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5편 -도명
1. 외갓집 살구나무
대울타리보다 키가 큰 외갓집 살구나무
노란 살구 한 소쿠리 안마당서 줍노라면
골목길 애들도 신났다
살구줍는 소리로 .
2. 감나무 아래
감나무 그늘 아래 대나무 평상에서
할머니 긴 담뱃대 지리산 노루 얘기 풀면
담뱃불 꺼진 줄도 모르고
낭낭하던 그 음성.
모깃불 피워놓고 부채질 쉬지 않던
할머니 무릎 베개 깜박 잠든 손녀는
은하수 오작교 사연
까치 머리 궁금했지.
3. 입 좁은 매실주 항아리
섬진강 다압골 오천이 아재 오시면
멍석위에 수북한 푸른 매실 덥석 안던 할머니
입좁은 독항아리 속에
술 목욕을 시켰다.
추석 지난 어느 장날 빈집에 남은 아이
광문 열고 독안에 손목 쓰윽 넣었다가
항아리 끌어안고서
코 골았던 매실 맛.
4. 양철 지붕 집
비오는 날 외갓집 지붕에 콩 볶는 소리
긴 허리 동여매신 할머니 부침개 솜씨
들기름 한두 숟갈에
찹쌀 부침 그 꿀 맛.
해량촌 골목길 동구 밖 들어서면
'양철집 손녀 오는가베' 반겨주던 사투리에
꽃 대궐 공주되던 곳
그리운 그 사립문.
5. 빨래 하던 강
엄니가 빨래하러 강가로 가시는 날
빨래 방망이 들고 신나서 따라갔다.
엄마의 흰 머리 수건
방망이질 흥겹고.
강물에 던져 헹구던 큰 이불 호청도
갱조개를 줍고 놀던 발목 아래 모래톱도
한 시절 신기루였나
추억 속에 출렁인다.
-2008.9. 시조세계 가을호 오영희 신작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