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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10.08 09:04

청량산 답사기

조회 수 172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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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답사기

봄철 섬진강 매화가 볼만하다면,가을의 봉화 사과밭도 볼만하다.
죽령터널서 풍기인터체인지로 나가면,들판이 온통 벼논과 붉은 사과밭이다.길가에 주렁주렁 사과 달린 과수원 사이로 차 몰고 부석사로 가는 자체도 낭만이다.
소수서원 잠시 둘러보고,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첩첩산 꽃봉오리같은 모습 조망도 해보고,오전약수에서 물도 마시고,맑은 낙동강 따라내려가니 청량산이다.
아침 9시에 분당 출발하여 오후 6시 도착이다.

산골에 산중 별미 있다.봉화 일대가 우리나라 송이 생산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은 알았지만,송이값이 그리 쌀 줄 몰랐다.
송이 2K를 사서 식당에서 송이 시효야끼로 가을향 만끽하며 부부동반 17명 오래간만에 입 좀 호강시켰다.
구이는 기름 간장에 찍어 먹고,송이 불고기로 소주잔 기울이고.그러고도 남아서 아침 된장찌개에 넣어달라고 맡겼으니,그 참 청량산은 처음부터 신통하다.

청량산(淸凉山)

퇴계선생이 거닐던 청량산이다.새벽에 도산온천서 목욕재게하고,된장찌개 먹고 물안개 피는 강 구경하며 가니 청량교다.다리 건너 공원 안에 차를 세우니,이 산이 우리나라 3대 기암(奇巖)으로 퇴계 이황선생이 그토록 사랑한 청량산이다.
  
호를 청량산인이라고 부쳤던 퇴계선생은 27세에 향시에 합격하여 생원이 되고,28세에 진사시험에 합격했고,과거에 급제한 것은 34세였다.이때부터 벼슬살이 하다가 50세에 퇴계에 은퇴하여 한서암(寒棲庵)을 짓고 독서와 사색에 잠기며 후진 양성을 꾀하였고,대략 60세까지는 조정 출입이 잦았다.

봄에

맑은 아침 아무렇게나 옷을 걸치고 할 일 없이 서헌에 앉았으니,종아이 뜰을 쓸고는,적료하게 문을 도로 닫더라.
세초(細草)는 섬돌에 돋아나고,살구꽃은 비에 떨어진듯,복숭아꽃은 밤새 더욱 피어난듯,아름다운 나무들 뜰에 가득하더라.
붉은 벛꽃은 눈처럼 휘날리고,흰 오얏꽃은 은빛 바다인양 출렁이고,새소리 자랑하듯 새벽에 지저귄다.
세월은 머무르지 않고 흐르니,말 못할 가슴속 회포여!
십년여의 서울생활,멍에 매인 망아지같던 신세,덧없이 세월만 보내었을뿐,입은 국은(國恩) 앞에 부끄럽구나.
나의 고향 물 맑은 낙동강 기슭,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웃에서 봄농사하면 닭과 개가 울타리를 지켜주네.
책이 놓인 청정한 책상머리 너머로 보이는 강과 들은 봄안개 속에 아롱거리고,냇가에는 고기와 새들이 놀고,소나무 아래는 학이 서성거린다.
시골의 즐그움이여!나도 귀거래사(歸去來辭) 읊으며 돌아가 술잔이나 들고저 하노라.

매화를 사랑하고 도연명을 그리워한 선생의 시다.

'택리지'에서,'청량산은 밖에서 보면 여러개의 꽃봉오리같은 흙산이나,강을 건너 골짜기로 들어가면 사면이 돌벽으로 둘렀는데,모두 높고 엄하며 기이하고 험하다.'고 했다.
산이 초입부터 범상찮으니,길은 기암괴석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고 물은 계곡 따라 돌아서 내려온다.암벽은 푸른 이끼 끼고,하얀 구절초도 향기롭다.응진전까지 가파르게 30여분 오르니,대번에 백운(白雲)이 산 아래를 가리어 사람을 구름 위에 걸어다니게 한다.

김생굴(金生窟)

깍아지른 암벽 밑의 청량사를 멀리 내려다보며,암벽을 돌아가니  김생굴이 나온다.굴은 사람 하나 누울만큼 작지만 절벽 아래 물 떨어지는 곳에 작은 샘 있어,해동서성이 먹갈고 필법연마하기로는 제격이다.
청량산은 암봉 12개,학소대 금강대 등 대가 12개,동굴 8개와 총명수 감로수 원효샘 같은 약수 4개가 있다고 한다.그러나 해발 840 자소봉 가는 길 곳곳이 암벽에 철사다리 놓인 험로인걸 보니,초행길에 다 찾아가긴 힘들다.다만 50세로 은거한 선생이 이런 험로를 다니신거구나 짐작만 해보았다.

자소봉(紫宵峰)

자소봉(紫宵峰) 올라가는 철계단은 수직에 가까워 아찔한 현기증 느끼게 하지만 조심해서 올라보니,청량산 육육봉이 훤히 보인다.장인봉 선학봉 연화봉 축융봉 경일봉 금탑봉 탁필봉 어디 계신가?용틀임한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첩첩봉 완전 한폭의 그림이다.
퇴계선생은 이 험한 절벽 위에 올라오셔서 무슨 생각 하셨을까?'사단칠정'(四端七情)의 학설을 궁구하셨을까?후학인 기대승(奇大升)과 좌정하여 고담준론(高談峻論) 나누셨을까?
선생의 태실(胎室) 온혜마을 식당아지매가 선물한 동동주 한병을 여기서 비웠다.순후한 고향 맛 선생도 필시 아실것이다.  

탁필봉

자소봉을 내려와 능선 따라 뒤실고개로 가다가 갑자기 창공으로 올립(兀立)한 기괴한 바위덩어리를 만난다.탁필봉 이다.내사 산에 몇 번 다녀도 이런 기괴한 바위 보기 처음이다.각도를 달리하며  사진 몇장을 찍고서도 눈 떼고싶지않은 탁필봉 이다.
청량산은 서울의 청계산 정도의 산이나,바위 조화가 절묘하여,예쁜 소실(少室)처럼 유혹하는 산이다.

청량사

뒤실고개에서 젊은 일행 대부분은 의상대로 향했으나,자칭 노인  네분은 하산 코스를 잡았다.청량사 참배를 위해서다.

산을 한시간 쯤 내려오자 청량사 유리보전(琉璃寶殿) 옆이다.
공민왕 친필이라는 설이 있는 현판글씨 보느라니,코 끝에 스미는 향냄새와 은은히 들리는 목탁소리 반갑다.극락의 가릉빈가 음률이 아마 이럴 것이다.

절은 올려봐도 좋고 내려봐도 좋다.위는 만첩 벼랑이고,아래는  만학천봉(萬壑千峰)이다.청량산 12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어 약사여래 본전(本殿)은 연꽃의 수술 자리라 한다.법당 옆 옹달샘은 그 속에서 솟구친 셈이다.
전방을 쳐다보니,우뚝 솟은 앞대(臺) 오층탑이 멋있지만,바짝 닥아선 금탑봉은,황금빛 낙옆 오면 산이 말그대로 금탑이겠다.
목조의 심검당(尋劍堂)도 단청이 없어 더 인상깊고,전각 아래 돌축대도 고풍이 의연하다.
주지 지현스님은 옛적 시 쓰던 그 분인갑다.법정스님 모시고 원빈거사와 내가 불교신문 만들 때 그는 정휴스님 등과 시를 자주 기고하곤 했었다.여가수 정수라 불러 산사음악회 여는 자체가 시인다운 발상이고,찻집 이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도 그렇다.

이대실 찻집

청량사 동쪽 금탑봉 기슭에 이대실 찻집이 있다.
초옥에 들어가니,이대실이라는 분이 아홉가지 약초 넣고 다린 구정차(九精茶)를 무주상 보시(布施)하고 있다.무료라 그런가.은은한 대금 소리 들으며 산꾼의 도예작품도 감상하면서 마시는 차맛이 산처럼 그윽하다.

충주호

산을 돌아본 후 풍기온천 알카리 유황천에 목욕하고,죽령 넘어 단양 유스호스텔에서 밤을 보냈다.
사인암 상선암 둘러보고 배 타고 구담봉 옥순봉 금수산을 둘러보니,물 속에 거북무뉘 바위가 있어 구담봉이요,희고 푸른 암벽 모습이 옥으로 깍은 죽순처럼 높이 솟았다해서 옥순봉이고,비단에 수놓은 듯 하다해서 금수산이란다.선인들은 지명마다 그윽한 풍류를 비치고,산들은 지금도 남한강물에 고요한 산그리매 비치고 있다.
서울 가는 일이 무어 대수냐.귀경하는 차 속에서 취선(醉仙)은 반쯤 누어버렸다.
                                                                                     2003년 10월7일
    
아들녀석 디카로 사진도 찍었으나 옮길 줄을 몰라 글만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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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3.10.08 10:33
    소수서원과 무량수전... 99년도에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만...
    그당시엔 청량산을 몰랐어요. 그 기억이 포근하게 되새겨집니다.
    참 거사님! 9일 장가계가신다니... 내일이네요.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재미있는 글거리도 잡아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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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10.08 23:52
    거사님글은 마치 역사책을 읽는것 같답니다.소수서원.부석사.
    청량산근처를 꼭 가보고싶네요.
    좋은공부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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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10.09 00:28
    요즈음 비가 많이 와서 송이값이 그리 되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맛있으셨죠? '꿀꺽 ~ 쩝~ 야! 먹고 싶다~' ^^* 와! 퇴계 선생의 시 정말!! 언어의 구사가 저리까지 !! 음! 그 이대실 찻집... 거사님 너무 멋있습니다. ^^* 재미있게 너무 잘 읽었습니다. 오 해 봉님처럼 빨리 사진 올리기 배우셔서 자랑하시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 내일 설악을 갑니다. 그 용담과 구절초 사진 꼭 기억하여 찍어 오도록 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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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10.09 09:23
    청량산의 진면목이 거사님의 붓끝에서 살아납니다....
    퇴계선생의 자취를 더듬으며 산천경개 두루 살피고
    송이요리에다 지방풍류까지 얹혀졌으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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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3.10.10 07:17
    소수서원과 부석사 무량수전 한번 가보고 싶어 벼르고 있는 곳입니다. 청량산까지 그렇게 한바퀴 도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셨는지 궁금하네요. 비가 많이 온 해라 그런지 송이 향이 별로던데 거기 봉화 송이는 괜찮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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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10.13 19:58
    2박3일 이었읍니다만,우리 지리산 젊은 분들 실력으로는 서울서 토요일 가서 일요일 돌아오는 2일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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