. 향적봉에서 리프트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간다면 편하고
        교통편도 넉넉함.
        (이영진님, 중봉님 같은 분들한테는 혼날 말이지만)
    
    4. 삿갓재대피소에서 향적봉대피소까지는 10.5km인데
        물이 없으니 미리 준비할것.
        (샘터를 못봤고, 여러 지도에서도 못봤음.
         아시는 분은 리플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지리산, 설악산에 비해 정다운 인사를
        덜하는 걸 느꼈다. 나는 먼저 꼬박꼬박 인사를 했지만
        상대 표정을 보면 인사를 할 폼인지 아닌지를 어느정도는
        알수 있기에. 그게 무척 아쉬웠다.

* 덕유산 등산에 다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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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7.29 00:26
    비와 흙탕에 젖어 6,25 때 중공군 모습으로,랜턴 키고 밤에도 산을 올랐다니 감탄스럽습니다.
  • ?
    이 영진 2003.07.29 08:27
    오 선배님! 덕유 종주 아주 잘 하셨군요. 저도 예정에 없던 26일 덕유의 향적봉에 올라 덕유평전의 원추리 꽃과 싸리꽃 보고 왔는데...
    언제 날 좋은 날 다시 한번 가시지요. 조망의 아름다움이 속된 말로
    "끝내 줍니다!"
    애 많이 쓰셨네요.
  • ?
    돌양지 2003.07.29 11:19
    좋은 산행하셨네요. 저는 금년 7월 중순 우중 지리산 산행을 한 적이 있었어요. 허벅지가 쓸려서 한 2주 동안은 고생한 것 같아요. 그래도 선배님은 원추리꽃길에 간혹 장쾌한 능선과 함께하심이 얼마나 행복하셨겠습니까. 좋은 날들 되세요.
  • ?
    김수훈 2003.07.29 11:25
    남부능선에 이어 또다시 고생을 하셨군요. 인사하는 건 확실히 지리산과 다른 산이 다르다고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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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봉 2003.07.29 15:33
    오해봉님...드디어 덕유종주를 하셨군요...
    그것도 영각사-남덕유-북덕유-백련사의 정석코스로....
    저도 덕유평전의 원추리꽃을 보려 한번 가야겠습니다.
    긴 산행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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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봉 2003.07.29 15:38
    ::: 덕유종주시에 샘터는 남덕유 아래 중봉샘,월성재,삿갓골재,동엽령의 고개 좌우로 조금만 내려가면 있습니다.교육원 뒤의 계곡에서 물을 준비한 후에 남덕유를 지나서 산장이 있는 삿갓골재에서 충분히 보충하면 됩니다.겨울에는 남덕유에서 내려갈때 미끄러운 계단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 ?
    정진도 2003.07.31 00:27
    오선배님 드디어 덕유산종주까지 ....
    늘건강하게 사는모습 보기에 좋습니다. 언제산에서 뵙게되길....
  • ?
    박용희 2003.08.04 19:59
    오선생님, 궂은 날씨였지만 무사히 산행 마치셔서 다행입니다.
    두레네집에서 뵐 때 에는 그렇게 산행을 많이 하실 줄 몰랐는데(죄송합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향적봉에서 삼공리 까지의 길이 제일 힘들고 지루했었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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