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세모에 오랜 추억 한 수 떠 올리며
나, 어찌 살았나 마음 갈피 넘기면서 해를 보냅니다
님들의 밝은 해에 더 큰 문운을 빕니다 도명 합장,
몽마르뜨 언덕의 기억 (1)
度明 오영희
파리의 달동네에 우뚝 솟은 하얀 궁전
순교자들 처형한 무덤이란 내력안고
악사는 빈민의 애환 연주한다 그 언덕 광장에서.
언덕길 수를 놓듯 수십 층계 오른 무리
뒷 골목 옹기종기 진을 친 초상화 판전
초상화 보다 더 그림 같다 서양화가 여인 속.
키작은 그녀는 응달진 곳에 비껴 서 있다
동포의 말소리에 반가운 눈빛 그 눈물.
굶주린 대화에 말문 열고 화색 돌던 목소리.
빵을 찾는 유학 희생녀 살붙이로 보여
따끈한 커피 한 잔 초상화와 맞바꾸고
한사코 거절하던 마음 담아 온 그 골목 여운.
황급히 헤어져 떠난 엄마얼굴 그리듯,
따근한 차와 빵에 붓 한 끝 잡고서
이 겨울 몽마르뜨에서 못다 한 초상 그릴가.
- 1996년 파리여행 기억에서-
파리시내가 보이는 몽마르뜨언덕궁전 앞 층계의 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