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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날(6월 19일) - 구이양(貴陽)을 거쳐서 구이린(桂林)으로 가기

 

 이제 <구이양(貴陽)>으로 가야 한다.

 구이양은 이번 여행에서 어떤 볼거리나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구이린(桂林)>으로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도시로,

기왕 가는 김에 뭐 볼거리가 없을까? 하는 곳이다.

 

 <황궈수폭포>에서 <안슌(安順)>행 버스를 타고 구이양 버스를 갈아타는 것은

문제없이 매끄럽게 연결이 되었고, 구이양의 <체육관버스터미널>에 잘 도착했다.

 

 기차역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이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뒤뚱뒤뚱 부지런히 걸었다.
 다섯 걸음쯤 앞에 어떤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웬 남자가 살그머니 뒤로 다가가더니

양쪽 귀를 잡았다.   이때까지는 나는 그 남자가 여자와 서로 아는 사이이고

깜짝 놀라게 하려는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남자는 번개같이 찻길로 뛰어들어

자동차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 유명하다고 하는 '구이양의 날치기' 현장을 목격한 것이었다.

 그 날치기범은 육상선수로 나서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여권과 현금이 들어있는 숄더백을 앞으로 돌려 메었다.

 

 기차표 예매는 이제 경험도 있고 하루에 1편 밖에 없어서 단순하니까 자신있게 매표창구로 가서

 '내일 밤, 구이린행 잉워(硬臥, 딱딱한 침대칸)차표'를 달라고 했는데 없단다.

 롼워(軟臥, 푹신한 침대칸)는? 그것도 없다고?

 그럼 뭐 있어요? 모두 매진이라고?
 기차역 부근에 있는 여행사를 찾아 물어보았는데 역시 기차표가 없다.

 

                    [구이양 기차역]

510-1632.JPG

 

510-1632-1.JPG

 

 

 

 일단 오늘 숙소부터 잡아 놓고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여행책자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해 보았으나 불통이다.

 경험자들 말이 구이양에서 싸구려 호텔에 갔다가 외국인을 받을 수 없다고 퇴짜 맞았다던데

 그렇다고 고급 호텔로 갈 수도 없고 치근덕거리는 삐끼한테 물어보니 빈관 보통방이 60元이란다. 

 아까 날치기 현장도 보았겠다, 물가도 비싼데 볼거리도 없는 도시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할 수 없다, 버스로 가야지.

 구이린으로 가는 버스는 아까 내린 <체육관터미널>이 아니라 시내 북쪽에 있는 <구이양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데 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가서 안내판을 보니까 버스도 하루에 침대버스 1편 뿐인데 요금이 자그마치 260元이다.

 기차 잉워(硬臥)표에 비해서도 너무 비싸다.

 일정에 시간 여유가 있으니 구이양에서 하루이틀 더 머물고 늦게 이동해도 상관없겠다 싶어서

  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내일 표 없으면, 모레 표라도 주세요."

 - "없어요."
 "그럼 언제 표 있어요?"

  - "토요일(5일 후) 표는 있어요."
 

 별로 볼거리도 없는 도시에서 닷새를 있으려면 일정의 차질은 물론이거니와 숙식비가 버스비보다 더 들겠다. 

 

 다시 나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구이양버스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입구 철문이 막 닫히려고 하고 있었다. 뛰었다.

 경비원이 뒤에서 뭐라고 소리쳤지만 못 들은 척 하고 뛰어 들어갔다.

 업무시간이 끝나 뒷정리를 하고 있는 매표창구의 여직원에게 구이린 버스표를 달라고 소리치는데

 뒤쫓아 온 경비원이 뭐라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나!
 

 엉터리 중국어 실력이지만 한참 대화를 하다보니 정리가 되는 것이,

 여기서는 구이린(桂林)행 버스를 탈 수 없고 다른 터미널로 가야한다는 것 같다.

 커다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내 표정이 불쌍해 보였는지 그 경비원 아저씨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나를 끌고 큰 길로 나간다.
 그리고는 무슨 인쇄물 약도를 하나 주고 짚으면서 그리로 가라고 한다.

 아하! 계림 노선이 다른 버스터미널로 이전했다는 안내장이다.

 이 아저씨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찾아 타라 하더니 운전수에게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일러주기까지 한다.

 경비원 아저씨, 씨에씨에(謝謝)!! 

 

 터널을 3개쯤 지나면서 언덕길을 정말 거북이처럼 더디게 올라가는 시내버스에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출발 5분 전에 도착하여 간신히 하루에 한 대 밖에 없는 구이린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교통수단도 골고루 경험하고 싶어서 침대열차와 침대버스를 계획에 넣었는데

침대열차는 실패했지만 침대버스는 이렇게 해서 경험하게 되었다.

 따리에서 경험자가 말하기를 중국의 침대버스는 3층으로 되어 있어서 높이가 낮은 탓에

자리에 일어나 앉지를 못하고 내릴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이 버스는 2층 구조로 편하지는 않아도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침대버스]
   2층침대가 옆으로 3줄, 길이로 6줄 놓였는데 앞사람 머리 밑으로 뒷사람 발을 집어넣는 구조이다.

 신발을 비닐주머니에 담아 들고 타면 생수 한 병씩을 나누어준다.

 베개나 담요가 불결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침대에 앉으면 머리가 위에 닿을락말락 하는 정도이지만

침대 폭은 엄청나게 좁아서 어깨가 넓은 사람은 고생이 될 듯.

 표를 살 때 아래나 위, 침대를 고를 수 있다.

 

                 [침대버스 사진]

510-1950.JPG

 

 

                      [창가 양쪽과 가운데 3열 종대 2층 구조]

510-1950-1.JPG

 

510-1950-2.JPG

 

 

         [신발을 담은 비닐봉지와 물병. 발은 앞사람 머리 밑으로 들어가는 구조]

510-1950-3.JPG

 

 

     ♨ 침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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