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나목
시. 강희창
어느 밤, 나목의 숲으로 걸어갑니다
한기 삼킨 어둠이 들짐승처럼 파고들어
깨벗은 동토 위에 나를 할켜대면 댈수록
외로움 옆에 외로움으로 기대지 못합니다
몸서리치듯 그 외로움을 말해버린 지금
알몸으로 서성대는 젊은 날의 환영들이여
버국에 상흔으로 남겨지는 불면 속으로
빠져들며 철저히 세상에 홀로이고자 했습니다
때론 한껏 내뻗어 헛손질만 하던, 그렇게도
간절했던 날들은 눈발처럼 부서져 나리고
한 잎 내놓을 것도 없는 날들을 키웠습니다
중심의 울먹임은 밖으로 들리지 않는 법
얼마를 인내해야 꼿꼿이 설 수 있을지
얼마를 자라야 평안에 다다를 수 있을지
차마 어둠을 채질하다 기진하는 외딴 한데
새벽이 올 즈음이면 삭풍도 잦아들지만
숨죽이며 바알갛게 먼동이 터오기를
처연히 바라는 저 눈빛들
나무도 밤이 무섭습니다
* Golana-Sacred Silence
밤낮으로 매서운 폭설의 추위에도
끄덕없는 나목의 생애를 그냥 바라만 보았던
무지한 제 마음이 어리석다 합니다.
산에 사는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 깨침의 시에
귀열고 눈뜨는 새벽의 감상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