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6.05.06 21:32

올챙이 인큐베이터

조회 수 1891 댓글 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 뒤뜰에 있는 작은 도랑은 사실은 부엌에서 보면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집 앞에 흐르는 큰 계곡보다는 그곳을 더 앙징맞아
하고 발 담그기를 즐겨합니다.
그런데 그 도랑이 요즈음이 되면 올챙이들의 인큐베이터가 되 버린
답니다.
도랑에 까맣게 모여서 촐랑대는 물결따라 움직이다가 시간이 되면
톡톡 한마리씩 개구리가 되어 마당으로 튀어 오릅니다.
대부분이 밝은 초록색이어서 그 모양이 어찌나 이쁜지 손에 놓고
한참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감촉이 또한 너무 부드럽기도 하구요.
꾸물거리는 것이면 모두 징그럽던 도시 여자도 이즈음 되면 개구리를
손에 놓고 즐거워 하게 되나 봅니다.[웃음]
Anyway,
방향감각이 서툰 이녀석들 목욕탕으로 부엌으로 화장실로 천방지축
나돌다가 결국 말라 죽기도 하구요, 하여튼 잘 살아 남은 녀석들은
여름까지 내내 저희집에서 살아간답니다.
덕분에 저희집은 개구리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은 돌풍이 불어 나간 뒤라 대문이 뽑히고,
만드어 놓은 연못이 홀랑 뒤집어 져서 수련의 뿌리가 드러나고 잎이
부러지고 난리가 아닙니다.
아!!!정말 어찌하오리까!!!!!!
패인곳에 다시 흙은 담고 물을 채워주며 내내 고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난장판이 된 인공 연못에서 수도 없는 개구리가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느새,
짝짓기 하던 녀석들이 벌써 알을 낳아 연잎 줄기에 매달아 놓습니다.
작은 도랑에서 잘 깨인 녀석들이 이곳으로 찾아 드는 긴 행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일깨워 졌답니다.
언젠가 자연 다큐에서 수도없는 거북이 새끼들이 사람에겐 몇미터
안되는 해변을 가로질러 바다도 돌아가면서 물새들에게 잡아 먹혀
그 생존률이 겨우 1퍼센트 미만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이곳을 올챙이 들에게도 연못을 찾아 오는 길이 아마 그 정도는 될
것 아닌가 합니다.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방황하다가 여기 저기서 말라 죽은 녀석들을 보는 일이 줄어
들겠지요?
연못을 누가 파놓았느냐구요?
물론 제가 했지요.
스스로도 너무나 대견합니다.
팔다리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고 새벽이면 끙끙 앓는 것을 스스로
알 정도지만. . . . 해야할 일이 생기면 저는 또 할 것 같습니다.
알바 학생들을 써볼까도 생각했는데 사람부리는 일에는 전혀 문외한
이라 오히려 상전을 모시는 꼴이 되기가 다반사여서 포기 했습니다.
조카역시 돈만 받고 맛있는 점심이며, 간식이며 실컷 저를 시켜먹고는
허허허 거리지 뭡니까??????[웃음]
이제 비바람은 정말 싫습니다.
특히나 이곳은 한번 바람이 불면 집이 어느 한군데 망가지고 말거든요.
징그럽네요 잉~~~~~~[전라도 버젼]


며칠째 집앞을 지나 밭에 가시던 노인이 안보이다가 오늘 다시 뵈었습니다.
작년에 담근 산머루 산다래 술을 늘 한잔씩 드리다 며칠 못드렸거든요.
사실 노인들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가 됩니다.
아프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가
"비 오는데 오늘도 뭐 허요~~~" 하는 호탕한 말솜씨에 안심이 되어 버렸
습니다.
"어르신~~~~~내일은 일찍 오세요~~~술 한잔 하게요~~~~"


Shangrila 의 우리말 뜻이 제임스 힐튼 소설에서 언급된 "이상향"이라는
것 외에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는 뜻이 있더군요.
하늘채의 뜻과 둘다 맞아 떨어져서 영문 하늘채의 이름을 "Shangrila"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영어 발음이 "샹그릴라" 아니고 "섕글라" 랍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영어 발음에는 콩글리쉬가 많은 편이랍니다.
바른 영어 사용도 제대로 된 국어 아끼기의 일환이니 앞으로 저희 하늘채를
영어로 말하고 싶으실땐 "생글라"라고 하시되 조금 혀를 굴려 주시면 되겠
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바이







  • ?
    김현거사 2006.05.06 22:18
    그 머루주 마싯것다.
    더군다나...
    다 아시지요?
    하늘채 여주인.
  • profile
    김수훈 2006.05.07 00:09
    땅 파는 거는 우리 "독수리 형제"들이 잘 하는데...
    머루주 몇 잔만 먹여주면 손바닥에 구멍 뚫리는 것도 모르고 마냥 파 댄다니까요.
  • ?
    부도옹 2006.05.07 19:54
    오브넷 대표 어르신들께서 벌써 꼬리글을 달아놓으셨네요.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뭐든 튼튼하게 만드셔야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생글라가 되시길.... ^^*
  • ?
    산이 2006.05.08 21:17
    생글라에 살고 있는 올챙이도, 지나 다니시는 영감님도 모두 좋겠습니다.
    좋은 이웃은 때때로 기분을 좋게 하던데요
  • ?
    야생마 2006.05.08 21:38
    하늘채로 영어 배우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올챙이송 노래와 율동은 가르쳐 드릴께요. ^^*
  • ?
    2006.05.09 14:45
    쉥글라얼~~~~
    잘 안 되네요 ㅎㅎ
    머루주 맛있겠네요 쩝!
  • ?
    K양 2006.05.12 09:34
    "사람부리는 일에는 전혀 문외한이라 오히려 상전을 모시는 꼴이 되기가 다반사여서 포기 했습니다." 라는 말 와 닿습니다. 그 때 네팔 포터 아저씨들 우리가 모시고 다니느라 고생 좀 했잖아요.^^ 계획 대로 하나 하나 꾸려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나중에 한 수 가르쳐 주세요. 저도 시골 내려가 살게 되면.....
  • ?
    오브넷지기 2006.05.12 12:43
    맞아맞아 아이고그때 생각하면 . . 하긴 그분들 너무너무 착하고 불안하게 생겨서리 ㅎㅎㅎㅎㅎ요즈음 그때 여행생각이 많이 난다. 보고 싶기도 하다야. . 조만간 한번 오도록 초청할께. . .
  • ?
    한동준 2006.05.19 18:19

    올린글들을 모~아 모~아서 책으로 내면 바로 베스트셀러9밀리언셀러)작가 반열에 들수 있을것 같네요? 책 내면 한권 사 볼께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이야기 식구가 늘었어요. 11 moveon 2005.04.12 1855
81 이야기 감잎차 만들기 11 moveon 2005.04.28 1963
80 이야기 들고양이 체포 작전 9 moveon 2005.05.08 1796
79 이야기 부처님 오신날의 사건 8 moveon 2005.05.25 1843
78 이야기 미소 엄마를 찾습니다. 10 moveon 2005.06.07 1836
77 이야기 우리 토종 들풀과 잡초 그리고 야생화 12 moveon 2005.06.13 2664
76 이야기 그냥 소식전하기. . 9 moveon 2005.08.11 2086
75 이야기 자리. . 5 moveon 2005.08.12 2346
74 이야기 동네 식구 평정 하기 10 moveon 2005.08.28 3302
73 이야기 겨울이 가는 듯?????? 8 moveon 2006.01.20 2720
» 이야기 올챙이 인큐베이터 9 moveon 2006.05.06 1891
71 이야기 짝꿍 8 moveon 2006.05.16 1863
70 이야기 선거철. . 5 moveon 2006.05.22 1732
69 이야기 손가락 지문이 없어졌어요.~~~~ 6 moveon 2006.05.26 2941
68 이야기 권태기 7 moveon 2006.06.08 2092
67 이야기 다정이 病 3 moveon 2006.06.13 2081
66 이야기 하늘채 여름 일기 2006.6.21--긴 기다림의 끝 7 moveon 2006.06.21 2665
65 이야기 티벳--숙제를 풀기 위해. . 6 moveon 2006.07.27 2286
64 이야기 티벳--미스터 코지 3 moveon 2006.08.03 2034
63 이야기 티벳--테마 5 moveon 2006.08.09 200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
/ 1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