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5편-

by 도명 posted Sep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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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의 추억 5편 -도명

           1. 외갓집 살구나무


대울타리보다 키가 큰 외갓집 살구나무  

노란 살구 한 소쿠리 안마당서 줍노라면

골목길 애들도 신났다

살구줍는 소리로 .

       2. 감나무 아래


감나무 그늘 아래 대나무 평상에서

할머니 긴 담뱃대 지리산 노루 얘기 풀면

담뱃불 꺼진 줄도 모르고

낭낭하던 그 음성.


모깃불 피워놓고 부채질 쉬지 않던

할머니 무릎 베개 깜박 잠든 손녀는

은하수 오작교 사연

까치 머리 궁금했지.


  3. 입 좁은 매실주 항아리


섬진강 다압골 오천이 아재 오시면

멍석위에 수북한 푸른 매실 덥석 안던 할머니

입좁은  독항아리 속에

술 목욕을 시켰다.


추석 지난 어느 장날  빈집에 남은 아이

광문 열고 독안에 손목 쓰윽 넣었다가

항아리 끌어안고서

코 골았던 매실 맛.


4. 양철 지붕 집


비오는 날  외갓집 지붕에 콩 볶는 소리

긴 허리 동여매신 할머니 부침개 솜씨

들기름 한두 숟갈에

찹쌀 부침 그 꿀 맛.


해량촌 골목길 동구 밖  들어서면

'양철집 손녀 오는가베' 반겨주던 사투리에

꽃 대궐 공주되던 곳

그리운 그 사립문.


5. 빨래 하던 강  


엄니가 빨래하러 강가로 가시는 날  

빨래 방망이 들고  신나서  따라갔다.

엄마의 흰 머리 수건

방망이질 흥겹고.


강물에 던져 헹구던 큰 이불 호청도

갱조개를 줍고 놀던 발목 아래 모래톱도

한 시절 신기루였나

추억 속에 출렁인다.


-2008.9. 시조세계 가을호 오영희 신작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