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리 산 행 Ⅰ

by 부용 posted Jan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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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리 산 행 Ⅰ

                               芙 蓉


새벽녘 적막함이 역사(驛舍)속으로 스며든다
색색의 등산복 커다란 배낭은
우리의 갈 길을 말해주고
쏟아내 흩어져 버린
제각각 길 끝의 지리는
눈구름 속에 묻혀 있다

양지와 음지가 그렇게 다르듯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얼고 얼어
쪽빛 기둥으로 서서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밤새 지나다닌 어린 발자국들을 거슬러
넓적한 등산화 자국을 남기며
차디찬 물 한모금으로 배고픔을 달래본다

쌓인 눈 가득 안고
삶의 무게인양 축 쳐진 산죽은
어느 새 파란 봄 기운을 받아
가느린 잎새를 꽂꽂이 세우며
쉬어가라고, 힘 내라고, 다 왔다고
눈가루 뿌리며 재촉한다

구름은 산허리를 감아 물결처럼 넘어가고
바람은 땀방울과 함께 온데간데 없는데
오른 만큼 내려서는 암담함에 한기 느낄때
일몰은 핏빛 온기되어 가슴 속에 퍼지고
설화는 산호초 마냥 뽐내며 웃고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朱木)을 새.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