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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4.09.03 20:57

백두산 참배기

조회 수 158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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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하늘이 비 뿌리다가 햇볕 보이다가 종잡을 수 없는 것이,한반도 끝으로 끝으로 수도를 옮기는 옹졸한 후손에게는 천지(天池) 참배를 허용하지 않을 모양이다.

그러나 일행이 찦차 11대에 분승해 산을 오르니,찻길은 정상까지 화강암 깐 포장길인데,금방 자작나무 숲 끝나고 초원과 이끼밭이된다.
계절 따라 이 초원은 물매화 산용담 범꼬리 노란물봉선 분홍바늘꽃 바위구절초 구름패랭이 구름국화 도라지모시대 긴잎별꽃 바이칼꿩의다리같은 야생화 천국 이루는 곳이다.

초원이라 시계(視界)가 좋아 백두산의 웅장한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데,산은 발 아래 수백리 펼쳐지는 개마고원 위에 높이 솟았고,바람 따라 풍운조화(風雲造化) 무쌍(無雙)한 흰구름은 산등을 휘감고 흐른다.
그 위로 중국인 운전사가 난폭하게 모는 11대 찦차가 한계령처럼 꼬불꼬불한 산길 앞다투어 줄지어 오르는 풍경도 미상불 장관이다.
  
이대로 가면 천지도 볼 수 있겠다는 엉뚱한 기대감에 젖을 때 #@쯤,우리를 기다린 것은 8부능선의 짙은 운무다.
'신쿠러!'(辛苦了)
운전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던지고 찦차에서 내리자마자,시계에 보이는 건 농무(濃霧)요,피부에 닿는건 세찬 바람이다.
천지고 뭐고 보이는 건 안개라,일행은 안개 속에 헤매다가 머물기 허용된 시간 30분도 채우기 전에 겨우 등소평 '천지'(天池) 친필 앞에서 증명사진만 찍고 하산했다.등소평은 이 산에 올라,'장백산에 오르지 않았더면 평생의 유감이 될 번 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백두산 8부능선 장관이라도 구경한 것이 다행이다'
'이게 천지서 산 백두산 돌이야!'
다들 천지 옆에 가본 것과,백두산 기념 화산석 산 것으로 위로를 삼고 산을 내려왔더니 거짓말처럼 산은 멀쩡하게 개여있다.
  
'소천지'(小天池)와 '지하산림' 구경하고,숲 속의 4층짜리 아름다운 하얀 건물 대우호텔 룸에 들어간 시간은 밤 10시였다.

대우호텔에서

'백두산 온천수에 이 몸을 깨끗이 씻으리라.'
장백폭포가 보이는 호텔 야외온천탕에서 목욕하는 것도 의미있겠으나 밤이 늦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5시에 깨어 창밖을 보니,여명의 자작나무 숲에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관참기'에서 환웅의 신시(神市) 위치는 북한쪽 삼지(三池)와 천평(天坪) 부근이라고 추단한다.

삼지는 둘레 칠팔리 파란 물이 잠자듯 고요하고,물가는 숲으로 쌓였는데,화산석과 백사장이 정원처럼 운치있고 아름답고 웅장하며,물은 보기에 찬 것 같으나 평균 20도의 따뜻한 온천물이라 한다.

천평은 신국(神國)의 옛터로 신령스런 백두산을 등진 평평하고 산 위에 펼쳐진 바다처럼 넓은 평야로서 원시국가 발생지로 가장 적절하며,이곳이 단군의 탄생지요 우리나라의 출발점이다.

라고 하였다.

아득한 옛날,우리 배달나라에서 나무를 얽어 집 짓기를 가르쳐 짐승들과 독벌레를 피하게 한 분은 유소씨(有巢氏)고,불로 음식 익혀 먹는 법 그릇 항아리를 굽는 법을 가르쳐 준 분은 수인씨(燧人氏)다.

태우(太 )임금의 열두번째 막내아들 태호복희씨(太 伏羲)는 송하강에서 괘도(掛圖)를 얻어 8괘(掛)를 만들었고,맥족(貊族) 출신의 염제신농(炎帝神農)은 성이 강(姜)씨니,신농씨는 나무를 다듬고 구부려서 쟁기와 호미를 만들어 '농사의 신'으로 추앙된 분이다.

또한 치우(蚩尤)는 최초로 갑옷과 창칼 등 병기를 만들었고,치우 강(姜)씨의 후손 제(齊) 환공(桓公)은 한때 중원 전체의 패권을 잡기도 했다.

순임금도 동이족 출신이고,'육도삼략'(六韜三略) 병법을 만든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과 '춘추'(春秋)를 쓴 공자(公子) 역시 마찬가지며,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세운 진시황도 배달 동이겨례의 자손이다.

중국 고서에 남아있는 이런 기록들 도외시(度外視) 하더라도,수당 두나라를 물리친 고구려의 용맹함과 더불어,5경(京) 15부(府) 62주(州)를 거느린 속칭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는 당에 보내는 국서를 신지문자(神誌文字)를 사용했다하니,인멸되었지만 신지문자는 단군의 신하인 신지씨가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가 아니던가?

'이 하얀 자작나무 숲 어디 쯤에 환웅님 왕후가 된 백두산 곰족이 살았을까?'
방에서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끝내 밖에 나와 장백폭포서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황금 햇살 빛나는 자작나무 숲을 한동안 거닐었다.

천지 2차등정

'원래 연애도 한번 거절한다고 그만두면 안되는거야.두번 이상 계속 트라이해야지.'
'맞다.세상사 어디 한번만으로 되는 일 있더냐?'
티없이 화창한 하늘 아래 두번째 천지로 올라가는 찦차 속에서 이정수장군과 나눈 말이다.

도중에 초원을 살펴보니 노란 백두산양귀비꽃 몇송이만 마른 풀 속에 혼자 피었고,정상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먼저 온 사람들이 저 만치서 천지 보고 감탄하는 소리 요란하다.
바쁘게 한달음에 올라가니,아!거기 저편에 백두 정상 높이 2750미터 장군봉이 허리에 흰구름 두르고 천지의 비취빛 만경창파를 발 밑에 깔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천지에 가보지 않고는 백두산에 올랐다 말할 수 없다' 한다.
천지는 해발 2194미터 고공에 위치하면서 동서 3.3K 남북 4.4K 평균수심 204미터 저수량 20억 입방미터 물을 가두어 천궁에서 떨어뜨린 하나의 거울처럼 맑고 깊다.기후가 순식간에 돌변하여 천지가 보였다 말았다 하므로 신비롭기 그지없는데,천지 물이 더욱 상서러운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과 지하에서 솟구친 용천수(湧泉水)가 합쳐진 물이라는 점이다.
천.지.인(天地人).
이것이 하늘 땅 사람이 하나로 합치는 동이족(東夷族) 사상을 보여주는 하늘의 계시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동북아 최고봉(最高峰)
    
백두산은 동북아시아서 가장 높은 산이다.
낭림산 금강산 태백산 속리산 지리산으로 뻗어내린 한반도 산맥의 조종(祖宗)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5악(五嶽)인 북 항산(恒山) 남 형산(衡山) 서 화산(華山) 중앙 숭산(崇山)과 더불어 공자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인다'고 말했던 1532미터 동쪽 태산(泰山) 보다 1천미터 이상 높은 산이다.
우리가 올라간 천문봉(天文峰)에서는 천지의 절경을 많이 내려다 볼 수 있었고,천지 주변을 에워싼 16개 외륜산이 혹은 준수하게 우뚝 혹은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 뚜렷이 보였다.
우리 5천만 동포 모두 여기 와 천하가 얼마나 작은지 백두산의 웅혼한 기백이 어떤지 보고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문봉은 주로 회백색과 황색의 석질이 가볍고 구멍이 많은 화산 부석과 검은 화산석으로 되어있는데,태초에 불 뿜은 백두산의 웅장한 분화(噴火) 흔적이다.
현존 기록상 화산 분출은 10세기 전반 대규모의 화쇄류가 동해의 북부 해저나 일본에 널리 낙화했다는 기록,조선왕조실록에 1597년(선조),1668년(현종),1702년(숙종) 세차례 상세한 화산활동 기록이있고,그 후는 오늘날까지 300년간 잠잠하다.

일행 중에는 천지(天池)의 기를 받는다고 조용히 서서 천지를 응시하며 심호홉하는 친구도 있고,동반한 부인과 기념사진 찍는다고 바쁜 친구도 있다.나는 아름다운 흰구름이 고원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넓은 대륙의 땅을 보고있었다.
이 땅이 원래 우리의 고향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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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4.09.04 00:43
    사모님과 두분이 천지를 배경으로 참 보기 좋습니다,
    첫날은 구름때문에 천지를 못보셨군요,
    그이튿날 또올라가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잘 하셨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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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4.09.04 01:21
    쪽빛 천지가 옅푸른 하늘빛에 대비되어 더욱 짙게 보입니다.
    벅차오르는 감격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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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4.09.06 01:20
    구름도... 하늘도... 천지도... 두 분도 모두가 잘 어울리는 사진입니다
    크게 확대해서 거실에 전시하셔도 멋질것 같은데... ...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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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4.09.06 23:59
    사모님 변산에서 뵙길 학수고대했었는데...
    이렇게 나마 뵈었으니...
    건강하세요...

    저 깨끗한 천지...
    백두산 신령께서
    아름다우신 두 분껜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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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낙네s 2004.09.08 10:48
    천지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뒤로하고 두분의 어깨동무앞에 모두 고개숙이는듯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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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4.09.10 11:56
    천지의 비취빛 만경창파..압도되는 장관에 가슴이 벅차셨겠습니다.
    사모님 뵈니 참 반갑고 좋네요. 두 분 잘 어울리시는 모습이세요.^^
    저도 장백폭포의 물소리 들으며, 황금 햇살 빛나는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싶어집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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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4.09.12 14:12
    영원한 민족성지의 감로수로
    천지는 우리마음을 적셔줍니다
    기념사진 잘 간직하셔야 겠네요
    확대해서요~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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