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1
천왕봉에 올라
하늘의 종소리를 듣다 오 하느님
지리산·2
인간사 모든 고뇌가
한 조각 구름인 것을
지리산·3
오르고 또 오르면
내려갈 길 아득하여라
지리산·4
장터목산장 화장실에는
깨달음의 똥이 가득
지리산·5
골짜기를 흔들어 깨우렴
무재치기폭포여
지리산·6
선비샘에 앉아서 마음을 씻어내니
한 오라기 인연도 부질없는 집착이네
지리산·7
운해를 저어 저어
벽소령이 달려간다
지리산·8
연하천 그믐달아
저 별을 따주오
지리산·9
무슨 꿈을 꾸었느냐
뱀사골의 깊은 밤아
지리산·10
어디로 갔을까
반야봉에 비낀 노을
지리산·11
그 누가 알아주랴
피아골의 깊은 침묵을
지리산·12
노고단을 딛고 서서
해동청을 꿈꾸노라
지리산·13
화엄사 골짜기는
화엄경을 밟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