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부처님 오신날의 사건

by moveon posted May 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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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새가 알을 낳은지 한참 되었으니 6마리의 새끼 새가 재재거리는
소리가 제법들렸더랍니다.
어미새의 모양을 보니 너무나 작은 새여서 저렇게 작은 새가 6마리의
새끼를 어떻게 부양하나 궁금해 하면서 들리는 사람들에게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그 둥지를 보여 주곤 했지요.
아무것도 없이 창고 자체를 그 새 가족에게 넘겨 주고 그저 조심조심
불을 켤 때에도 조심 문을 닫을때도 조심. . .

사월초파일. . .
화장실 옆인 그 조용하던 창고에서 어미새의 울부짖는 소리가 예전
소리가 아니었답니다.
아기들이 더 커서 소리가 요란 스러운 것인가?
아무런 소리 없이 상황을 보아주려고 문을 열었는데. . .
세상에 !!!어디선가 들어선 뱀 두마리가 그 새끼들을 노리고 있고 어미
새는 처절하게 그 뱀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악!
저 역시 그 상황에 기절 할 것처럼 무서웠어요.
시골이라 뱀이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런 구멍도 없는 창고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뱀이 벽을 타고 통풍구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라 주변에 도움을 청했는데 모두들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보러
절에 가고 없어서 난감했어요.
아는이에게 물어 보니 뱀이 벽을 타고 공중에 있는 새를 잡아 먹지는
않을테니 그냥두고 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전 거의 몸을 추스리기 어려울 정도로 공포에 싸여 있었고 무엇보다
부처님 오신날 어느것도 살생을 해서는 안되겠기에 더욱 안절 부절
못했습니다.
그러나,
새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뱀들을 치워야 했는데 처음 맞닥뜨린 일이라
전 창고문을 닫아둔채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거기에는 한가지 뱀이 공중의 새 집을 덮치지는 못한다는 마을 사람
이야기를 믿었던 탓도 다분히 있었고 그 뱀을 쫒는 방법이 긴 막대기
로 바라보면서 쫒아야 한다니 저로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은 탓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창고 문을 열어 두어야 했다는 사실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
습니다.

근처 사찰에 가서 일단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나중에 사람들이 오거든
처리를 부탁하려고 결정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두 종족중 어느
생물이건 생명을 잃게 되는 쪽이 있다면 그건 내탓이 크겠거니 하고
부지런히 빌고 또 빌었답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마을 사람이 일러준 그 뱀의 속성도 틀렸고 저의 용기 없음도 너무나
큰 죄였습니다.
이미 뱀들은 각각 두마리씩 새끼들을 잡아먹어[제가 직접 본 것은 아
닙니다. 너무 무서워서 저는 볼 수가 없었지요].배가 불룩해서 들어온
자리로도 도망가지 못하고 꼬여 있었고 어미새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새끼한마리는 떨어져 죽어 있었고 한마리만이 그 작은 둥지에서 오돌
오돌 떨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 뱀들을 잡아내어 죽이고자 했지만 그도 생물이니 오늘
부처님 오신날 만은 피하자고  부탁해서 그날 살생은 그것으로 마감
되었습니다.

새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집을 짓는 까닭이 바로 적들로 부터 사람
들의 보호를 받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보호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어린새들을 무참히 죽게 한 것이지요.
화장실 갈때에도 살피고" 백빙"이라고 하는 뱀을 쫒는 다는 약을 사다
이곳 저곳에 담아 두고 부엌에 들어갈때도 조심조심. . .
그러고는 삼 사일이상을 긴 막대기만 보고도 놀라고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뱀을 우연히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그것도 두
마리를 보았다는 것이 큰 충격으로 남습니다.
한마리는 그저 징그럽다고 표현될 수 있지만 두마리가 같이 있던 모습
은 소름이 끼치는 악몽 같았으니까요.[웃음]


나무관세음 보살......
왕생극락을 빌어 주고 있습니다.


산뽕나무의 오디를 따먹을 생각에 부푼 산장 이모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