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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6.07 19:01

미소 엄마를 찾습니다.

조회 수 183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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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을 마치고 후레쉬를 집쪽으로 비추었습니다.
컴컴한 구석에 누군가 서 있어서 깜짝 놀랬답니다.
삼거리에 사는 미소 엄마 였습니다.
참고로 삼거리는 시골의 대로변이고 저는 그 삼거리
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와서 다시 산길로 접어든 곳에
살고 있으니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밤중에 시골아낙이 밤마실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
어서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아마 또 고부간의 갈등이
빚어낸 가출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시골은 아직도 시어머님의 힘이 대단합니다.
며느리를 구박할 수도 있고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의
공로는 당연한 희생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어서 많은
문제점들이 보여지더군요.

미소할머니 즉 미소엄마의 시어머님은 아주 까다롭고
무서운 분으로 소문이 나 있었서 사람들이 피하는 편이
었는데 제게는 그래도 참 잘해 주시는듯 해서 가까이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밤에 산책하는 절보고 밤마실 다닌다고 동네
방네 흉을 보았다지 뭡니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저도 조심하게 된 분이랍니다.

그런데,
여러해 그렇게 늘 당하고만 있던 며느리 미소엄마는
이번엔 남편의 섭섭한 행동으로 시어머니 보다 더
미운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밤에 저희집으로
잠적을 하려고 검은 밤을 헤치고 제 집에 찾아 들었답니다.
화가 난다고 아내에게 재털이를 던지다 유리창이 두 장이
깨지고 집에서 나가라는 호통을 듣고는 맨발로 걸어나와
옆집 슈퍼마켓에서  겨우 신발을 빌려 신고 만원을 빌리고
했는데 그 밤에 갈곳이 없어서 제게 왔답니다.

시골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없어진 미소 엄마네 사태가 궁금해진 이웃들은 오히려 신이
나서 걱정하는 모습을 가장한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우선 새벽에
저희집에 전화를 해서 미소엄마를 찾다가 입이 심심하니 전화로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깊은 골짜기 곳곳에 전화가 난리가 나고 결국은
조용히 끝날 집안의 불화가 온 동네에 퍼졌습니다.[웃음]
저희집에서 하루를 보낸 미소엄마는 그런 주변의 간섭이
싫어서 아예 하루를 제 집에서 더 보내고 다음날 밤에야 집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도중에 시골 젊은
아낙들의 스트레스 요인들이 아직도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
세우는 남편들과 복종과 희생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시부모
들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골 어른들은 할일이 별로 없으셔서 인지 다른 가정에 대한
간섭에서 흉까지 다양한 사건을 벌입니다. ㅎㅎㅎㅎㅎ

시골 어른들은 아주 착하고 선량할 거라고 믿는 저의 믿음이
깨지긴 했지만 미소엄마를 철저히 숨겨놓고 사람들의 전화와
시선을 피하게 해주었던 하루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큰
사건이 되었답니다.
미소엄마는 나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잘 쉬다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웃음]
그런데 나중에 혹시 발각되어 동네 어른들이 절 미워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도 됩니다.ㅎㅎㅎ


옥수수가 잘 자라고 있네요.
꼬꼬들이 철망 너머로 옥수수 순을 다 쪼아먹은 바람에 글쎄 . .
수확이 얼마나 될지 걱정입니다.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걱정도 많지만 잘 이겨내려고
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 ?
    허허바다 2005.06.07 20:01
    그 순간 그곳이 의지할 곳이었다니...
    우리 진원님 그 새 덕 무지 쌓으셨습니다 ^^*
  • ?
    부도옹 2005.06.08 00:50
    극진한 대접까지 하셨다면 그런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또 오시겠는데요~~^^
  • ?
    진로 2005.06.08 09:21
    거기는 꼬꼬들이 말썽장이들이군요.
    쌍재는 흑염소들이 글쎄 호두나무 잎을 다 먹어 버렸데요.
    그래서 새잎들이 밑에만 나 있더라구요.
    말썽장이들땜시 사는 맛이 나지요?
  • ?
    yalu 2005.06.08 09:22
    진원님,화!이!팅!
  • ?
    신상철 2005.06.08 14:28
    일이 잘 풀리시도록 도와드리고 싶네요.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 ?
    오 해 봉 2005.06.09 00:56
    미소엄마 이야기 가슴이 찡하네요,
    미소할머니 같은 할머니들한테 밀리지말고 moveon님이 계속 맥아더장군 하세요,
    정의는 승리한다 하면서요.
  • ?
    박용희 2005.06.09 17:06
    진원님, 밤 11시~1시 사이에는 무조건 자 주어야 건강에 좋다고 들었어요.
    혹 밤 산책을 그 시간에 다니는 건 아니겠죠? ^^
  • ?
    야생마 2005.06.10 20:05
    이곳 옥수수밭에도 빼곡하게 많이 잘 자라고 있네요. 일이 잘 풀리시면 좋겠습니다.
  • ?
    신후 2005.06.10 22:10
    지리,설악에만 대피소가 있는줄 알았는데 산장 이모댁은 사랑방이요 때로는 대피소 역활도 하니 복 많이 받을겁니다.
  • ?
    김현거사 2005.06.17 09:27
    해결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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