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걷다..설악의 백미 용아장성(龍牙長城)

by 카오스 posted Aug 02, 2008 Views 2370 Replies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용아장성.. 산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갖는 곳! 수렴동대피소를 기점으로 좌로는 가야동계곡과 만경대, 공룡릉을 거느리고 우로는 수렴동.구곡담계곡을 끼고 서북주릉이 장대하게 펼쳐져있는 내설악의 그 핵심에 자리하고 수렴동에서 봉정암을 향해 20여개의 크고 작은 암봉들이 용의 송곳니처럼 솟아있는 암릉이다. 설악을 더욱 설악답게 하는 용아장성과 화채능선, 그리고 서북릉과 공룡능선은 육당 최남선으로 하여금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는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고 말하게 했으리라." 어둠을 뚫고 02:30분 용대리에 닿는다. 버스편을 함께 이용한 12명의 건각들이 잰 걸음을 놓으며 어둠속으로 빨려든다. 한시간도 체 지나지 않아 백담사에 닿고, 또 한시간도 체 지나지 않아 영시암에 닿는 잰 걸음들이다. 오로지 물소리만이 함께할 뿐이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05:00시경, 용아장성의 덧니에 해당하는 옥녀봉을 향해 된비알을 오른다. 옥녀봉에 있을 비석은 십여년전이 훌쩍 지나 다시 용아를 찾는 날 반겨줄까..!! 뜀바위앞에서 잠시 갈등한다. 이걸 뛰어~~!! 우회해~!! 여기서 뛰지못하면 고행의 길임을 자임하고 나선 이번 산행의 의미가 퇴색될까 두렵다. 뜀바위에서 뛰다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보다 나름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렵다. 뛰자..1m여의 거리이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하늘을 날듯, 개구멍바위에 매여있는 슬링줄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많은 산객들의 목숨을 앗아간 개구멍바위.. 개구멍 바위 앞 암벽위에 추모비가 하나 있다. 산을 사랑했던 산사람의 흔적 앞에서 기암괴석은 세월에 무심한 듯 침묵하고 있었다.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 그대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산이 있다. 용아의 웃음 위에 함박 피어난 가을꽃의 향기처럼 스러진 우리의 산친구 ooo이여. 하루 종일 솔향기 퍼서 나르는 설악의 바람과 함께 자유로이 춤출 그대의 넋이여. 1982. 8.12 AC ooo] 옥녀봉, 개구멍바위를 지나 아침식사를 함께 나눈 후로 버스를 함께 이용한 일행들관 무관하게 봉정암 직벽에 닿기까지 홀로산행으로 진행한다. 용아장성을 호위하듯 유순하게 뻗어있는 서북주능과 암봉미를 자랑하는 공룡능선은 짙은 안개에 가려 게으럼에 푹 빠져있는 듯 하고 암봉들을 한걸음 한걸음 단애와 침니를 넘어서며 자연앞에 선 인간의 단면을 그려본다. 神앞에 默示하고 自然에 兼虛하며 人間에 忍耐하라. 내가 가진 종교이다. 산에 들면, 산도 없어지고 나도 없어지는 이 느낌은 자연과 하나되어 있음일까? 용아장성..그 안에 내가 있다는거 그것으로 충분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멀리 병풍처럼 둘러쳐진 서북주능선.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수렴동.구곡담 계곡. 두능선과 두계곡 그 핵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성벽 용아장성 고개를 돌리면 가야동 계곡과 공룡능선. 앞으로는 봉정암으로 향하는 연봉들을 너머 소청과 중청을 너머 대청이 그너머로 울산바위와 동해까지.. 연이어 지는 칼날 같은 암릉길을 오르고 내리며 비워지는 자신을 본다. 설악의 백미 용아장성을 걸으며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속에 담겨진 두려움까지 엿볼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바람이 거세다. 암릉길을 걷는 나를 쓸어버릴 듯 강한 바람이 분다. 바람을 피해 잠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안도와 대견함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봉정암으로 이어지는 도열해있는 암봉들을 바라보며 자연이 가진 조화로움에 넋을 잃는다. 십여년만에 다시 찾은 용아는 쉽사리 그 풍광을 토해내지 않는다 여전히 짙은 깨스가 자욱하다. 눈을 감고 걷고 싶어진다. 눈 감으면 더욱 또렷해지는건 봉우리만은 아니다. 짙은 깨스와 무관하게 모든것은 그대로.. 이 길에서의 안식은 기억으로 남고 가슴저편에 작은 무덤하나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젠 내가 돌이 될 차례.. 이젠 너에게서 그리움으로 남을 차례 나무에게서도 강에게서도 바다에게서도 이젠 그리움으로 남을 차례 바람으로 살다가 돌이 되어 버리면 평생을 두고 그리움으로 살겠지.. 그리웁고 그리웁고 또 그리웁고 이젠 내가 돌이 될 차례 너가 바람이 될 차례.. -카오스의 지난 설악 산행기에서 발췌-
    10:30경 봉정암 25m직벽앞에 도달한다 많은시간을 예상한 용아장성릉을 다섯시간 반만에 주파한 것은 산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설악이 가진 조화로운 그 절경들이 나를 이끈 것이다. 봉정암에서 점심공양을 얻고 계곡에서 물과 노닐다가 쉬엄쉬엄 용대리에 도착하니 15:30분경, 무박산행으로 진행한 설악에서의 꿈결같은 13시간은 이렇게 설악의 이야기를 담은 물과 함께 흘러간다.
          최대 난코스로 불리는 개구멍바위.. 개구멍바위 뒤로 옥녀봉이다.
        서북주능, 공룡능선, 오세암, 만경대
                  암릉과 나무와 숲의 조화
                산에 들면 산이 없다
                          단애와 암릉길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지금 막 어둠이 내리면 붉은 탄환케이스로 멧돼지를 쫓아 간다는 어느 옛포수의 이야기가 익어 가는 것을 아. 이런 밤에는 칡, 감자라도 구워 먹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백담사 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 했다 그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자 했던 바이런이 죽어 하나의 해골이 된것 처럼 우린 철학을 부어 마시자 했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아란 하늘을 통채로 호흡하는 푸른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 설악산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