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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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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임실에서 내리실 분은…" 아스라히 들리는 안내방송을 꿈결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차 싶어 눈을 뜨니 남원역에 들어서고 있다. 우아! 2분만 늦게 눈을 떴어도 남원을 지나 곡성이나 구례까지 갔을 테고 그럼 남원까지 어떻게 돌아가고 이번 산행은 어찌 됐을까 아찔했다. 역에 대기시킨 콜밴을 백무동가는 2명과 합승을 하고 음정마을로 갔다. 음정마을에서 등산로에 접어드는데 오른쪽 소로에 택시가 들어오는 것이 보이더니 작전도로를 조금 가다가 사람들이 나타난다. 동아일보 기자들이고, 무박2일로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한다면서 부리나케 앞질러 간다.
ㅇ 연하천갈림길에서 아침을 먹는다. 햄버거와 피자 한쪽씩을 <아뜨아뜨>에 데워서 먹는데 생각했던 만큼 잘 데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벽소령산장 취사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쬐며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즐긴다. 여기는 언제 와 봐도 온실같이 따뜻함을 주어서 좋다.  
ㅇ 연하천 가는 길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구간이 자주 보이더니, 연하천 도착시간이 예정보다 10분 지체되었다. 바람이 없고 햇살이 봄날 같이 따스해서 새로 지은 취사장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입산금지를 앞두고 마지막 주말인 탓인지 천왕봉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ㅇ 토끼봉에서 한참 노고단과 반야봉을 바라보다가 화개재로 내려선다. 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뱀사골산장은 그냥 통과한다. 기나긴 550계단을 헉헉대며 올라서 삼도봉에 이르니 이제 오늘의 힘든 구간은 지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임걸령을 지나면서 부터는 체력이 떨어져 무릎과 발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오십견이 완전히 낫지 않은 오른쪽 어깨는 바늘로 찌르는 듯 쑤신다.
ㅇ 노고단산장에 도착해서 서둘러 입실 신청을 하고 저녁 준비를 한창 하는데, 창밖으로 저녁노을의 붉은 빛이 보인다. 큰소리로 딴 사람들한테 알려주니 모두들 뛰어 나와 구름 밑으로 꺼져 들어가는 붉은 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야단들이다. 한선생이 가져온 삼겹살을 구워 가며 오늘도 역시 등장한 1.8리터 소주병을 기울이며 기분좋은 피로를 음미한다.
ㅇ 노고단산장의 취사장은 6시가 돼야 전등을 켜 준단다. 이해가 가지 않는 조치이지만 어쩔 수 없이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아침을 마치고 예정대로 7시에 출발한다. 무넹기를 지나 종석대 입구에 이르니 아! 이게 웬일인가! 설마했던 출입금지 경고판이 떡 버티고 섰고 새로 만든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신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돌아 성삼재로 내려가면서, 덕분에 시간은 30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고 위안을 삼는다.
ㅇ 작은 고리봉은 정상을 빗겨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생긴 바람에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고 말았다. 묘봉치를 지나는데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단체객들이 나타난다.(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동호회 모임인 듯, 철화가 인솔?) 만복대에서 뿌옇게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을 감상하고 배 하나를 깎아 입술을 축인다. 무겁기는 해도 산에서 시원하기는 배가 제일인 듯 싶다.
ㅇ  정령치에 내려서니, 염려했던 대로 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자판기 마저도 꺼진 상태이다. 할 수 없이 찰떡파이와 양갱, 아침에 옆사람에게서 얻은 햄 조각, 삶은 계란으로 점심을 때운다. 그야말로 비상식의 역할이다.  
ㅇ 큰고리봉에서 바래봉 쪽의 서북능선을 버리고 좌측으로 틀어 하산 길로 내려선다. 무더기로 리본이 매달린 관목 밑에 아이젠 한짝이 떨어져 있다. 아이젠의 밴드가 자꾸 풀려서 고생하던 한선생이 얼른 주워서 오른발에 채운다. 자료에 보니 급경사 내리막이라고 되어 있던데 정말 엄청난 경사에 눈이 얼어붙은 것이 빙판이 아니고 빙폭을 연상시킨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500미터 아래 이정표에 도달하는데 거의 30분이 걸렸다. 이 급경사는 다음 5백 미터 더 내려간 다음 이정표까지 이어졌다. 한숨 돌리고 부드러운 산길이 나타나면서 '목장울타리'라는 철망이 나타났다. 높이 120cm 쯤 되는 마름모꼴의 낡은 철망이 등산로와 나란히 한참동안 따라온다. 갑자기 뒤에서 젊은 남자 한 명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따라 오길래 물어보니 벽소령에서 출발했단다. 몇 시에 출발했는지 몰라도 우리가 이틀 걸린 거리를 따라왔다는 얘기인데, 믿어도 될는지?  한 선생은 자꾸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ㅇ 차도에 내려서니 '고기리 삼거리'인데 기대와는 달리 아무 것도 없다. 삼거리의 도로표지판을 보면 차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남원 방향인데 남원 가는 시내버스는 운봉을 거쳐 주천마을 쪽(차도 오른쪽)에서 왔다가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 주천마을 쪽으로 간다. 백두대간은 차도를 따라 주천마을 쪽으로 가기에 우리도 막걸리 한 사발 먹을 만한 곳을 찾아 걸었다. 주천마을 버스정류장 앞에 노인회관 건물에 딸린 가게에서 막걸리 한 병을 시켰더니 1천원을 받는데 깔끔하고 맛있는 밑반찬을 서비스 준다.
ㅇ 남원에서 양삼봉 씨를 만났다. 이제 다음 구간부터 합류해서 우리와 같이 구간 종주를 마칠 일행이 모두 모인 것이다. 상견례와 단합대회를 겸해서 시원한 생맥주로 건배를 하고 다음 산행에 대한 준비물을 협의하고 서울 가는 기차에 오른다.

≪기록≫  
2월 22일(금) 영등포 역 출발(23:59)
2월 23일(토) 남원역 도착(04:25) → 콜밴으로 음정마을 도착(05:30) → 벽소령산장(08:22/09:20) → 연하천산장(11:20/12:33) → 노고단산장(17:45)
2월 24일(일) 노고단산장 출발(07:00) → 성삼재(07:40) → 만복대(10:15/10:30) → 정령치(11:32/12:10) → 큰고리봉(12:38) → 고기리 삼거리(14:15) → 주촌마을(14:40) → 남원행 시내버스(15:04)
산행거리 36.1km/백두대간 구간 29.4km
≪정보≫
ㅇ 영등포-남원(기차) \15,500    남원-음정마을(택시합승) \7,500   노고단산장 이용료 \5,000      
    주촌마을-남원 \1,700         남원-영등포(기차) \15,500        계 \45,200
ㅇ 이 구간 전체에서 스패츠는 필요없으나 아이젠은 필히 있어야 함.
ㅇ 무넹기-종석대-성삼재 구간은 영구적인 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됨.
ㅇ 정령치 휴게소는 겨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야 함. 샘물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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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2.02.25 13:44
    어떡해요? 착한 분들이라 무넹기를 놓치고 차도로 내려 가셨군요. 그 시간 이었으면 모르는척 무넹기 코스를 택할 수도 있으셨을 텐데. . 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경우 특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뭏튼 아쉽지만 수고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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