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타령(打令)

by 박해수 posted Sep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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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지리산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아픔과, 상처, 그 사랑으로 다시 굳게 만나 엉겼으니
천둥도 달아나고 하늘도 매화꽃을 뿌렸네
철쭉은 유혈로 피어나 아직도 네 불붙는 동맥이
붉게 흐를 것 같은 지리산 뱀사골,
뱀의 혀 같이 붉은 네 사랑도 이길을
피빛, 피, 피바람으로 얼룩지다.
술집에 피는 핏빛, 술빛 막걸리 빛으로 농 익은
삶이 피빛으로 핏빛으로 다시 피어서
지리산 둥줄기, 삶의 등짐, 시퍼렇게 시퍼렇게 푸르는것을
명주실 푸른 실오라기 같이 네 푸르른 삶의 시린 등짐이
시름으로 내리다 시름으로 시름,시름 내리다
반달이 일찍 나와 네 손거울에 앉았다
빛을 빛으로 몰려 들판을 찾아 들 것이다
그늘은 그늘로 몰려 찾아 올 것이다
더욱 삶은 산과 산을내려 들판과 나무와 반달속에 숨었고
하필이면 지리산, 지리산 소리꾼이 산 넘어 강 넘어
숫염소뿔빛 노을 등짐지고 떠나는 날, 저녁녘 매화꽃 날리는
매화꽃, 흰 눈발은 삶의 변두리, 네 가슴에 눈물로써 다시 붐비다
매화꽃, 흰 눈발은 삶을 적시는 눈물의 섬진강 변두리 다시 붐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