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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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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오랜만의 산행이라 소풍 가는 어린이의 마음처럼 설레인다. 거금을 들여서 <보이스펜>을 장만했기 때문에 이번부터는 산행기가 좀더 상세해질 것 같다.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아직 기차 시각에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생맥주를 사다가 한 선생과 함께 출발 전야의 축배를 든다.
ㅇ 남원역에 내리니 양삼봉 씨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삼봉 씨는 부인이 해산시기가 다가오는 바람에 그동안 같이 산행하지 못하다가 아들을 낳고 이번 3구간부터 합류하게 되었다.  역전 광장에 있는 홍익회 매점에서 아침식사도 하면서 버스시간까지 기다리려고 했더니 마지막 기차가 끝났으니 문을 닫는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천천히 걸어 시외터미널 뒤의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대부분의 남원 시내버스는 시외터미널에서 직진하여 사거리를 건너 주유소 맞은편 정류장을 통과한다.  고기리행 버스에는 우리 세 사람과 역시 대간 산행을 하는 남·여 2명 해서 다섯 명이 전부이다. 주촌마을을 지나 덕치에서 내려 가재마을로 접어든다.
ㅇ 아침밥 짓는 연기가 파르라니 하늘로 올라간다. 옛날 책에 나오던 광경을 몇 십 년만에 본다. 가재마을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골목길을 올라가면 사람 키만한 향나무 밑에 "길가의 우물"이 있는데 이끼가 잔뜩 끼어 있는 옹달샘이어서 먹기에는 좀 내키지 않는다. 조금 더 올라 마을을 벗어나니 웅장한 소나무 몇 그루에 울타리를 두르고 동네에서 아마 수호신으로 제사를 모시는 듯 하다. 왼쪽으로 산길을 접어들어 경사가 만만치 않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예닐곱개를 넘어서니 수정봉에 이른다. 수정봉 정상, 조그만 공터에는 철사줄은 녹슬어 끊어지고 나무막대만이 처량하게 리본 몇 개를 달고 서 있다.
ㅇ 입망치 도착. 별다른 표지는 없이 오른쪽에 우마차 길이 보이고 무덤(전주 이씨) 왼쪽으로 올라간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 680봉에 이르니 공터에 콘크리트 블록이 흩어져 있고 무덤의 흔적이 있다. 산행 자료에 나와있는 <봉수대 모양의 돌무덤>은 모르고 지나간다. 산판길을 세 번째 만나면(갈림길) 금방 왼쪽 산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얘기에 팔려서 리본을 못보고 지나쳐 계속 산판길을 내려가니 5분 정도 가서 샘물이 있다. 물 뜨러 온 마을 사람한테 물으니 대간 길을 지나왔단다. 여기서 계속 내려가도 여원재에서 오른쪽으로 5백미터 떨어진 24번 도로에 나가게 된다.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10여분을 올라가 살펴보니 전봇대에 리본이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ㅇ 여원재에 도착. 정류장에 바로 붙어서 마을 입구가 있고 그 오른쪽에 절이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당 안으로 쑥 들어가니 수도가 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자리 깔고 물을 끓이는데 옆에 보니 대파 묶음이 보인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마음속으로 감사 드리고, '파 숭숭, 계란 퐁당' 라면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ㅇ 여원재를 출발. 정류장에서 남원 쪽으로 바라보니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입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장치마을을 멀리 바라보고, 장등재는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쳐 송전탑에 이른다. 왼쪽에 있는 무덤과의 사이로 길이 있고 수없는 오르내리막을 지나서 다시 힘차게 오르막을 넘어서니 두 개의 암릉 구간이 나타나는데 별로 크지는 않지만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올라서기가 상당히 위험스럽다.
ㅇ 고남산 정상에 섰다. 바위로 된 좁은 정상에서는 주변이 온통 발 아래로 보이는데 멀리 덕두봉과 바래봉에서 만복대에 이르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윤곽이 뿌연 안개 속에 위용을 뽐내고 그 뒤로 반야봉과 천왕봉도 흐릿한 모습을 보인다. 전망이 이렇게 좋으니 산불 감시용의 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또 감시원도 배치되어 있다. 비록 감시원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어울리지 않게 스텐레스로 된 정상 표지 막대봉에는 누군가가 암릉을 지나올 때의 두려움을 적어놓았다.
ㅇ 정상을 내려서니 산불초소가 있고 한국통신 중계소 철망의 왼쪽으로 내려간다. 찻길이 나오면 오른쪽 중계소 쪽으로 조금 올라가 모래함 뒤 전봇대에 달린 리본을 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 다시 찻길이 나오면 오른쪽 40여 미터 길이 넓어진 곳에 소나무에 리본이 달려있다. 다시 세 번째로 찻길을 만나는데, 왼쪽으로 7∼80 미터를 내려가면 오른쪽 전봇대에 위험표지판이 있고 맞은편에 샛길이 보인다.
ㅇ 통안재는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산판길을 만나니 쌍분으로 된 무덤이 오른쪽에 보인다. 지도상의 유치재도 알아볼 수 없고 매요리 마을 뒷산에 이르니 리본이 사라져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폐가의 앞마당으로 해서 마을에 들어선다. 이 길이 맞는 길이기를 바라면서 몇 집을 지나니 '구판장'이라고 유리창에 쓴 집이 보이는데 문이 잠겼다. 물어보니 여기는 옛날 자리이고 지금은 구판장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마을회관을 지나 골목을 꺾어서 야릇한(?) 색깔의 '휴게실'이라 간판을 붙인 구판장이 있다. 우선 막걸리 한 병을 시켜서 목을 축이고 마을회관에서의 숙박을 알아보니 이장님이 밭에 일하러 가서 언제 올지 모른단다. 혼자 온 남자와 함께 노인회관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기름값으로 성금을 2만원(혼자 온 사람은 1만원을 냈다) 내고 싱크대와 TV가 갖춰진 온돌방에서 자게 됐다. 아, 공포의 1.8리터 소주병이 또다시 등장했고 그날 밤 나는 완전히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ㅇ 아침도 못 먹은 채, 예정보다 늦어서 매요리를 출발한다. 구판장 앞을 지나 폐교를 끼고 조금 지나 찻길에 내려서면 직진 방향의 산길로 접어든다. 618봉에는 무너진 무덤이 있고 왼쪽 내려가는 길로 꺾어진다. 고속도로에 도착하니 기대했던 토끼굴을 찾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무단횡단을 감행한다. 언젠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토끼굴을 설치하던가 아니면 매요마을에서 사치마을 쪽으로 가는 차도를 따라 가던가, 아니면 지리산 휴게소까지 가서 건너야 하는데 어느 하나도 시원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사치재는 구별이 안되고 급경사를 20여분 올라오니 헬기장이 나오고 저 아래로 <지리산 휴게소>가 보인다. 산불지대를 지나 내리막을 한참 내려서니 새맥이재에서 우마차길을 건너게 되고 오른쪽으로 공터와 커다란 돌기둥 두 개가 보인다. 지도상에는 이쪽으로 샘터가 표시되어 있는데 시간이 없어 찾지는 못하겠다.
ㅇ 허기가 지고 다리는 후들거려 한참을 쉬었는데도 다시 오르막을 만나니 죽을 맛이다. 힘들게 기어올라 헬기장을 지나고 시리봉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서 큰 바위를 통과하니 781봉에 도착한다. 여기는 공터의 가운데에 가지가 밑에서 둘로 갈라진 소나무가 있어서 알아보기가 쉽겠다. 북으로 아막산성 터의 돌무더기가 보이고 그 뒤로 치재와 우뚝 솟은 봉화산, 그리고 오른쪽에 새로 만든 듯한 천문대 망원경 돔이 보이는데, 길을 내느라고 산을 깎은 모습이 흉칙하게 보인다. 원래는 복성이재를 지나 치재까지 가서 하산할 계획이었지만 복성이재 너머로 보이는 치재의 우뚝 솟은 모습에 그만 다리가 후들거려 복성이재까지만 가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멀리만 느껴지던 아막산성 터에 어느덧 올라 돌탑 앞에서 폼 잡고 사진을 찍은 뒤, 산판도로를 두 번 가로질러 복성이재에 다다르니, 오른쪽 아영면 쪽은 2차선으로 포장이 되어 있는데 왼쪽의 번암면 쪽은 아직 비포장이다.
ㅇ 발가락까지 아픈 다리를 끌고 찻길을 10여분 내려가는데 뒤에서 조그만 트럭이 달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길 한복판까지 나가 세워서 아영면 바로 전까지 얻어 탔다. 시내버스를 타고 남원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침 금방 떠나는 버스에 빈자리가 있어서 일행은 다음을 기약하고 손을 흔들었다.
ㅇ 여러분! 산에서는 과음하지 맙시다.

≪기록≫  
3월 15일(금) 영등포 역 출발(23:59)
3월 16일(토) 남원역 도착(04:25) → 시내버스 출발(06:15) → 덕치(06:50) → 가재마을(07:05) → 수정봉(08:00) → 입망치(08:38) → 680봉(09:15) → 여원재(10:25/11:40) → 장치마을(11:53) → 송전탑(12:28) → 암릉구간(14:20) → 고남산(14:30/14:40) → 쌍분 무덤(15:36) → 매요리(16:50)
3월 17일(일) 매요리 출발(07:45) → 618봉(08:25) → 88 고속도로(09:00) → 헬기장(09:26) → 새맥이재(10:34) → 헬기장(11:33) → 781봉(12:12) → 아막산성 터(12:35) → 산판도로(13:00) → 산판도로(13:13) → 복성이재(13:17) → 아영(13:40/14:20) → 남원(15:15) → 남원 출발(인천행 15:30/서울행 15:40)  * 컨디션 난조로 이튿날 구간 속도는 평소보다 시간당 10분 정도 늦어진 기록임.
산행거리 27.4km/백두대간 구간 27.4km
≪정보≫
ㅇ 영등포-남원(기차) \15,500  아침식사 \3,000   남원-덕치(시내버스) \1,700   막걸리(1병) \1,200   노인회관 성금 \7,000   아영-남원(시내버스) \2,200   남원-서울(우등 고속버스) \17,700   계(1인당) \48,300
ㅇ 매요리에서는 남원이나 인월에 가서 자고 새벽에 다시 들어와도 됨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가재마을(마을회관), 여원재(절), 매요리,
ㅇ 복성이재나 치재에서 구간을 끊는 경우, 성리마을로 하산하게 되는데 버스가 하루 4번 밖에 없으므로 옆마을인 구상으로 가거나(하루 12번)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아영면(18번 정도)으로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ㅇ 산행 중의 지나친 과음은 일정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절대 삼가하도록 합시다.(하산 후의 막걸리 한 사발은 보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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