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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일 : 2월 20일(월)  맑음 -1˚c/실내
   고락셉(Gorak Shep 5,140m) -(2:00)- 칼라파타르(KalaPatthar 5,550m) -(1:10)- 고락셉(Gorak Shep 5,140m) -(2:35)- 두글라(Dughla 4,620m) -(1:30)- 페리체(Pheriche 4,240m)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에베레스트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04:40에 출발했다.
어제 롯지에 도착하기 직전, 언덕에서 바라볼 때는 경사가 완만한 모래언덕 정도로 생각되었던 것이 막상 올라가기 시작하니 임자체 정상 공격 당시를 재연하는 듯, 10초 걷고 30초 쉬기가 반복된다. 구들장 같은 돌들이 이따금씩 스르륵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지는 너덜지대가 45도 이상의 경사로 끝없이 이어진 비탈면을 갈짓자로 휘돌아 오르는데 아무리 가도 정상은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 주위는 점점 밝아져 오는데 해뜨기 전에 정상에 서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한참 앞서 오르는 정君에게 사진을 많이 찍으라고 소리 질렀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고, 헐떡이는 허파는 잠시라도 숨을 멈출 수가 없어 물을 마시려고 해도 물을 마시는 그 잠깐동안을 숨을 참을 수가 없어서 물이 기도로 넘어갈까 봐 물을 마실 수가 없다.(이거 무슨 말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 되지 않겠지만)
천신만고 끝에 카라파타르 정상(5,550m)에 섰다. 허리 높이에 두세명 엉덩이 붙이면 꽉 찰 정도의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오색의 낡아빠진 룽다가 펄럭이고 있는데, 북쪽으로는 푸모리(7,165m)가 마치 쏟아지듯이 가까이 솟아있고 동쪽으로는 유명한 쿰부 빙하를 건너 맞은편에 듬직하게 자리잡은 눕체(7,861m), 그리고 그 왼쪽 뒤로 에베레스트가 의외로 눈이 거의 없이 검은 암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측에 뾰족하게 제일 높이 보이는 것이 눕체, 왼쪽으로 검게 보이는 것이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 왼쪽에 삼각형으로 보이는 것이 창체(7,653)>


     <에베레스트를 좀더 확대한 사진>


     <에베레스트와 로체에서 흘러나오는 쿰부 빙하>



     <정상 바위에 올라앉아서- 배경은 푸모리>


     <푸모리를 확대한 사진>


     <여기서 보이는 아마다블람은 마치 포카라에서 보는 마차푸차레 비슷하다>


산 봉우리들 뒤로는 이미 해가 떴는지 구름은 밝은 햇살을 머금고 있었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쪽은 아무리 기다려도 그늘을 벗어날 생각을 않고 있다.
떠나기 전, 한국에서 조사한 자료에는 한결같이 "칼라파타르에서는 오전 10시가 넘으면 역광이 되기 때문에 아침 10시 이전에 정상에 올라야만 에베레스트의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고 그래서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로 계획하여 그에 맞추어 어제의 숙소도 로부제가 아닌 고락셉까지 힘들여 왔던 것이다.(에베레스트는 칼라파타르에서 거의 正東쪽으로 있다. 임자체에서는 正北向)
그런데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베레스트가 동쪽에 있어서 아침에 역광이 지는데 왜 자료에는 아침 10시 이후에 역광이 진다고 했을까? 아마도 처음에 누가 오타(誤打)를 친 것을 다음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옮겨 인용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어서 아쉬워도 그만 내려와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찍은 봉우리들>



     <에베레스트 B.C.의 모습- 원정대가 하나도 없어서 그냥 얼음 벌판이다>


     <칼라파타르를 다 내려와서- 등산로 시작점>


     <다 내려오고 나니까 이제서야 눕체의 어깨로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했다. 롯지에서 먹이를 얻어먹으려는 커다란 새들이 마당에 날아들었다. 크기나 모양이 꼭 까투리를 닮았는데, "공마"라고 부르며 해치면 신상에 좋지 않다고 전해진다.


     <마당에 모여든 "공마">


촐라 패스(5,330m)와 고쿄(5,360m) 등정을 취소했기 때문에 이제는 계속 하산길이다.


     <고락셉을 떠나기 전에 푸모리와 칼라파타르를 다시 돌아보았다>


     <빙하의 하류- 얼음 위에 모래가 덮여 있는 형국이다>


     <짐을 지고 가는 포터들>


     <로부제 마을 롯지에 있는 돌의자- 여기다 삼겹살 구우면 기가 막히겠는데>


     <이제는 폼 잡는 것도 신경을 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두글라에 다시 돌아오니 롯지에 머물고 있던 김兄이 반갑게 맞는다. 그동안 푹 쉬었고 롯지에서 네팔식 식사를 먹어보니 입맛도 조금 돌아온 것 같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올라가 보지 못한 칼라파타르를 마음으로 상상이라도 하라고 우리 세 사람은 열심히 칼라파타르의 풍경을 설명해 주었다.
점심식사를 하고는 올라갈 때 왔던 산비탈의 너른 초원 같은 길이 아니고 산비탈을 바로 내려가서는 여태까지 본 중에 가장 넓은 평지에 내려섰다. 우기에는 습지로 변할 것 같은, 실개천이 구불구불 얽혀진 초원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갑자기 짙은 구름이 무섭게 몰려오더니 안개처럼 낮게 깔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남쪽 저지대(?)에서 고산지대로 계곡을 따라 짙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거의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길이라 걸음도 가볍게 페리체에 도착했다. 이곳은 땅이 평지라서 그런지 제법 동네 티가 나는 큰 마을이어서 골목길도 있고 헬기장과 조그만 병원도 있었다. 그런데 진찰비가 한 번에 100$ 정도나 되어서 지역 주민들은 거의 이용을 못하고 주로 관광객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겨울과 여름 우기에는 관광객들이 적어서 병원 문을 닫는다고 했다.


■ 제15일 : 2월 21일(화)  맑음
   페리체(Pheriche 4,240m) -(2:00)- 팡보체(Pangboche 3,930m) -(3:00)- 포르체텡가(Phortse Tenga 3,680m)


     <페리체에서 팡보체 가는 길>


얕은 개울을 건너 다시 언덕을 올라 조금 가니 임자체로 올라갈 때 지나갔었던 길과 만나고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하고 나서 소마레(Shomare)에서 잠시 쉬었다. 롯지 매점 진열대에서 콜라를 본 허兄이 제안하여 아무리 비싸도 콜라를 사 먹기로 했다. 그런데 1.5리터 한 병에 200루피(약 3천원)이란다. 여기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지만 한국에 비하면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본 코카콜라하고 똑같다>


콜라를 마시고 나니까 갑자기 문화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발 한 번 씻었으면! 머리 좀 감아봤으면!
생각해 보니 남체에서 약식으로 대충 머리를 씻은 이후로 열흘이 지났는데 머리 가려운 걸 모르겠다.
팡보체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올라갈 때 지나갔던 길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산비탈면의 중간을 가로질러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니 계곡 건너편으로 9일 전 올라가는 길에 3국 노래자랑을 펼쳤던 디보체의 롯지가 보인다. 요리사 "다와"가 큰소리로 롯지의 아가씨 이름을 외쳐 불러본다.









     <포르체로 가는 길의 풍경들>


아직도 산비탈을 내려서지 못했는데 갑자기 마을이 나타났다. 마치 봉우리 하나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듯 펑퍼짐한 넓은 고원에 자리잡았는데 밭의 크기나 집들의 숫자로 볼 때 꽤 산골마을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큰 마을이다.



     <감자를 심고 있는 마을 농민들>


     <마을의 공동수도인가? 계곡에서 비닐호스로 물을 끌어 온 모양이다>

        

     <초등학교와 아이들>


포르체 마을을 지나쳐 산비탈을 급하게 내려가니 깊은 계곡에 죽죽 뻗은 장송들이 설악산의 한 자락을 연상시킨다.
계곡을 건너 오늘의 종착지 포르체텡가에 도착했다.


     <롯지의 샤워장- 별도 요금을 내고 신청을 하면 지붕 위의 빨간 양동이에
      더운 물을 한 통 넣어준다.>


- <계속> -

♣ 여기서 <반짝 퀴즈> 하나!

   네팔에서 있었던 20일 동안 가장 많이 보았던 단어는 무엇일까요?(네팔어, 영어 기타언어를 망라해서)




  • ?
    부도옹 2006.03.20 23:27
    삐이~~~~~~~~~~~~ 답은 'cola' 입니다. ^^*
    "....휘돌아 오르는데 아무리 가도 정상은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
    저도 위와같은 경험을 해봤습니다.
    맨처음 중산리에서 천왕봉 올라갈 때 천왕샘에서 부터 천왕봉 정상까지가 그랬었습니다.
    와~ 옛날 생각나네요. ^^*
  • ?
    야생마 2006.03.21 00:01
    부도옹님의 댓글이 참말로 재미납니다. 옛날생각...
    정답이 맞는것 같은데요? 부도옹님이 뭔가 귀신같은 면이...
    'cola'가 네팔에선 마시는 음료만을 뜻하지는 않지요.
    1.5리터가 200루피면 정말 예상외로 싸네요.
    250ml가 90루피까지 하는데...
    장쾌한 고산들이며 쿰부아이스폴의 시원함이 참 멋지네요.
    피레체 초원도 아름답고 마을 감자심는 사람들, 초등학교의 모습.
    눈물겹게 그립습니다. 네팔병 안걸리셨어요?
  • ?
    김수훈 2006.03.21 09:52
    퀴즈의 정답은 산행기 마지막 편에 발표됩니다.
  • ?
    정동훈 2006.03.21 10:14
    정답! 화장실(wc) 입니다. 세계어느곳을 가나 화장실은 있어야죠..ㅋㅋ
  • ?
    야생마 2006.03.22 06:29
    정답을 뒤로 미루시는걸 보니 'cola' 아닌가봐요...
  • ?
    지나가다 2006.03.23 12:53
    단답형으로 "체"가 아닐런지요?
    멎진 댓글에 비하면 너무 재미없는 답일듯.
  • ?
    K양 2006.03.24 11:16
    "옴" 자가 어닐까요?
  • ?
    닭과 계란 2006.03.25 22:06
    정답은 롯지가 아닐까요? 의식주 중에 식주를 해결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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