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치다가

by 볼프강 posted Dec 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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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치다가
        
         - 죽지 안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 -
                                    ( 이형기 )

            시. 강희창


    거친 세상에 거처居處 하나, 안주하며
    내심 깊이 있는 삶을 살아보리라던 생각
    그 끝에서 가시에 찔리고 마는
    내 어리석음을 심하게 탓하고 만다
    살 속 깊이 쳐들어온 가시는 피 맛을 안다
    철조망 치고 이중 갑옷을 둘러가며
    지켜내려 했던 것, 호된 수행 뒤의 것
    거친 것의 내면은 언제나 부드러움이다
    비명의 혈관 사이사이 습윤은 말라가는데
    꽉 찬 실함 속에 전분 알갱이의 소스라침
    뼈의 보호를 받는 연약한 장기도 아닌 것이
    강제로 징집된 순결을 이야기하듯, 흠칫
    빗긴 생채기에서 수줍게 맞닥뜨리는 생명의 면목
    은밀히 찌워온 스스로 가치를 달아 본다
    내게도 숨 멎는 날까지 지켜내야 할 것이 있다
    두르고 또 둘러쳐 가며 여물게 보듬고 싶던
    하지만 느슨함에 방목된 하찮은 쾌락쪼가리들
    그 갉아먹음으로 인해 나는 늙어가리라
    이제껏 익숙해져 딱딱해진 나의 그것을 향해
    내가 칼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