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So. . . . . .

by moveon posted Dec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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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리다.. . '

                          

조용하게 주인이 없는 듯 보이는 그 차밭엔 茶室만이 나직한 불빛을 안고 어둑한
한낮의 정적을 깬 멋적은 객을 맞이 하고 있었다.
금방 찻자리가 끝난 듯 해보이는 창가의 탁자 끝에 못다 마신 차 한잔이 슬프고
조용하게 나를 맞는다.
어설프게 찻자리 청소를 마친듯 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너른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중에 "차풍정" 이라는 손으로 만든 정자가 대나무 엮은
지붕을 얹고 차가운 바람에 동동 거리며 손짓한다.
"너무 추워서 너 한테로는 못가. . "
처음 그곳을 만난 때로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변화하는게 꼭 내 마음의 속도
같아서 정말 이곳은 사랑스럽다. .
주인장은 가능하면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유지 보존하려고 모든 시설물에 둔탁한
손때를 묻혀 놓은 듯한 몇몇 설치를 더 할뿐 커다란 변화를 자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훌륭하게 제대로 변화하고 있다. .
그의 정신 세계가 자못 돋보이고. . .

"찻 값이 1인당 1000원입니다. 500원은 차값이고 500원중에서는 정신대 할머니와
기타 소년 소녀 가장들에 대한 후원금까지가 포함되어 있답니다.  . . . "
열심히 찻값1000원에 대한 내역을 설명하던 그이의 순수한 열정의 모습이 가만히
수돗가의 내역 설명 안내문에 다시 나타난다. . .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 .
시내 다실에서 치르던 차 값에 대한 핀잔이 금방 생긴다. ㅎㅎㅎㅎㅎ
봄에 그러했던 것처럼 여분의 돈을 후원금이라고 내어 놓을 까 생각하다. . .늘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생각에 다시 내년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다 나를 붙잡아
맸다. .
찻값담는 작은 도자기 안에다 2000원을 넣고  가슴을 덥혀준 잔잔한 감동을 보듬고
휘몰아 치는 눈보라가 내려 앉은 노고단을 바라보면서 지리능선의 겨울 시작을
반가이 음미 하고 자연의 섭리에 눈물이 흐르는 행복의 입맞춤을 보내며 길을 달려
돌아왔다.
눈이 내리지 않았던 겨울이란 헤어나가지 못하는 절대 질곡의 굴레 같았지. .
아/ 살 /것 /같/ 다.

그랬어. .
여전히 지리산은 신비로운 여신이었어. . . 당돌하고 근엄하며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소용돌이가 늘 그 안에 있었지. .

평사리 차 문화 박물관 관련 글: 지리산 이야기 31번째 "섬진강에 기대어 지리산을 본다."

"택배 직원님 창을 열고 물건을 들여 놓으세요."
우체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아무렇게나 두어도 괜찮은
문구를 작은 칠판에 적어 놓았다.
두권의 책은 눈에 젖을까 집을 돌아 안채의 문에 잘 기대어 놓았더라. .
문득 부엌으로 향하다 뒤뜰의 찻자리 의자에 쌓인 눈위에 적인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머나!!!!!

          

어느 눈오는 날들이면  깊은 산사의 암자에 들어 주인이 없을 때마다  그 마당에다
"왔다가 갑니다."
라는 글자를 눈밭위에 적어 놓곤 했던 나의 추억속의 지난 시간들이 가슴뛰게 살아 났다.
하.하.하.하.하.
이곳이 담당인 우체국 직원을 기억한다.
통통하고 귀여운 청년이었지?
그렇지! 사랑을 생각할 나이지?
다음에 만나면 맛있는 홍시를 선물해야지. .
꽁꽁 얼은 時空의 한 귀퉁이를 가볍게 건드린 그의 이  재치는 그가 만나는 여인에게도
아름다운 사랑을 주게 될 것이고 결혼하여 자녀를 가지면 아이에게 좋은 아빠이게 할
것 이고, 세상과의 조화속에서도 먼저 배려하는 너그러운 인간이게 할 것이다.
적막하기 까지 했을 주인 없는 하늘채가 누군가의 수줍게 막혔던 감성의 돌파구가 되었
더라는 생각이 들자 속 없이 자꾸만 허허거리며 웃는다. . 행복해서 이다. .
눈이 내려서 일어 날 수 있었던 일 이었겠지. .  
눈[雪] 때문이었어. . .
토끼 한마리가 튀어나와 멀뚱이 나를 바라보다 사라진다.
아차 저녀석이 서 있던 곳은????
차나무[두어평 되는 차나무 밭]남김없이 다 갉아 먹었는데도 야단칠 생각이 없다.. . .
가냘픈 산노루 하늘채 나들이 한 이 아름다운 날에?
야생의 날개짓에  세상이 온통 가슴떨림으로 화답하는 이 수정 같은 맑은 겨울 날에 ?
어떻게 내가 화를 낼 수 있겠어. . . 안될 말이지. .
녀석! 운 좋은 줄 알아라. .

검은 바다 별들 속삭임이 깊어지는 고독한 나날들에 축배를. . .
해피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