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질문과답변>등산자료실

조회 수 5263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80년대말 정순덕의 모습.

지리산의 마지막 빨치산 -  최후의 망실공비 정순덕.
며칠전 신문에는 재생불량성 빈혈로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는
정순덕할머니의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정순덕할머니와 관련하여  생각나는것은

1980년대말,
분단이데올로기가 햇빛아래 기어나와 여러 담론이 무성하고
그와 관련한 문학이나 제반행위가 대중성을 띠기 시작할 무렵이다.
소위 빨치산문학이라 하여 픽션이든 넌픽션이던 간에
세간에 봇물을 이루고 출간될즈음
나는 여러 책들을 섭렵하다가 이름도 특이한 [실록 정순덕]이라는 책을 접하고
아픈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보는계기가 되었다.

그후 세월이 흘러서
재작년 가을에 몇몇 지인들과  
정순덕의 특이한 역사가 숨쉬고있는 내원골에 답사를 갔었는데
그 후기와 함께
내가 가지고 있던 몇몇 자료들을 정리하여 다시 올린다.

--------------------------

<내원골 - 정순덕의 흔적을 얘기하다.>

일요일 아침,
조금은 늦은 조반을 서둘러 마치고 가랑비가 여전한 숙소를 나오니
내원사로 들어가는 길에 가을빛은 이미 산중으로부터 마중을 나와 있다..
삼장면 대포리 - 내원사입구는 수년전의 생김과는 달리 많은 변화가 일고있었다.,..

8월 한달내 연일 내리던 비가 내원골의 계류를 한층 더욱 맑게하여
玉流로 흘려보내고 있는데
그곳은 진녹색의 여름은 잊어가고 가을기운이 역력해져 있었고,
지줄거리는 청정계류가 일행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너마장을 더 들어가니 아연 물소리가 귓가에 찌렁하고
좌우의 두갈래 계곡이 손을 마주잡듯 합수되는 곳,
통일신라대의 천년고찰은
그렇게 장당골과 내원골의 합류지점에 雲霧에 가린채 자리하고 있었다.

淸流가 다투어 흐르는 위로
수수하게 걸쳐있는 般若橋를
到 彼岸에 이른다는 성심으로 건너갔다.

절마당에 들어서니
여산선생이 묘사한 적이 있는 '고즈넉한 대갓집의 뒷마당같은'
가람의 정경은 사라 지고
오른편의 尋牛堂과 왼편의 어설픈 요사채를 좌우로 거느리고 서 있는
자그마한 대웅전이 나선다.

통일신라시대 無染스님이 창건했다는
천년고찰의 풍모라고는 볼수없는중에
그나마 金堂 한켠에 오두마니 서 있는 보물1113호인 삼층석탑의 풍모는
이 가람의 온갖 榮辱을 한몸에 지닌채 안타까이 서 있었다.
그것을 대하고 보니,
九重深處 永樂之地에 서 있던 탑이
어찌 이렇게도 훼손되고 일그러진채 서 있는가?



그 모양을 살펴보니
2층 기단위에 3개층의 탑신을 조성하고
相輪까지 장식한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삼층석탑 양식을 보여주는데
상륜부는 깡그리 부서져 亡失되어 버렸고,
屋蓋石의 추녀부는 직선형태를 갖추고서도
모서리는 反轉하듯
경쾌한 감을 주는 등 예술성이 깊은 석탑이라 평가받는다지만
조각난 옥개석과 탑신부의 아름다운 조각도 이미 마멸되었고
부서진곳은
착색에폭시등 현대적인 보수재료를 써서 문화주택 흙벽바르듯 수리해 놓았다.

통일신라시대 삼층석탑의 典型이며 유사형식의 始原이랄수 있는
경주 感恩寺址의 거대한 동서 쌍탑과
불국사의 석가탑, 기타 비슷한 양식의 신라 삼층석탑을 보았지만
오랜 법랍에 風磨雨洗된것이야 어쩔수 없다손....
깊게 패이고 깍이고 깨져나간 그곳에는 어설프게 보수한 흔적이 여실한데,
자료를 찾아보니 1994년도에 문화재청의 지휘로 산청군에서
1,700만원의 재원을 들여 보수하였다 한다.

더욱 마음이 무거운것은
이곳은 한국전쟁의 깊은 상처를 안고있던 지역이기에
이 탑은 피아간의 격렬한 공방에 노출되어
重火器에 심하게 얻어맞은것으로 보이기때문이다.

임란의 兵火나 도굴꾼에 의한 훼손보다 더욱 크게 손상을 준 것은
여순병란과 한국전쟁, 지리산 토벌기간의 현대식 무기에 의한 손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은 여러사례에서 알수있음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원사에서 산길로 3.5키로를 더 올라가니
'안內源마을'의 정경이 나타난다.



-80년대의 '안내원마을' 전경

분단시대와 이데올로기의 유령이 남긴 비극의 한 현장이다.
지리산 최후의 2인부대, 망실공비, 여자빨치산 - 정순덕의 고향마을이자
마지막까지 빨치산활동을 하다가
동료 이홍희는 사살되고
정순덕은 총상을 입고 검거된 그 마을이다.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처럼 궂은비는 계속 내리는데,
80년대까지만해도 10여호의 산간마을이
지금은 많이 변하여
윗쪽 계곡가에는 난데없는 별장식 高樓巨閣이 들어서고
매매물건이라는 현수막을 달고 자리하고 있는등 세속의 물신이 만발하여있는데
풀잎 무성한 언덕위로 흙으로 바른 귀틀집에 썩은 함석지붕을 얹은 집 하나가
그나마 옛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정순덕이 체포된 바로 그 '구들장아지트' 자리에는
'지리산식당'이란 이름으로
산꾼들을 상대하는 영업집이 되어 있었다.


-정순덕의 생가 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내려오던 길에
木구조 흙바름벽에 현대식으로 지은 집을 기웃거리니
할매 한 분이 안으로 들어오라 하신다.

사람이 그리운 심심산골의 정겨운 인심에
다리쉼도 할겸 거실에 빙~ 둘러 앉으니 창 밖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산골의 정적을 깨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할매로부터 정순덕의 일대기에 대한 편린이나마 들을 수가 있을까해서
내가 여쭙기를,

'아주머니! 이곳에서 사신지가 얼마나 되셨는가요?'

'한 십오개월 돼 가네요,
원래 조카딸의 집인데, 조카사위는 간암을 앓으며 이집을 짓다가
완공도 못보고 가버리고 나서
조카딸은 이 집에서 살 마음이 없어라고 하니 내가 가끔씩 들려서
쉬다가지요'
當 66세라던가?  鄭씨 성을 가진 할매가 답변하신다.

'그렇게 얼마 안 되었으니 빨치산 '정순덕'에 대하여는 잘 모르시겄네요?'
하니 의외로

'왜요? 자~알 알지요.
나는 진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곳에 자주오기 때문에
정순덕이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서도 잘 알고...
더군다나 1963년도에 정순덕이를 사로잡은 산청경찰서 경찰관의 아내가
나하고는 친구가 아닌교?'
하시었지요.


-정순덕의 생포당시와 수감중의 사진

원래 답사계획은.. 비가 오지않는 좋은 날씨였다면 '안내원마을'을 경유하여
뒷산인 국사봉을 등산하려 했지만
궂은날씨에 주저앉아 있다가
뜻밖에도
정순덕에 대한 간접증언이나마 소상히 청취할수 있었다.

계속 내리는 비는 동판홈통을 두드리며
유리문 밖의 산초나무와 오가피나무의 누리끼리한 잎에도 쏟아지고
좁으장한 잔디밭에는 걸침대가 없어 땅으로 기는 수세미가
노오란 꽃과 함께 팔뚝만한 열매도 달고 있었다.


- 85년 출감직후의 사진.

정순덕,
시대의 아픔을 온몬으로 품고 살아온 산간마을의 여자이름이다.
이데올로기가 뭣인지도, 좌우익이 뭣인지도 모르다가
남편따라 산에 들어가 죽고 傷하는 동족의 상잔을 보며
철저한 女戰士가 되어갔고

南에서는 '亡失共匪'로 北에서는 '지리산여장군'으로 불리다가
1948년에서 1954년까지의
공식적인 '지리산빨치산'의 역사가 끝나고
구빨치에서 신빨치까지 모두 궤멸시켰다고 선언한 1954년 이후에도
십년가까이 2인빨치산 활동을 한 여자이다.



정순덕은 남편을 따라 입산한지 13년만인
1963년 11월,
자기가 태어난 마을에서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생포되어 다리를 잘라내고 갇힌 후에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된후 22년간의 옥살이 끝에
1985년에 출소하였다.
그후 병든 몸으로 복지시설에 수용되어
타인에 대한 봉사를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있다고 한다.



정순덕의 자세한 一代期는
경남남해출신의 '정충제'라는 5공 해직교사가
정순덕의 구술을 채록한 것을 1989년도에 3권으로 출간한
'실록 정순덕'이라는 책자에 소상히 나와 있다..

* 관련 사진 자료




-생포당시의 보도기사...


-자수를 권유하려고 뿌려진 전단지


-사살된 이홍희의 시신


-정순덕과 이홍희가 소지하던 칼빈소총과 실탄창


-소지품 등...






-이홍희가 사살되고 정순덕이 생포된 집(앞의 양철지붕), 경찰이 잠복하였던 뒷집.



-정순덕이 유일하게 소지하고 있던 언니와 동생사진



-정순덕의 친필 편지. ....

- 이상 -










  • ?
    김현거사 2004.04.02 15:49
    6,25가 끝난 후니 1955년 쯤 되는가?
    당시 진주서 안의란 곳에 이사를 가는데,국군 가득 실은 차가 우리 이사짐 실은 차를 추월해갔다.그리고 산모퉁이 한구비 돌자,총격전이 벌어지고, 젊은 우리 국군 십여명은 차 위에 피를 흘리며 다 죽어있었다.
    빨치산의 소행이었다.지리산 빨치산 이야기 들을 때마다 피 흘리고 죽은 아군 모습이 떠오른다.
  • ?
    그루터기 2004.04.02 16:58
    잘 읽었습니다 좌우익 모든 희생자들의 아픔에 대한 역사인식을 끄집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
    나그네 2004.04.03 09:50
    자수권유 전단지에 보면 이홍이,정순덕 씨 외에 이은조씨가 있습니다. 그분의 행적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 오늘이 제주도 4.3항쟁 56주년이 되는 날이군요..
  • ?
    희망 2004.04.07 10:25
    1919년생이신 저의 친 할아버지(97년 사망) 말씀이 기억납니다. 인민군이 점령했을 때에는 죽은 사람이 없었더랍니다.(김포 XX면) 서울수복후 국군이 들어오고 생겨난 이상한 방첩(?)뭐시기인가 하는 우익청년들때문에 멀쩡한 사람들이 생매장 당하여 죽거나 쫓겨서 북으로 넘어갔다는... / 총부리를 맞댄 적보다 이념의 상처에 생겨난 적(?)은 도대체 적군인가요? 아군인가요? 국군토벌대가 죽지 않았으면 빨치산 대원이 죽었겠지요. (남편을 찾아간 촌부가 어찌 도적이란 말인가, 아!)
  • ?
    김용규 2005.01.29 14:22

    정순덕에 대한 상세한 자료 잘 앍었습니다. 1962년 2월에 함양군 휴천면 송대 마을 뒷산의 선녀굴(123년 거의 대부분 은거한곳)에서 사찰경찰 두사람으로부터 에 이은조가 사살되고 흔적을 없앤 이홍이 정순덕은 고향인 내원사쪽으로 피신하게 됩니다(송대마을 주민 증언). 사냥꾼의 개에게 들킨 두사람은 개를 죽이고 , 후에 소탕작전에 참가한 경찰은 개의 피만 확인 사실무근으로 종결지었지만 정순덕이가 생포후 이은조를 선녀굴 바로 밑에 묻었다는 말에 확인이 되었습니다.
    1962년 2월까지 이홍이 이은조 정순덕 세사람이 생존해 있었던 것입니다. 그해 11월 결국 정순덕은 고향에서 생포가 되지요. 해발 약 1000M되는 선녀굴은 천연의 요새이기도 한데 (실록 정순덕)에서는 이곳의 모습을 잘못 묘사하였더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자료실 안내 운영자 2004.03.12 3668
22 하산할 때 무릎이 아프다면(퍼온 글) 1 김수훈 2008.03.05 9213
21 부탄가스가 잘 안 나올 때.... 4 부도옹 2007.09.12 3917
20 동서울터미널 인월행 2 참고 2007.08.29 3073
19 지리산 대중교통(버스)시간표 1 file 진민(편한신발) 2005.10.11 4403
18 일출,일몰,월출,월몰 시각 3 file 허허바다 2005.01.04 4534
17 고어텍스에 대한 虛와 實 1 김수훈 2004.11.03 4387
16 지리산에 누워 있는 부처의 모습! 11 file 김용규 2004.10.31 4922
15 겨울철의류에 대해..윈드스토퍼vs폴라텍(윈드블럭) 1 초보 만식이 2004.09.18 6567
14 오브넷 가이드 같이 만들어요 ^^* 19 file 허허바다 2004.06.21 6554
13 지리구간 계산도구 (김수훈님편) 7 file 허허바다 2004.06.24 7546
12 구례--노고단 버스 시간표[변경된 것] 2 박명덕 2004.05.24 6957
» 지리산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 5 솔메 2004.04.01 5263
10 우천 허만수 산골나그네 2004.03.04 3454
9 `의류`에 관하여 4 지리1915 2004.02.13 4373
8 `다운` 제품에 관하여 (부:침낭과 우모복) 2 지리1915 2004.01.19 3445
7 즐거운 겨울 배낭 꾸리기... ^^* 11 허허바다 2003.12.18 4459
6 소요시간과 거리 간이계산 도구 (updated) 15 file 허허바다 2003.12.06 5469
5 로고, 문양,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하여... 21 허허바다 2003.11.20 3428
4 배낭과 침낭에 대하여. . . 2 산하 2003.10.27 56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