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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조회 수 2664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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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봄부터 땅이 뱉어 놓은 몇몇 들꽃들을 발견하고
하나 하나 주워 모아 오래된[3-4백년]은 된 기와에다 흙은
얹고 길에 버려진 죽은 이끼를 덮어 모아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잡초라 믿었던 그 모든 것들에 이름이 있고 풀 따위
에 불과한 것들을 소중이 키워나가는 절 보고 "오히려 시골에
서는 농사에 피해만 주는 풀들이라 버려야 할것"들이라면서
순진하다는 듯 웃어 대곤 했었다.
그런데,
고추를 심어 놓고 깨끗이 갈아 놓은 땅에서 잡초라 불리는 것
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어머님께서는 "어릴때 뽑아라 더
크면 힘들어 안된다." 하시더군요.
처음엔 너무 연약한 것들이라 무시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너무
자라서 매어 주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이미 깊은 뿌리가 자리해서 도저히 호미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뿌리는
뽑아 보지도 못했습니다.
철퍼덕 밭고랑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의 들풀은 꽃이
피고 잡초는 꽃이 피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꽃이 있는 것들은 뿌리가 그다지 깊지 않아서 쉬이 캐어
지기도 하는데 정말 잡초라 불리워질 것들은 따로 있더라는 말
입니다.
꽃이피는 우리 들꽃과 잡초의 구분을 정확히 배운 날이었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들은 결코 해를 끼치는 것들은 없었습니다.

요기저기 야생화 농장이라는 것이 생겨서 홀로 지리산을 더듬고
이산 저산을 더듬으며 도감을 들고 다니던 저의 옛 모습은 너무나
낭만적인 역사가[?] 되어버린지 오래라 그 농장이라는 곳엘 잘
안갑니다.
간혹 바람을 쐬러 가서 구경만 하고 오지요.
외국 이름이 대부분이고 너무나 앙징 스럽게 꽃을 크게 변종하고
다 각도의 노력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가깝게 만들어진 꽃들은
야생화라 불리워져서는 안되는 모습으로 화려 하게 피어 있습니다.
굳이 들풀로 만족하겠다는 내게 후배가 하나 사서 들려주던 "트리안"
이라는 관엽식물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물양귀비를 한촉 사구요. 수련은 누군가에게서 얻었는데 제가 사는
곳이 환경에 맞지 않는지 잎이 나고 나서 자꾸 말라 죽고. . .
하여간,
가지도 잘 뻗어 나가고 물을 좋아한다는 트리안을 저의 빈약하고
소박한 들풀들 사이에 놓았습니다.
아!!!!
전혀 안어울림. .. 이라는 표현이 바로 터져 나옵니다.
주변환경이 열려 있는 공간이라 모든 것이 잘 표현 될 듯 싶더니. .
지금까지 빈약하다고 여겼던 나의 들풀꽃들이 얼마나 나의 집과
산.내.들에 잘 어울렸던 것인지 이미 그 어울림을 알고 있었던 나의
예지력[웃음]에 가슴을 제치고 웃었습니다.

썩은 나뭇토막에 도라지 순을 심고,
단풍나무 순도 심고,
자귀나무 순도 심고. . .
맥문동 몇줄기 심고. ..

너무나 많은 종류의 외국 야생 꽃들이 밀려드는 세상이니 잘 다듬
어서 화려하게 치장한 그 정성속의 산물들이 오히려 현대인의 구미에
맞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저만의 생각으로 꾸미는 저의 작은 정원의
한켠 속의 풀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어찌 등한히 할 수 있겠어요?


"좀마리꽃"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내어놓은 육순의 여자시인이 있었
답니다.
마주앉아 이야기 하다 그 꽃을 안다고 말하고 화가의  집 뜰을 뒤져
바위틈에 숨어 보기힘들었던  그 꽃을 가져다 드렸더니 너무나 기뻐
하던 모습을 보고 저는 조금은 수다 스럽고 어쩌지 못하고 배어있는
그분의 통속적인 부분을 금방 용서해 버렸습니다.[웃음]
어쩌면 그 작고 하찮은 들풀을 알게 되었을까???????

"마음과 몸이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 였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때 자연에게서 위로를 받는 가
봅니다.



  • ?
    부도옹 2005.06.13 21:01
    자연에서 위로를 받다!!
    가끔이라도 지리산을 찾는 것은 위로를 받기 위함이겠지요. ^^*
  • ?
    능선샘 2005.06.14 08:26
    어울림의 美學...강의 잘 들었습니다.
    희망을 안고 오늘을 시작합니다.^^;
  • ?
    선경 2005.06.14 12:09
    진원님의 정겨운 정원 한켠속에 풀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려보는 차한잔의 평온한시간입니다
  • ?
    오 해 봉 2005.06.14 15:17
    "우리의 들풀은 꽃이 피고 잡초는 꽃이 피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번을 자세히 읽어보아도 이해가 안가고 궁금한부분이 있어요,
    잡초는 그러면 어떻게 번식 한답니까,
    연곡사위 피아골에 많이 났더라는 피도 잡초가 아닌가요,
    그피도 벼처럼 조고만 꽃이 피지안나요,
    맥문동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 ?
    아낙네 2005.06.14 18:43
    마음 편해지는 제가 있어 자연과 멀리 할 수 없나봅니다.
  • ?
    신후 2005.06.15 11:48
    인공을 가미하지 않은 우리의 야생화로 소박하게 꾸몄을 진원님의 작은정원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며 아름다움 느껴보렵니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때 자연에서 위로 받는가 봅니다."
    동감,그래서 지리는 늘 그 자리에...
    여기서 한가지 간과해선 안될 사실,우리의 아름다운 야생화,
    나무들이 다국적 기업과 육종학자들에 의해 조금씩 종이 변형된채 다른 이름화하여 -세계는 벌써 씨앗 전쟁중-세계 관상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우리의 산하에서 그 종자가 멸종되버린
    어떤 나무들은 우리가 그런점에 눈뜨기 이전 그들에 의해 채취되어 종이 변형되어 다른 이름으로 관상시장에서 팔리고 있고
    지금 이싯점에서 우리가 그런 나무와 꽃들을 재배할때 그에 걸맞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제는 관련법이 제정되었겠지만 國富 유출될 일들은 하루라도 빨리 막아 우리도 더욱 부강한 나라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 ?
    友仁 2005.06.15 14:06
    지리산에 오면, 항상, 제일 먼저 진원님을 뵙습니다.
    moveon.......
    제 마음속에 알수없는 간절한 그리움(뵙고 싶음)과 아픔(뵙기 어려움)으로 있습니다.
  • ?
    야생마 2005.06.15 22:28
    잡초를 매다말고 밭고랑에 앉아서 들풀들을 바라보는 모습은...어울림? 잡초도 풀꽃들을 해하려는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산 죄밖엔 없을것 같아요. 어울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
    김현거사 2005.06.17 09:48
    잡초 중에 약초도 있으니,질경이는 '차전자',비름은 '현실',씀바퀴는 ''고채',닭의 장풀은 ''번루'...산속에 숨은 미인께서 다 뽑지는 마세요.
  • ?
    길없는여행 2005.06.24 21:44
    들풀이라는 용어가 참으로 참신합니다.
    잡초! 잡초! 늘 폄하시켜 부르곤 했는데...
    들풀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립니다.
  • ?
    공수 2005.06.27 15:50
    벌써 많은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아직 우리는 멀었습니다.하하!
    그리고 스스로 찾는 여유가 더 편안해 보입니다.
    언제 그 야생화가 농장이 되었을땐 한번 공개를 하심이 어떨지요?
  • ?
    천산 2005.07.27 10:22
    갑니다. 지리산 뱀사골,묘향대,반야봉
    그곳에서 만남,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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