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밤, 나목

by 때까치 posted Dec 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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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밤, 나목
        
            시. 강희창

    어느 밤, 나목의 숲으로 걸어갑니다
    한기 삼킨 어둠이 들짐승처럼 파고들어
    깨벗은 동토 위에 나를 할켜대면 댈수록
    외로움 옆에 외로움으로 기대지 못합니다
    몸서리치듯 그 외로움을 말해버린 지금
    알몸으로 서성대는 젊은 날의 환영들이여
    버국에 상흔으로 남겨지는 불면 속으로
    빠져들며 철저히 세상에 홀로이고자 했습니다
    때론 한껏 내뻗어 헛손질만 하던, 그렇게도
    간절했던 날들은 눈발처럼 부서져 나리고
    한 잎 내놓을 것도 없는 날들을 키웠습니다
    중심의 울먹임은 밖으로 들리지 않는 법
    얼마를 인내해야 꼿꼿이 설 수 있을지
    얼마를 자라야 평안에 다다를 수 있을지
    차마 어둠을 채질하다 기진하는 외딴 한데
    새벽이 올 즈음이면 삭풍도 잦아들지만
    숨죽이며 바알갛게 먼동이 터오기를
    처연히 바라는 저 눈빛들
    나무도 밤이 무섭습니다






    

        * Golana-Sacred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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