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리 산 행 Ⅱ

by 金蓮珠 posted Jan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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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芙 蓉


곳곳에서 각각의 시간으로
떠나고 만나는 지리산님들

하얀 눈 위에 발자국 남기듯
우리는 그렇게 마주보며 웃는다

힘겹게 메고 온 배낭 속에서
사랑을 꺼내고
차가운 바람 여민 옷깃에서
마음을 나눈다

소금기 가득한 땀방울 훔치며
걸어온 길 뒤 돌아보면
겹겹이 이어진 능선들은
살아온 마디인양 아득하다

터질 것 같은 가슴 고르며
고도를 높이는 한 걸음은 한 걸음은
앞에서 살피고 뒤에서 격려하는
산사람들의 사랑 나눔

직벽(直壁) 같은 내리막의 아찔함은
속세로 나서는 구도자의 양식 같은 것
눈 덮힌 계곡에서 만날 생명수를 향하여
긴 하늘 길을 걸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