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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07.12 09:20

퇴계의 산--청량산

조회 수 159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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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의 山 - 청량산(淸凉山)

仙界가 바로 이곳인가!
                                                                                             ( 청량산 산행기)
ㅇ산행일자 : 2002년 9월 15일
ㅇ산있는곳:경북 청송
ㅇ산행시간 : AM 06:20시 ~ PM 13:40시
ㅇ산행거리 : 12Km
ㅇ산행코스 : 입석- 산꾼의 집- 청량사- 응진전-김생굴-금탑봉-경일봉-841봉-보살봉(자소봉 -탁필봉-연적봉-뒤실고개-자란봉-청량산(의상봉)-두들마-팔각정-입석

俗離란 그렇게도 힘들고 벅차기만 한 것일까.
경상북도 내륙 깊숙히 웅크린 봉화의 청량산. 등산로 들머리에서 보면 산 몇부리 밖에는 보이는게 없다
도대체 절이 있기나 한 걸까. 원효와 의상 같은 대사들이 어째서 이 산자락을 찾아 들었을까. 신라의 최 치원과 김생 같은 대문장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주세붕과 퇴계 이황이 이곳을 찾아든 연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 청량의 비경을 "밖에서 바라다 보면 다만 흙묏부리 두어송이 뿐이나 강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있고 모두가 만길이나 높으며 험하고 기이한 것이 이루 형용할 수가 없다" 고 했다 한다.
청량은 여섯봉우리 내산과 여섯봉우리 외산으로 나뉘어 있다.금탑봉과 축융봉 등 외산에 가려 자소봉을 주봉으로 한 내산의 아름다움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뼘 땅뙈기도 없을 만큼 가파른 협곡이 여섯 봉우리 아래 펼쳐지고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져 일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리하여 퇴계는 이 절경을 두고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흰기러기 뿐"이라 읊었다 한다. 옛 날에는 이 골짜기에 무려 37개가 넘는 암자가 있었다 하니 경읽는 소리 또한 대단했을 터 이다.

청량산이 있는 곳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청량산자락을 휘감아돈다. 태풍에 일부 교각이 파손된 채 흉물스럽게까지 보이는 시멘트다리(명호면 광석리 광석교)에 의지하여 강을 건너면 매표소가 왼편에 자리하고 있고 다소 가파른 길이 나온다. 여기서 자동차로도 포장되지 길을 한 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立石이 있는 곳이다.

9월 14일의 토요일.
밤이 깊어져 엄밀히 따지자면 9월 15일인 밤 12시 40분. 집을 나섰다. 청량산을 가기 위해서. 참으로 먼 길이다. 청량산을 가기 위해서는 4개의 고속도로를 차례로 이용한다.
첫째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잠깐 경유하여 함양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올라서고 대구에 이르러 구마고속도로를 지나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선다. 군위휴게소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였다. 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때우고 남안동 나들목으로 나가 35번 국도에 올라 청량사 들머리의 입석레 도착한 것은 5시간이 지난 일요일 아침 6시 였다. 386Km를 달려 온 것이다.

새벽 안개가 오른쪽의 냇물에서 피어 오르고 잔뜩 찌푸린 날씨는 늦가을 처럼 한기마저 느껴진다.베낭을 챙기고 신발끈을 조여 말 그대로 크지않은 바위가 서 있는 입석의 맞은 쪽 산길을 따라 오른다.(입석의 맞은 쪽에 등산안내판이 서 있다). 굴참나무가 숲을 이룬 산 사면의 길을 가로질러 오른다. 등산로의 오른쪽은 가늠할 수 없는 높이의 직벽이 이어지고 왼쪽은 수십길 낭떠러지이다. 5분쯤 오르면 표지판이 나타난다. "청량사 1,0km(20분). 입석 0,3km(10분). 응진전 0,6km(20분). 김생굴1,1km(40분).
자소봉 2,0km(2시간)" 이라 써 있다.
큰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우거진 사면의 등산길은 계속 이어지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산속에서는 이름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淸凉"하게 들린다.

잠시 후
그 유명한 이 대실씨의 "산꾼의 집"앞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 탓인지 인기척은 없고 고요만이 흐르고 있다. 문 앞에는 " 오고 가고 아픈다리 약차 한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 라 쓰여 있다. 매달려 있는 여러개의 풍경이 운치가 있고 맑은 소리가 바람따라 인다. 수 많은 옹기 항아리도 제 자리를 찾아든 듯 아늑하고 정겹다.

걸음을 옮겨 바로 청량사에 오른다. 입구의 우물은 특이 하게도 하늘에서 물이 내려온다. 대나무통을 타고 내려오는 물을 바가지에 받아 들이킨다. 104개의 계단을 오르면 청량사다. 마침 요사채를 짓고 있는 인부들이 막 아침식사를 끝내는 참이었다. 권하는 아침 공양을 못 이긴체 받는다. 된장국과 열무김치가 아주 감칠맛이 난다. 청량사의 앞쪽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뒤편의 암릉들은 또 어떻고..
금탑봉의 암벽과 저 앞의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듯한 안산(案山) 축융봉의 부드러운 산릉들이 완벽한 구도의 풍경화로 눈안에 들어온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원효와 의상대사가 초창했으며 당시에는 당우만 33동이었다고 한다.<유청량산록>에 전하는 사암의 이름도 19개에 달한다 하니 수도도량으로 청량사를 짐작할 수 있다. 절 앞의 5층석탑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
청량사에서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준비되어 있다. 바로 9월 28일 오후 7시,오 정해등 몇몇 가수가 와서 "천년의 소리. 천년의 울림"을 주제로 음악회를 연다고 한다.

다시 산행을 위해 길을 되짚어 내려오니 "산꾼의 집"에 불이 밝혀 있고 들어 오라 한다. 이 대실씨는 대구에 일이 있어 내려 갔다고 알려주는 중년 남자가 그 유명한 구정차(九情茶. 9가지 약초로 담갔다 함)를 내준다. 따뜻한 찻잔의 온기가 좋고 그윽한 차향이 입속 깊이 스며든다. 산꾼의 집에는 구경거리가 많다. 기억속에 남아 있는 유성기, 풍금,전화기 등등과 온갖 형태의 도자기 등이 눈을 즐겁게 하고 발걸음을 붙잡지만 그 호사를 다 누리기에는 잔뜩 찌푸리고 노려보고 있는 날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산꾼의 집에서 지그재그로 잠깐의 오르막을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길을 들어 "응진전"으로 향한다. 등산길의 오른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길은 편하다. 얼마 후 늘어서 있는 기암봉이 눈안에 든다. 꼭대기가 둥그스럼한 크나큰 기암 몇개가 하나의 커다란 암봉으로 서 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암봉 아래에 있는 작은 암자가 응진전이다. 응진전에는 고려 공민왕의 부인 노국대장공주가 국가를 위해 기원하며 16나한상을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응진전 뒤의 암벽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하다.

다시 길을 되짚어 나온다. 응진전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입석으로 내려서게 되니 참고할 일이다. 조금 후 어풍대(御風臺)를 지나고 치원대 근처의 총명수를 지나 산꾼의 집 위에 있는 삼거리로 나온다.
여기의 표지판에는 "청량정사, 청량사. 응진전. 김생굴"이 표시되어 있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또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왼쪽은 김생굴, 오른쪽은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라 적혀 있으나 그 밑에는 금탑봉, 경일봉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일단 김생굴로 향한다. 김생굴은 신라의 명필 김생이 수학했던 곳이다.반원 형태의 큰 굴이 있고 윗편에 작은 굴이 하나 더 있다. 굴 앞면에 얕은 돌담을 쌓은 굴이 김생의 수도처하고 한다. 무려 10년을 이 굴에서 수학했다는 김생은 왕휘지에 필적할 명필로 알려져 있다.

김생굴에서 다시 길을 돌아 나온다. 물론 앞쪽으로 좁다란 등산길이 이어지지만 그리로 가면 금탑봉과 경일봉을 가지 못하는 까닭이다. 밧줄이 매여 있는 오르막을 올라서면 안부가 나타난다. 안부의 표지판에는 "김생굴 0,1Km. 자소봉 1,0Km. 응진전 0,5Km. 경일봉 0,5Km" 라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응진전길은 낙석의 위험으로 폐쇄된 길이다. 왼쪽이 경일봉 가는 길인데 오른쪽(즉 남쪽)에도 봉우리가 하나 있으니 지도에 따르면 곧 금탑봉이다.등산로가 폐쇄되어 표지는 없으나 길은 남아 있다. 땀방울로 흠뻑 적신후 정상에 오르니 "금탑봉"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해발 620m. 주위는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고 너른 공터가 있으나 사실은 봉분이 없어진 묘다. 청량사를 조망한 후 다시 내려선다. 청량산은 이렇게 갔다가 되돌아나와야 하는 곳이 많다.

다시 조금전의 안부, 심한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른다. 20분쯤 오른 후 아름드리 소나무 세 그루와 굴참나무가 숲을 이룬 전망이 좋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바위지대에 도착한다. 안동이나 영양지역의 산꾼들이 즐겨 쉬는 곳이라고 한다. 바로 거풍터다. 거풍터에서 보이는 금탑봉은 발 아래 작은 동산으로 내려 앉고 청량산 부근의 암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 하늘끝의 산 그리매는 꿈처럼 펼쳐져 있고 하늘에 맞닿아 있는 하늘금이 황홀한 무아지경을 안겨준다.
9시 10분. 경일봉 정상에 올랐다. 표지석은 해발 750m 로 되어 있으나 산꾼들은 780m라고 한다. 고도계 또한 이와 비슷한 높이를 표시하고 있다.

다시 윗쪽으로 길을 재촉한다. 보살봉 아래의 철 계단을 오르고 봉분이 무너져 내린 묘를 지나친다.아늑하고 편안한 흙길이 계속된다. 역시 굴참나무가 우거져 터널을 이룬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사귀들이 부대끼는 소리가 묘한 기분을 자아내게 하고 쓸쓸함마저 들 정도로 몸을 휘도는 바람은 늦가을 바람처럼 느껴진다. 등산로라 쓰여진 표지판을 따라 좌로 돌아 길을 내려선다. 부드럽던 길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체된다. 길은 또 한동안 급하게 내려 서다가 다시 급경사로 오르막을 형성한다.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돌아서면 22개의 가파른 철 계단이 있다. 잠시 후 남쪽의 조망이 시원한 바위지대(841봉 가는 도중)가 나타나는데 바로 청량사의 뒷쪽 쯤으로 짐작 된다.
끝 없이 펼쳐진 능선들이 정말 좋다.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흰 들국화는 진한 향내를 피어내고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꽃들이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바로 "119구조요청5번" 지점의 직전이다.
밧줄이 설치된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굴참나무의 숲길이 능선위로 계속 이어진다. 바위가 가로막고 서 있는 안부에 "등산로" 라 쓰여있는 표지판을 좌로 비켜 내려선다.(바로 앞의 바위지대가 등산로 같이 보이지만 아니다. 올라 서 보면 낭떠러지 뿐이다)
산 사면을 가로 지르고 오르다 보면 표지판은 "탁필봉 0,2 km. 의사봉 1,6km. 청량사 0,9km. 응진전 1,4km" 라 쓰여져 있는 곳이다.

수직에 가까운 51개의 철계단을 오라서니 곧 해발 840m 의 자소봉(일명 보살봉) 이다. 시계는 10시 15분을 가르키고 있다. 정상은 널찍한 암반으로 되어 있고 소나무가 서 있다. 7명의 등산객들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동쪽의 탁립봉이 눈에 들고 주위는 심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데 스텐으로 난간대를 설치해 놓았으나 완벽하지는 않는지 주위하라는 글귀가 있다. 암반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을 보니 갑자기 허기를 느껴 도시락을 펼쳤다. 이건 아침도 아니고 그렇다고 점심도 아니고 그럼 샛밥인가!

다시 철 계단을 내려서서 크나큰 바위 아래를 가로질러 지나니 탁필봉이다. 탁필봉은 약 40여m의 높이라 한다. 먹물을 흠뻑 머금은 붓의 모양이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820m를 가르킨다. 탁필봉을 지나치면 또 철계단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연적봉이다. 정상에는 대여섯 그루의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사방의 조망이 시원하다. 다시 또 철 계단을 내려선다.

연적봉을 내려서서 10분쯤 산행을 계속하면 안부가 나타난다. 이 안부의 표지판에는 "청량사- 폐쇄. 자소봉 0,6km. 의사봉 1,3 km " 라 적혀 있다.잠시 후 10개 그리고 51개의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서면 뒤실고개다. "119구조요청 표지판 8"이 있는 곳으로 표지판은 직진하면 청량산 정상인 의상봉을 그리고 지나온 곳이 자소봉임을 알려준다. 뒤실고개에서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795봉이다. 이 봉을 넘자마자 앞에 깊은 안부가 있고 그 뒤에 높디높은 절벽을 앞세운 암봉이 서 있으니 곧 자란봉(821m)이다. "119구종요청 9번" 지점으로 58개의 철 계단도 지나야 한다. 마치 유격훈련 코스와 비슷하다.앞에는 거대한 자란봉의 위용이 앞을 막고 서 있다. 여기서 다시 왼쪽으로 길을 들어 100여m쯤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의 계곡은 청량사 입구(육각정자 있는 곳)의 찻길로 이어지며 표지판에는 "의상봉 0,6km. 자소봉(보살봉) 1,3km. 육각정자"라 쓰여 있는 표지판이 있다. 삼거리에서부터 또 힘든, 청량산 산행에 있어 가장 힘든 구간이 시작 된다. 겨우 1m정도의 좁은 협곡에 굵은 로프 한 가닥이 설치되어 있는 아주 가파른 오르막 길이다. 양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직벽이 서 있고 바닥은 너덜과 잔돌이 뒤섞여 있어 미끄러지는 것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몸을 세우면 뒤로 넘어질 정도의 급경사 길이 길게 계속 된다. 흡사 죽음의 계곡처럼 음습하고 어둡기 조차 한 곳인데 오르는데에 족히 10여분이 걸리는 정말 힘든 구간이다. 이 구간의 힘 듦으로 대개의 등산객들은 청량산의 주봉인 의상봉을 포기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힘든 구간을 올라서면 앞이 트이는 능선으로 왼쪽으로 길이 있지만 올라서 보면 절벽이고 능선을 직진하여 넓은 내리막 길이 맞는 길이다. 잠깐 길을 내려서면 안부에 안내판이 있는데 "자소봉 1,6km.
의상봉 0,3km. 통제소 1,5km. " 라 쓰여 있어 정상이 바로 지척임을 알린다. 통제소 길은 폐쇄되어 있다.

정상을 가려면 또 힘겨운 급경사를 오르고 수직에 가까운 57개의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드디어 청량산의 정상인 의상봉에 올랐다. 정상은 평평한 안부로 되어 있고 표지석에는 "의상봉. 870,4 m" 라 쓰여 있고 산행안내판도 서 있다. 숲에 가려 조망은 거의 되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니 잔뜩 흐려 있던 날씨가 드디어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 서둘러 정상을 지나 길을 내려서니...

와!~~~ 탄성을 억누를 길이 없다. 기막힌 조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흡사 지금까지 흘린 땀의 모두는 이 조망을 위하였다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청량산 남쪽의 기암봉과 괴석, 그 기암봉 사이사이로 펼쳐진 무르익은 짙푸른 녹음, 산 허리를 돌아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의 물결, 앞은 물론이려니와 양 쪽의 옆면도 무엇하나 막힘이 없이 온통 한눈에 가득 들어온다. 조망의 즐거움과 희열, 그리고 의미까지도 다 느낄수 있을 것 같은 아주 빼어난 조망지다. 산 너머 산이 겹겹이 하늘금을 긋고 발 아래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절벽이니 조망의 기쁨은 그 몇배로 다가온다. 난간대가 설치되어 있으나 밑을 내려다 보면 아찔하다. 정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원히 굳어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인 그곳도 본격적으로 퍼 붓기 시작하는 비 때문에 내려옴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조망터에서 왼쪽의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아주 가파르다. 거기다 빗물까지 머금은 산 길은 미끄럽기조차 하다. 내려 서는데 힘든 구간이다. 한 참을 내려선 후에 두들마 마을의 윗쪽인 집이 서너채 있는 곳에 내려 섰다. 여기서 한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 집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경사가 심한 밭을 사이로 두는 길을 사면으로 가로 질렀다. 능선을 두세개쯤 넘고 청량사 찻길로 이어진 길과 계곡(육각정자)으로 내려서는 삼거리에서 산의 능선을 타고 내려섰다. 입석으로 가기 위해서...
빗물에 젖은 나무풀섶을 헤치고 흡사 물에 빠진 생쥐 모습으로 입석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40분 이었다.
청량산 산행은 이렇게 그 끝을 다 하고..


능선에 서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다 보니 산 아래 계곡에서 일기 시작한 하얀 안개가 산 봉우리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충격적인 아름다움 이었다. 다른 산과 달리 청량산의 암봉들은 나무를 안고 있다. 암릉과 푸른 녹음의 나무들이 어우러지는 비경은 다른 산에서는 볼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더구나 그 아름다운 암봉들이 하얀 안개에 서서히 묻혀 가는 모습은 참으로 글로써는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이었다.

청량산은 한 겨울의 멋이 남다르다고 한다. 청량산의 내산 여섯봉우리에 겨울이 깃들면 햇볕이 한뼘에도 이르지 못한다 한다. 저 멀리 계곡에 햇볕이 들면 그제서야 벼랑에 바람이 모여든단다. 그리고 바람이 잦아들면 그제야 산아래 절집에는 햇살이 찾아들고.
우리네 인생살이 이치 또한 이와 뭐가 다르겠는가!


<덧 붙임>
청량산은 웬만한 산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 될때 가보라고들 한다. 청량산을 보고 나면 웬만한 산악의 산은 눈에 차지 않기 때문이란다.
청량산은 분명 작은 산이다. 해발은 870m가 고작이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도 48,67 평방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더구나 암봉이 밀집한 지역만을 따로 따진다면 그 면적은 5~6 평방킬로미터라고 한다. 이 좁디좁은 공간에 무수한 암봉이 있고 그 암봉들이 모두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니 청량산에서 몇 시간만의 주파를 자랑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덧붙여 청량산 산행은 반드시 주봉인 의상봉을 올라 보아야 한다. 어느 쪽에서 오르든 간에 주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옷을 흠뻑 적시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무척 힘이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힘듦을 감수하고 의상봉을 오르고 앞에 언급한 "그 빼어난 조망"을 눈으로 확인 한다면 분명 분에 넘치는 댓가를 받았음을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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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 2003.07.12 09:24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두 줄기 눈물! 정말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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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한잔 2003.07.12 09:39
    아주 좋은곳을 다녀오셨습니다.. 고향(경북예천)이였던터라^^ 십년전 친구셋이 그곳을 산행 한적이 있었는데 산행기를 읽으니 그때가 어제인것처럼 느껴집니다..흙길을 걸으면서 흥얼거리던 노래, 여기가좋다 저기가좋다 사진찍던 친구들모습 아련하게 스쳐지나갑니다..
    산행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 ?
    김현거사 2003.07.13 00:27
    지난 5월 차로 청량산을 넘으면서 꼭 한번 오리라 다짐했는데,님의 등반기 읽으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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