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치다가
- 죽지 안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 -
( 이형기 )
시. 강희창
거친 세상에 거처居處 하나, 안주하며
내심 깊이 있는 삶을 살아보리라던 생각
그 끝에서 가시에 찔리고 마는
내 어리석음을 심하게 탓하고 만다
살 속 깊이 쳐들어온 가시는 피 맛을 안다
철조망 치고 이중 갑옷을 둘러가며
지켜내려 했던 것, 호된 수행 뒤의 것
거친 것의 내면은 언제나 부드러움이다
비명의 혈관 사이사이 습윤은 말라가는데
꽉 찬 실함 속에 전분 알갱이의 소스라침
뼈의 보호를 받는 연약한 장기도 아닌 것이
강제로 징집된 순결을 이야기하듯, 흠칫
빗긴 생채기에서 수줍게 맞닥뜨리는 생명의 면목
은밀히 찌워온 스스로 가치를 달아 본다
내게도 숨 멎는 날까지 지켜내야 할 것이 있다
두르고 또 둘러쳐 가며 여물게 보듬고 싶던
하지만 느슨함에 방목된 하찮은 쾌락쪼가리들
그 갉아먹음으로 인해 나는 늙어가리라
이제껏 익숙해져 딱딱해진 나의 그것을 향해
내가 칼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