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커피 내리기

by moveon posted Mar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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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세계언어를 전공한 조카아이가 콜럼비아에서  원두커피를 가져 왔다.
할머니를 위한 선물이었는데. . 참고로 노인은 커피를 젊은이 못지 않게
좋아한다. .
아차 싶었다.
커피 메이커에 내려서 드셔야 하는데 아마 인스터트커피처럼 마시고 계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 .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찾은 어머님 집에서는 사돈과 함께 두 노인이 나란히
식탁에 앉아서 열심히 커피를 젓고 계신다. .
"사돈 요것이 "쑥차" 인갑소. .영 안녹고 덩어리가 지요."
" 더 젓어 보십시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 그럴줄 알았당께요~~~~~
결국 설탕 없이 즐겨야 하는 원두의 어려운 맛[?]에 노인은 그 커피를 마시는
일을 포기 했다.
커피가 녹아 들지 않는다고 전전긍긍하시던 두분의 모습이 귀여워서 생각만해도
즐겁다. .

그 커피. .
향기는 진하고 맛은 순하다. . .


"비오는날은 꼭 집에 와라
커피 향기 맡게. . . "
일상은 지루한 반복일 수 밖에 없다.
꼭꼭 숨은 기쁨을 만들어서 마치 찾아 낸듯 즐기지 않으면 짧다고, 짧다고 古今의
모든 문학이나 예술이 말하던 그 인생이라는 기간은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임어당"의 글에서는
"자연을 즐기는 것과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라고 읽었다. .
그 기술은 끊임없는 노력을 또한 필요로 한다.
이렇게 커피 향을 맡으러 친구 집으로 달려오는 벗을 하나 두는 것도 참 귀한
일이지 싶다. . .
오랜 시간 닦여진 숙련의 기술일테다. . .
그런데
비다운 비가 한번도 오지 않는다. . .
가슴은 가뭄을 맞은 대지 처럼 쩍쩍 거리고 부석거리는 공기 사이로 폭풍전야
의 터질듯한 징조가 보인다. . .
속으로 깊게 깊게 드는 인내심이 위험하다. . .
그렇다고  뱉어 낼 수도 없다.
나를 싸고 도는 세계가 깨져서  자멸하고 말것이기에. .
음!!!!


*분홍 운동화*
초등학교1년 때 학교 화장실이 무섭다고 집으로 소변보러 와버리는 바람에 없어진
아이를 찾으러 야단이 났다. . . 어른들 손을 잡고 다시 학교로 가는 내 모습이
최초  나의 취학 당시 기억이다. ㅎㅎㅎ
그 때 여자 담임 선생님은 아담하고 여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이셨는데
우연히 칠판에 글씨를 쓰시면서 올려야 했던 팔 때문에 드러난 짧은 자켓 과
치마허리단  사이로 보여진 옅은 핑크빛 슬립[원피스형 속옷]은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정서적 판단을 영원히 결정해 버렸다.
아스라한 보일듯 말듯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보여 져야 하는. . . . 수줍어야하는..
비밀스러운 청순함과 아주 순도 높은 섹시함. . ㅎㅎㅎㅎ

지인 집에 차를 마시러 가려고 나선길에 저만치 오던 친구는 차안에서 부터 얼굴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
결국은 분홍색 캔버스화를 신은 내 모습이 문제가 되겠군. . .
"영낙없는 초등학생 분위기네. . "
"좋은 쪽? 나쁜 쪽?'
"그 나이에 그런 패션이 어울리는 사람이 그리 흔하오???? 참 귀엽소.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도 안다. 유독 철 안드는 나의 패션 스타일 ㅎㅎㅎㅎ
"귀엽다는 말 위로 되오 ㅎㅎ 나 아니면 이런 퍼포먼스를 누가 해주겠소?
고마워 하시오."

파란색 분홍색 파스텔톤이라면  아무렇게나 섞어 취하는  내 취향의 근원을 살피다 보면
반드시 그녀의 아름다운 연분홍 슬립을 만난다. . .
젊은 시절 어머니의 틀어올린 머리와 함께  거기에 있다. . .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이 꽃가지를 들으시니 가섭만이 파안미소를 하였다."
그대는 아니???
사랑은 마음만으로도 충분한 요술쟁이인것을. .
서로 알아 차리기만 한다면. .  .
비는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