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풀밭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나무 아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골짜구니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산등성이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나고 죽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아름다운 질서들 그리고 뜨거운 목숨들 다만 그것 뿐 삭혀라, 잊어라, 그러면서 살아라 일러주는 바람소리 다만 그것 뿐 너 사는 마을 그 마당에 빨래 펄럭이고 그 고샅에 텃새소리 여전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