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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조회 수 266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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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할일도 없나부다.
꽃이야 피면 피고 안피면 안피는 게지. . 뭘 그리 기다리나?????
모두들 그리 생각 할테지. .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된다.
특히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뭐든 지 하는 것마다 실패하거나
별로 신통치 않다고 주눅들어 있는 나로서는 작은 일 하나 하나에
마치 대단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마음이 되어 갔다.
첫해 여름에 연을 심었지만 결국 실패해서 도중에 죽어 버렸다.
꽃이라것을 피워 보기도 전에. . .

담쟁이 덩굴이 있는 집에 간혹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 .
소설의 로맨티즘의 극적인 요소를 암시하는 아름다운 광경의 하나로
등장하는 담 가득히 번진 그 담쟁이를  갖고 싶어 했던 작은 꿈을 실현 하려고
열심히 뿌리도 얻고 줄기도 얻어 허름한 집 둘레에 이식했지만
소식도 없이 결국은 사라졌었다.
무엇인가 발견하는 즉시 얻어 들고 집에와서 땅을 파면 곧 자갈밭이
드러나서 아무 쓸모 없는 불모지 같은 땅을 파는 심정에선  호미끝에서
"터걱"하고 받치는 그 소리와 함께 아픔으로 찢기우는 비명소리가
났다. 지금도 2년전 심은 포도 나무에선 겨우 몇줄기 덩굴손이 타고
오르다 도무지 더 이상의 성장을 포기하는 기색이 연연하다.
같은 시기가 아니라 나보다 늦게 심은 다른 집에선 벌써 천정을 뒤덮을
너른 잎들이 울렁울렁 그리고 열매도 생기기 시작하더니만 . . . .

연못을 만들면서도 흙이 모자라서 겨우겨우 뿌리를 덮을 정도의 논흙을
퍼다가 만들었다. 힘도 들고 거리가 거리 인지라 흙을 운반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논에서 어마한 양의 흙을 퍼오다간
표시가 나서 농사지을 땅이 파헤쳐 지는 것을 용납할 이웃이란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골 사람들의 단순함에는 그런 이기심도 다분해서
내게 이것 저것을 신세 지다가도 정작 도와주어야 할 상황에선 늘 냉정
하다.
흙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 .

하여튼 그러그러한 우려와 노력한 것에 대한 여지 없는 댓가 없음으로
해서 내게는 은근히 패배 의식까지도 생겨났다.
한줌 한줌 흙을 퍼다 채우고,
패인 곳엔 메꾸고 ,
손과 팔 다리가 제 모습이 아니게 된 요즈음. . .
혹시나 저러다 마는 것일까?
이런 패배 의식은 늘 오마조마한 가슴졸임을 기다림 속에 덧붙여서 행복
하다기 보다 근심으로 인해 애닯곤 했다.

또 그러그러한 노력끝에 담쟁이 덩굴에서 이제서야 덩굴손이 나오고,
연못에선 찬란한 꽃이 피어난 것이다.
9시 즈음 시골장에 찬거리를 사러 가면서 한번 둘러본 수련은 그 꽃봉오리
가 터질듯해서 안쓰러웠다.
음~~~~이 삼일 내 즈음엔 피겠다.

무거운 몇가지 물건을 마을 입구에 두고 수레를 가질러 들어 오는 뜨락에서
연핑크의 빛이 새어 보인다.
낯선 무엇인가가 있네????
와!!!!세상에 꽃이 피었네!
허망하기 까지한 기다림의 끝. . .그  끝. . .
들어오는 길에 뱀 한마리를 본 것에 기분이 몹시 상했었건만 그런거 다 아무
문제 없어. .  연꽃이 피었는걸?????
마음에 정토세계를 피어올린 듯해서 눈물이 나오려고도 한다.

누군가가 일부러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나도 마음을 놓아 버릴 수 있을 텐데. . .
아무리 아스팔트 거리에서 멀리 숨었어도 어디서나 거친손들이 있어서
내가 가진 평화에도 늘 바스락 거림이 있다.
진절머리를 치게 하는 인간의 그 무엇. . .

차나무가 뾰족한 입술을 열고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느 순간이 되기 까지에는 손길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 버릴 수 없는 나의 거대한 삶의 굴레다.
부자연 스럽다.
훌훌 털 수가 없는 것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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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규 2006.06.21 14:42
    전원 생활의 묘미는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여러 시적 감흥들이 저절로 만들어지는것 같더군요. 때로는 심한 고독이 흐르겠지만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기쁨은 아주 특별한 것일 것입니다. 도회지에서는 전혀 느낄수 없는 일종의 특권이 아닐까요?

    잔잔한 아름다움이 물씬 녹아 있는 진원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 ?
    김현거사 2006.06.22 08:16
    닭똥을 말려서 거름하면 나무들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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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06.06.23 10:39
    와우~~드디어 연꽃의 분홍빛미소가~~하늘채에 은은하게
    퍼지네요~~~조금있으면 차꽃의 향기도 그윽하겠어요
    어려움이 많지만 모든사랑을 전원생활에 주고있는
    진원님 건강해지신모습 참 좋아요~~~
    얼마 안남은 행복한 여행도 잘 다녀오시고요
  • ?
    산친구 2006.07.16 12:13
    정진원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우연히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혼자 가기가 멋적어 산악회에 동행했지요. 자연을 좋아하는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를 함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벽송사에서 올라가는 두류봉코스에 몸을 담았습니다.

    원추리(야생화)를 닮으신 분과 우연히 동행을 하게 되었답니다.
    산행중 이분에게서 지리산이야기를 듣게 되었구요. 최화수님의 지리산365과 지리산을 소개 받아 지리산이 지닌 슬픈이야기를
    알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지리산과 소나무와 야생화를 좋아하는 정진원님의 홈피도 소개 받았답니다.

    가끔씩 정진원님의 홈피를 무례가 되지 않은 범위에서 방문하고자 합니다. 지리산이 그리우면서도 지리산을 찾지 못할때 정진원님의 홈피를 찾아 세상사는 아름다운 글들과 같이 하고자합니다. 정진원님의 글은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산소 같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고 행복하세요..



    오늘도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 ?
    moveon 2006.07.21 14:42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글들을 접하실 수 있는 오브넷에 오신 것을 정말 축하드리구요. 자주자주 들리셔서 사랑방에서도 좋은 분들의 향기를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주저하시지 마시고 마음에 생기는 일상사에서의 여러 느낌들도 마음껏 펼쳐 놓으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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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6.09.01 17:11
    철저히 아스팔트 도시와 격리되어 손수레로 등짐나르는 하늘채의 진원님생활이 순수한 자연인으로 살아가시는듯 ,님이 풍기는 맑고 순수함의 결정입니다 도시보다 정화된 분위기에서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세요 Annapolis 에서 합장
  • ?
    섬호정 2006.09.01 17:21
    사람의 운기를 받은 흙들에서 식물도 잘 자라나봐요 . 홀로 絪氣를 묻은지 연륜이 얕은걸 감내하시고 기다림의 묘미로 행복하세요 합장
    [...2년전 심은 포도 나무에선 겨우 몇줄기 덩굴손이 타고 오르다 도무지 더 이상의 성장을 포기하는 기색이 연연하다. 같은 시기가 아니라 나보다 늦게 심은 다른 집에선 벌써 천정을 뒤덮을 너른 잎들이 울렁울렁 그리고 열매도 생기기 시작하더니만 . . . .] 님의 글을 읽으며, Annapolis 뜨란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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