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권태기

by moveon posted Jun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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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몰랐지요.
그럭저럭 어울려 살면그럭저럭 살만한 곳들이 되지 않겠는가?
날아온 돌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수다쟁이가 되고,
누구보다 일찍일어나는 새가 되고,
누구보다 인사성 밝은 아낙이 되고,
누구보다 부지런한 일원이 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
이제 권태롭습니다.
순박함을 가장한 무지와, 지나치게 남성들만 말하고 결정하는 풍토
에 여성들 자신도 여성에게 대우가 엉망인 경험과, 특히나 말도 안
되는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 여지 없이 상처를 입고 마는 저의 무능함
까지 환경과 분위기에 대한 권태기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우아함과 상냥함과 조용함으로 단단히 잘 지내어 온 자신의 분위기도
망쳐져 버렸고 자유분망하고 그러나 아름답게 구속할 줄 알았던 풍요
가 일순간에 다 허물어 버려진 느낌이 들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져
보입니다.
전전긍긍 싸우다 그냥 망가지는 허술한 전략[?]등. . .
강한 모습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오고가는 농담섞인 친근감의 표시
조차 거부감이 듭니다.

주차장에 줄을 치고,
입구에"아무도 들어오지 말것"등 팻말을 내다 걸었습니다.
자신에게 하는 함구령이며 자신에게 하는 출입통제의 동작입니다.
어느때인가 했던 묵언 수행의 기치를 높이 들고 몇달이고 몇년이고
이제 이들과의 대화를 끊어 버리고 싶습니다.
다시 시내에 나갈까 그런 고민은 안합니다.
저는 시골의 자유로운 공기와 늘 휴전의 기미가 엿보이는 듯한 살벌한
전쟁터의 쉼표 같은 전원의 불안함과 지루함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
입니다.
다만 어디서나 인간들과 문제가 생기면 상처를 입고 마는 제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스스로 목이 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