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등단 시조 /당선소감(옮김)

by 도명 posted Dec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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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당선작]


지리산 연가,

김연주


이른 아침 창을 열면 아스라히 보인다
하얗게 눈 내린 천왕봉 그 언저리
상고대 바라보면서
고즈녁이 살고 싶다.


옅은 어둠 달려서 계곡 물소리 깨우면
뽀얀 입김 내뿜으며 숲은 기지개 켜고
짝째기 엄마 젖무덤 같은
골짜기가 반겨준다.


운무와 능선 한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길 지나 너덜길 끝 암자 같은 대피소
이보다 아름다울 순 없으리
어느 누구 별장도.


내려서면 그립고 돌아서면 더 그리운 산
오른 만큼 내려서는 암담함에  한기 느낄 때
일몰은 핏빛 온기로
가슴 속에 퍼진다.


이른 저녁 굴뚝에서 하얀 연기 펴오르면
장작 타는 부뚜막에 주저 앉아 울리라
살아온 통한의 시간들
매운 눈물로 지우리라.


-2005.시조세계 13회 신인상 수상작-


* * * * *


당선 소감/김연주


당신이 전해 주신 큰 소식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야간 열차를 타고 종주 산행에 나서서 어둠이 비껴선
노고단에 올라 골골이 이어진 주능선 품은 상봉을
첫 대면 하는 두근거림입니다.
초보산행의 긴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부족한 졸작에 무거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불러 주신 사랑으로 맑고 투명한 시조를 읊고 싶습니다.

낮엔 국군들의 닦달에
밤엔 빨찌산들의 약탈에 마음까지 놓아 버렸다는
마천골엔 지금도 시골 인심치고는, 나눔에 인색하다고 합니다.
잊혀져 가는 역사의 아픔을 보듬는
민족의 靈山 지리산은 늘 그자리에 있습니다.
그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잡아 이끌어 주신
시조세계에 배움의 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시조의 길로 이끌어 주신 오영희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마천골에서
언제나 사랑의 성원을 보내시는 언니님들, 친구들, 그리고 늘 함께
하는 직원들과 가족들의 사랑에 이 기쁨의 노래를 올려 드립니다.
"단풍이야 옷 갈아 입은 채 날아가지만
흐르는 물 위에 맴도는 나는 한 소절, 시조가 됩니다."




# 시조세계 21호 겨울호에 실린 능선샘님의 당선소감을 옮깁니다  도명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