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리. .

by moveon posted Aug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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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였을까?
그 분이 그곳에 앉기 시작하신 것이. . .

먹성좋은 염소가 밭에서 제일 즐겨 먹는 것이 코스모스 어린 모종
이었다.
모조리 빼앗아 주차장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물론 몇그루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차들이 지나 가면서 뭉개고
놀러온 도시 사람들의 아이들이 장난으로 꺾어 놓고 해서이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관리 하고 있었는데 ......
어느날 부터 인가 ? 아니다. 내가 보기 전 부터 어르신 한분이  코스모스
옆 나무에 기대어진 납작한 돌 위에 앉아 계셨던  것이다.
저 골짜기를 달리듯이 내려 오게 만들어진 좁은 길이 아마 한숨돌리게
하는 자리가 그곳이 적당해서 였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데 햇살이
바로 쏟아지는 그 같은 자리에 그분은  왜? 앉는 것일까?
바로 옆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늘  삶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부러진 등 위로 걱정이 앞선다.

조심스럽게 곁에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본다.
"아! 꽃은 안 망쳤네."
"네!  꽃때문이 아니고 왜 여기서 쉬세요? 저기 그늘도 있고 힘드시면
저희집에 시원한 물도 있고. . . "

다른 동네에 사시면서 이 골짜기에 남겨진 자신의 논밭 그리고 산을
관리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경우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저
마을의 독거 노인일까????

늘 보는 모습이지만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그 삶의 질곡이 담긴 표정과 유순한 시골 토박이의 조심스러움. . .
내일은 정말 음료수라도 대접해야지 . . .
귀중한 쉼터가 되버린 저 반듯한 돌 하나. . 절대로 치우지 말아야
하겠다.


*시골에서는 남녀가 구별없이 막걸리와 소주를 마신다.*
가끔 대문이 없는 내 집앞으로 귀신처럼[?] 작은 그림자가 지나간다.
산에 인접한 집 구조 탓에 햇살이 따가울때는 내 마당을 건네면 훨씬
쉽게 자신의 밭으로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할아버지는 심심하면
한번씩 내 집마당을 허가 없이[?} 스르르 지나 가시는 것이다.
그러다 심심하면 또 한번
"혹시 막걸리 있어?"
"혹시 소주 있어?"
시골엔 늘 여자분들도 막걸리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즐겨
먹는 편이라서 노인들은 젊은 아낙이 있는 집이면 어디든지 들어가
술 한잔을 요구하는 당당한 권리가 주민들에게 주어져 있다.[웃음]
나도 예외일 수 없어서 당하는 일이니 . . . .
그러다,
그분이 술을 드시면 안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고 지금은 멀리서 그분
이 보이면 얼른 시선을 피해버리거나 목례하고 방으로 들어와 버린다.
작은 굽은 어께를 가지신 너무나 연약해 보이는 할아버지. . .

요 며칠 계속 스르르 내 방문앞을 지나  밭으로 간다. . .
아이고 깜짝이야. . .기척이나 좀 하시지. . .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