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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182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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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화랑(十里畵廊)

이튿날 아침은 사람 더 놀래키는 경관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해발 600까지 꼬불길을 차 타고 올라가니,모노레일이 기다리고 있다.그걸 타고 편히 '십리화랑'에 들어가니,좌측 산이란 것이 사람의 어떤 그림보다 산이 더 아름답다는 실증을 보이기 위해 조물주가 특별 제작한 샘풀같다.이게 십리 쯤 계속된다고 '십리화랑'이다.
내 일찍이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에 실린 기암절경을 상상의 그림이지 실젠 없는 것으로 여긴 것 오산이다.수천척 깍아지른 침봉(針峰) 도립(倒立) 펼쳐진 곳에 안개 서린 모습이 실물이던 것이다.
거기서 디카로 아내 사진을 찍으면서 속으로 간절히 빈 것은,'제발 사진이 귀국해서 탈없이 나왔으면' 하는 거였다.  

원가계(原家界)

무릉원 전체에서 가장 웅장한 풍경이 '원가계'란 가이드 설명 듣고 버스로 원가계로 이동했다.
그러자 여기가 그 어디냐.무릉도원 중심이다.
차창에 비치는 풍경이 완전히 신선의 땅이다.
해발 1100미터 높이의 바위산들이 도끼로 찍어낸 듯 칼로 깍아낸 듯 험준한 침봉 이루어 아득히 흰구름 속에 펼쳐져있다.도원경(桃源境) 헤맨 도연명의 어부(漁夫)처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수화 기법에는 원래,석벽을 그리는 석벽법(石壁法),고개와 주름을 그리는 파준법(坡 法),흐르는 물과 폭포를 그리는 유천폭포법(流川瀑布法),물과 구름을 그리는 수운법(水雲法) 등 기법이 있다.여기 산들은 그 모든 걸 갖추고 있어서,필시 산수화 대가인 마원(馬遠)이나 이사훈(李思訓) 왕숙명(王叔明) 등 제가(諸家)가 여기서 배워갔을 것이다.

봉우리가 원체 수직으로 솟아 마지막 326미터는 전망 엘리베타 타고 산 위로 올라간다.원래 잘생긴 미인은 아래 위 모두 완벽하지만,원가계가 그렇다.산 아래도 감동이지만,산 위도 절경이다.
산 밑에서 위로 쳐다보는 고원(高原)도 좋았지만,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심원(深遠)도 일품이다.어쩌면 봉만(峰巒)의 상하 형세(形勢)가 그토록 기묘 준수한가.  

길은 산세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뻗고,그 중 절경에 전망대 만들어 놓았다.'미혼대'(迷魂臺)는 절경 때문에 혼을 뺏겨버린다는 곳이고,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는 천길 낭떨어지 위 석교(石橋)다.어떤 대(臺)는 작은 사당에 향 피워놓고 소원을 빌고가라 하고,어떤 대(臺)는 난간에 수만개 열쇄 주렁주렁 달려있다.상인  말인즉,청춘남녀가 여기에 열쇄를 채우고 가면 그 사랑은 영원히 풀리지않는다고 한다.

천자산(天子山)

무릉원의 서북쪽에 위치한 천자산은 토가족 족장이 자기도 천자(天子)라고 칭한 데서 이름 유래되었다고 한다.3천5백개의 계단으로 이어진 정상은 1920년까지 토가족의 고위계층만 오를 수 있는 신성한 곳이었다고 한다.
버스로 이동해가며 본 운무 속의 무릉원 산봉우리 모습은 바다 위 섬 같고,해발 2084미터 정상은 천군만마 호령하듯 내려본 풍경이 웅장하다.

금강산 설악산 수십개 합친 규모로 광대한 무릉원은,원래 3억8천만년 전에 해저에서 솟아올라 억만년의 침수 붕괴로 협곡과 수려한 봉우리로 변한 것이다.그 위가 평평한 것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비슷하나,기암절벽 수목과 청류(淸流)는 죽은 모래와 돌로 이뤄진 그랜드캐니언보담 웃길인거 같다.왜 우리나라 바다는 이런 명품 하나 솟구쳐올리지 않는지?

전망대에는 어필봉(御筆峰),선녀산화(仙女散花) 등 암봉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하룡(賀龍)장군 동상 옆에 영지버섯 수정 나무뿌리 공예품을 파는 기념품점 있고,토가족 복장 입고 함께 기념사진 찍고 돈받는 원주민 처녀도 있다.

내려오면서 탄 케이불카는 홍콩 기술진이 만든 것인데,6인용 37대가 연결 운행되므로 설악산처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작은 케이불카는 거대한 암봉에 스칠듯,낙락장송에 부딪힐 듯,스릴있게 내려온다.

'시안'(西安)

아침 비행기로 내린 서안은 비가 내리고 있다.국제공항인 함양서 서안 가는 관중평야 그 넓은 옥수수밭이 가을비에 젖고 있다.
'모처럼 왔는데,비 때문에 관광이 좀 그렇겠다.'
'그렇지도 않다.저 들판 비안개 속에 관운장이 적토마 위에 높이 앉아 청룡언월도 치켜들고 달리는 모습 보인다.그 뒤 현덕을 호위한 장비의 날카로운 장팔사모 좀 봐라.'

여기가 어디냐?관중평야 아니냐?시황제 정(政)이 천하통일하고 분서갱유(焚書坑儒) 만리장성 축성한 도읍지고,초패왕 항우가 유방과 자웅을 겨룬 곳이고,당현종 양귀비의 로맨스 장소며,이태백 두보 도연명 천하문장 부침한 곳 아닌가?'

천년 13왕조의 도읍지 서안은 그 역사의 깊이와 폭이 로마나 아테네보다 깊다.유수한 세계 4대 고도(古都)의 하나다.그러나 실크로드의 출발지 서안의 현주소는 스산하기 짝이 없다.60년대 구로공단 모습이다.훵한 아스팔트길 옆에 자전거포 이발소 간판 보인다.
평균 월급이 1000원(元),한화로 15만원이고,30평아파트 임대료가 600원(元)이란다.'촌년이 아전서방을 하면 갈지 자 걸음 걷고,육계장 아니면 밥을 안먹는다.'는 식으로 한국인이 지금 여기서 거드럼 피우는 건 돈 때문이다.

성곽 남문가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비림'(婢林)에 가서 비석에 새겨진 왕유 왕희지 안진경 구양순의 친필 접해보고,책으로 엮은 탑본(榻本)들도 구경했다.
서도하면서 누구나 써보는 왕휘지의 글씨,'난정기'(蘭亭記) 보다가,공자님 존안 탑본을 발견해 260원(元) 호가하는걸 슬슬 구슬려 30원(元)에 샀다.

양귀비 당현종의 로맨스로 유명한 여산(驪山) 화청지(華淸池) 온천에 가서,양귀비가 목욕한 해당탕(海棠湯) 구경하고 40도 온천물에 손도 씻어보고,양귀비가 즐겨먹은 달콤한 석류도 맛보았다.
귀비는 안록산 난중에 자결하여 서안 70K에 묻었는데,무덤흙을 얼굴에 바르면 미인이 된다는 속설이 있어 관광객이 하도 흙을 파가는 바람에 지금은 돌로 덮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진시황의 병마용 내부를 구경했다.진시황릉 주변 수킬로에 걸쳐 지하를 파고,내부에 망루와 실물대의 문무백관 병마용을 묻었다고 한다.
병마용은 매년 죄수 70만명을 동원하여 40년간 만들고,보물을 묻고,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활을 장치하고,능을 만든 장인들과 자식 못낳은 후궁들을 모두 묻어버린 끔찍한 지하궁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 무슨 큰 구경거리 났는가.부산하게 무덤 속을 다닌 시간에 나는 벤치에 앉아 달콤한 석류를 먹으며 백락천의 '장한가'(長恨歌) 한구절을 음미했다.

雲 花顔金步搖 구름같은 귀밑머리,꽃같은 얼굴,머리의 금비녀는 걸음마다 흔들리고
芙蓉帳暖度春宵 부용무뉘 방장 드리운 따뜻한 방에서 봄밤을 보내었네.

양귀비 현종의 첫날밤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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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10.17 16:30
    예! 자연의 작품은 2차원으로 설명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봉만(峰巒)의 상하 형세(形勢)가 그토록 기묘 준수한가" 표현 또한 아름답습니다! 석류 드시며 백락천 '장한가'(長恨歌) 한구절을 음미하셨다구요? 와! 난 언제 이리 될 수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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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lu 2003.10.18 12:19
    안녕하세요,김현거사님.거사님 글 읽고 나니깐,복숭아랑 석류가 억쑤로 먹고 싶습니다...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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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3.10.18 21:08
    거사님 잘생긴 미인 비유하는 글 보는 순간 웃음이 절로 터졌습니다. ㅎㅎ 글보고 그림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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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10.20 14:14
    천자산이야기.양귀비의 무덤이야기등 꼭한번 가보고싶습니다.수고많으 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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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3.10.23 18:30
    십리화랑, 수천척 깍아지른 침봉(針峰) 도립(倒立) 펼쳐진 곳에 안개 서린 모습. 어떤 모습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그런 곳이라면 저절로 시심이 떠오르고 산수화가 그려지겠지요.!! 동굴 밖 세상은 참으로 끝도 없이 넓으며 경이롭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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