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올챙이 인큐베이터

by moveon posted May 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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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뜰에 있는 작은 도랑은 사실은 부엌에서 보면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집 앞에 흐르는 큰 계곡보다는 그곳을 더 앙징맞아
하고 발 담그기를 즐겨합니다.
그런데 그 도랑이 요즈음이 되면 올챙이들의 인큐베이터가 되 버린
답니다.
도랑에 까맣게 모여서 촐랑대는 물결따라 움직이다가 시간이 되면
톡톡 한마리씩 개구리가 되어 마당으로 튀어 오릅니다.
대부분이 밝은 초록색이어서 그 모양이 어찌나 이쁜지 손에 놓고
한참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감촉이 또한 너무 부드럽기도 하구요.
꾸물거리는 것이면 모두 징그럽던 도시 여자도 이즈음 되면 개구리를
손에 놓고 즐거워 하게 되나 봅니다.[웃음]
Anyway,
방향감각이 서툰 이녀석들 목욕탕으로 부엌으로 화장실로 천방지축
나돌다가 결국 말라 죽기도 하구요, 하여튼 잘 살아 남은 녀석들은
여름까지 내내 저희집에서 살아간답니다.
덕분에 저희집은 개구리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은 돌풍이 불어 나간 뒤라 대문이 뽑히고,
만드어 놓은 연못이 홀랑 뒤집어 져서 수련의 뿌리가 드러나고 잎이
부러지고 난리가 아닙니다.
아!!!정말 어찌하오리까!!!!!!
패인곳에 다시 흙은 담고 물을 채워주며 내내 고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난장판이 된 인공 연못에서 수도 없는 개구리가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느새,
짝짓기 하던 녀석들이 벌써 알을 낳아 연잎 줄기에 매달아 놓습니다.
작은 도랑에서 잘 깨인 녀석들이 이곳으로 찾아 드는 긴 행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일깨워 졌답니다.
언젠가 자연 다큐에서 수도없는 거북이 새끼들이 사람에겐 몇미터
안되는 해변을 가로질러 바다도 돌아가면서 물새들에게 잡아 먹혀
그 생존률이 겨우 1퍼센트 미만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이곳을 올챙이 들에게도 연못을 찾아 오는 길이 아마 그 정도는 될
것 아닌가 합니다.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방황하다가 여기 저기서 말라 죽은 녀석들을 보는 일이 줄어
들겠지요?
연못을 누가 파놓았느냐구요?
물론 제가 했지요.
스스로도 너무나 대견합니다.
팔다리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고 새벽이면 끙끙 앓는 것을 스스로
알 정도지만. . . . 해야할 일이 생기면 저는 또 할 것 같습니다.
알바 학생들을 써볼까도 생각했는데 사람부리는 일에는 전혀 문외한
이라 오히려 상전을 모시는 꼴이 되기가 다반사여서 포기 했습니다.
조카역시 돈만 받고 맛있는 점심이며, 간식이며 실컷 저를 시켜먹고는
허허허 거리지 뭡니까??????[웃음]
이제 비바람은 정말 싫습니다.
특히나 이곳은 한번 바람이 불면 집이 어느 한군데 망가지고 말거든요.
징그럽네요 잉~~~~~~[전라도 버젼]


며칠째 집앞을 지나 밭에 가시던 노인이 안보이다가 오늘 다시 뵈었습니다.
작년에 담근 산머루 산다래 술을 늘 한잔씩 드리다 며칠 못드렸거든요.
사실 노인들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가 됩니다.
아프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가
"비 오는데 오늘도 뭐 허요~~~" 하는 호탕한 말솜씨에 안심이 되어 버렸
습니다.
"어르신~~~~~내일은 일찍 오세요~~~술 한잔 하게요~~~~"


Shangrila 의 우리말 뜻이 제임스 힐튼 소설에서 언급된 "이상향"이라는
것 외에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는 뜻이 있더군요.
하늘채의 뜻과 둘다 맞아 떨어져서 영문 하늘채의 이름을 "Shangrila"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영어 발음이 "샹그릴라" 아니고 "섕글라" 랍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영어 발음에는 콩글리쉬가 많은 편이랍니다.
바른 영어 사용도 제대로 된 국어 아끼기의 일환이니 앞으로 저희 하늘채를
영어로 말하고 싶으실땐 "생글라"라고 하시되 조금 혀를 굴려 주시면 되겠
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