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07.21 10:20

설악 여행

조회 수 1628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설악 여행

'김교수!알프스에 예약했는데 일박이일 가능하나?'
'좋지'
'부인도 함께다?'
'Why not?'

7월 아침 이장군 부부와 양수대교 올라서니,드넓은 팔당호에 섬그림자 비치고,유명한 이곳 연꽃 수천만 봉오리 극락의 연화대 연상된다.
용문산 지나가서,인제가면 언제오나 '인제'를 통과하여,원통해서 못살겠네 '원통'을 뒤로하니,멀리 설악 준령이 보인다.속초에 강의 다니던 시절 강원 절세미인과 가슴 사무치는 사연 맺었으니,그 여인 누구던가?피안의 여인 이름하여 설악이다.

진부령 삼거리 못미친 곳 '점봉산 산채집' 있다.
설악산 백번을 다녀봐라.이 곳 빠트리면 눈 먼 말 워낭소리 따라다닌 격이다.
'안녕하시오?'
주방의 노랑머리 안주인과 인사하고 원목식탁에 앉으니,얼음 띄운 작은 잔에 솔잎주다.상 위 음식 99퍼센트가 해발 1400 점봉산 산이슬 머금은 산채니,나무쟁반에 담아온 목이(木耳)는 초고추장에 찍어먹고,손바닥만한 불로초 삭인 잎은 표고 당귀 곰취 넣고 싸먹는데,까만 석이(石耳)는 아직 철이 아니라 나오지 않았으나,짭잘한 약초절임 향긋한 미각과 산채 씨래기 국물맛 그 모두 음미 대상이다.

미시령을 넘어 대명콘도 쪽에서 좌회전해 가면 화암사가 나온다.
신선봉에서 흘러내리는 비취빛 맑은 계류에 걸친 금강교 무지개다리 지나면,절 뒤는 반석과 폭포요 아래는 멀리 영랑호 동해가 보인다.금강산 제일봉 신선봉 풍광이 단풍철만 좋던가?산벗꽃 하얗게 피는 연초록 봄도 좋다.
단청 고운 누각 돗자리에 좌정하여 송화차 음미하며 수바위 올려다보느라면 바람은 청풍이요 속인도 바야흐로 신선의 멋이 난다.
'배고프면 숲 속에서 도토리 줍고
목 마르면 바위 밑 샘물 긷나니.'
흥이 보우(普雨)스님 시처럼 탈속해진다.

송화차 마신 후 화진포에 닿으니,인적은 고요한데 푸른 소나무는 백사장(白沙場) 위에 있고,흰 뭉게구름은 초록 바다 위에 있다.
이승만 김일성 낡은 별장 옆 거닐다 건봉사로 차를 돌렸다.

보이지않는 것을 보는 것도 여행이다.
건봉사는 3,183칸 건물에 250여 스님 상주한 금강산 최대의 아란야(阿蘭若)인데, 6,25 때 소실되어 불이문(不二門)과 능파교만 남아있다.
해강 김규진 불이문(不二門) 글씨와 이끼 덮힌 당간지주(幢竿支柱)만 덩그란히 남은 경내는 무상(無常) 그 자체이니,사명대사 6천 승병 훈련하던 그 많던 당우(堂宇) 흔적없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주춧돌 편린(片鱗)만 남아있다.
'저 능파교 밑의 거대한 석축 봐라.'
물은 능파교 아래로 소리내어 흘러가고,1500년 고찰은 물처럼 가버렸다.허허한 마음으로 폐허의 적멸보궁(寂滅寶宮) 참배할 때,어디서 오셨는가?합장한 보살님 옆얼굴이 그리도 곱다.

님은 품어 좋은가 멀리 보아야 좋은가.
알프스에서 일박하고 송지호 아야진 청간정 거쳐 영랑호를 찾았다.거기 36만평 호수에 흰구름 면사포처럼 쓴 어여쁜 님의 모습 물속에 비쳐있다.애인을 만난듯 가슴이 뭉컬한다.호반의 범바위 기괴하고 숲 위 우뚝 선 호텔식 타워와 나인홀 퍼브릭코스 깔끔하다.맑은 공기 속에 죠깅하는 사람들 모습 보느라니,아! 어리석다.
무엇 때문에 서울 공해 속에 사는가.

조반은 늦었으나,'대궐집' 해장국 별미로다.낙산사 가는 길 대포항 지나가니 왼쪽은 수정 구슬 밀려오는 창해요,오른쪽은 영산(靈山) 설악이다.산이 옥빛 파도에 발 씻는 절벽 위에 의상대 있고,관음이 붉은 연꽃 피워올린 바다 위에 홍련암 있다.동해 설악의 산 바다 최상승 묘처(妙處)가 낙산사 자리다.
수십척 적송(赤松) 솔그늘 길 오르니,1500년 관음도량 이끼 낀 홍예가 단정하고,기와로 무늬 놓은 꽃담장 깔끔하다.의상 원효대사의 이야기는 전설로 친다해도,해당화 향기 덮힌 뜰 7층고탑(古塔)은 아직도 파랑새 날 것 같다.  

건봉사와 낙산사 벽면 단청에 십우도(十牛圖) 있으니,선(禪)을 닦아 마음 찾는 순서 표시한 열마리 소 그림이다.
심우(尋牛) 견적(見跡) 견우(見牛) 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忘) 반본환원(返本還源) 입전수수(入전垂手) 십단계다.

토평 잠실 두 선녀 소 찾으러 떠나셨나?꿈 속의 우리 인생 진흙소(泥牛) 아니더냐?소 이야기 하시더니,하조대 보고 오는 영동고속도로에서 나란히 꿈속에 들었다.

                                                   2003년7월

  • ?
    산유화 2003.07.22 08:18
    아주 진기한 여행기이네요. 설악과 강원도의 아름답고도 맑은 기품이 느껴집니다. 김현거사님의 망우리 산책기도 참 귀하게 읽혀졌었는데, 김현거사님 여행 자주 가셔서 여행기와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곳은 . . moveon 2003.05.23 4360
62 덕유평전! 그 꽃들을 찾아... 3 이 영진 2003.07.29 1650
61 영각사에서 백련사까지. 8 file 오 해 봉 2003.07.28 2300
60 서울 청계산 돌양지 2003.07.22 1629
» 설악 여행 1 김현거사 2003.07.21 1628
58 雨 中 山 行 - 母 岳 山 이 영진 2003.07.13 2144
57 퇴계의 산--청량산 3 이영진 2003.07.12 1597
56 북한산 성문돌기 돌양지 2003.06.30 1697
55 백두대간 제 13구간(화령재-갈령삼거리) 산행기 4 김수훈 2003.06.25 1863
54 망우리 산책기[上] 2 김현거사 2003.06.18 1752
53 망우리 산책기[下] 4 김현거사 2003.06.18 1825
52 구름속의 산책기(설악) 7 file 산유화 2003.06.18 2016
51 飛龍昇天의 山 - 계룡산 2 이 영진 2003.06.17 1917
50 계룡산 주말산행기( 동학사-관음봉-삼불봉-남매탑-동학사) 나그네 2003.06.02 1833
49 제12구간(신의터재-화령재) 산행기 김수훈 2003.05.27 1632
48 화려한 봄 날! 암봉은 피어 오르고... 3 이 영진 2003.05.19 1750
47 사랑! 하고 왔습니다. 이 영진 2003.05.19 1820
46 낙남의산(봉림산,비음산) 낙남의산 2003.05.18 1640
45 낙남의산(마금산온천산행) 낙남의산 2003.05.18 1811
44 낙남의산(천주산,작대산) 낙남의산 2003.05.18 2030
43 낙남의산(적석산,깃대봉) 낙남의산 2003.05.18 16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