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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5.08 20:33

들고양이 체포 작전

조회 수 179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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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곳의 정원의 일부

봄은 온갖 소리들과 함께 흘러갑니다.
밭가는 소리, 닭들의 홰치는 소리,개구리 소리,꿩들의 구애,밤 소쩍새의
구슬프고 애닯은 읊조림, 휘파람 새의 경쾌한 노래,부엉이 소리. . . .

약속한 오골계를 병아리 몇마리 가져다 닭장을 짓고 잘 키워보리라 다짐
했더랍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튼튼하게 지어서 아직 어린 관계로 사료를 주고 물을
주고 정성으로 첫날밤을 맞게 하려 애를 썼지요.
그런데. .
다음날 아침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답니다.
처참하게 목이잘리고 등등 안타까운 모습으로 한마리가 죽어 있는 겁니다.
아무데도 침범한 흔적은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어요.
처음 집에 이사올때 부터 간혹 밤에 부엌 앞으로 어술렁 거려 간을 서늘케
하던 들고양이를 의심했지만 설마? 아마 다른 짐승의 짖이겠거니 했답니다.
다시 닭장을 단도리 하고 오늘은 그런일이 없겠지? 하고 잠이 듭니다.

화장실 가는 곳의 풍경[웃음]

아이고!!!!!
이게 무슨일입니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어린 병아리가 죽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다른 집들은 너구리라는 놈이 가끔 나타나 눈독을 들이다가 사라
지고 혹은  닭을 놀라게 해서 밤에 소동이 나고 했었다는데 그래서 너구리
짓일 수 있다는 잠정 결론 아래 할 수 없이 덫을 놓기로 했습니다.
어리고 귀여운 생명을 처참하게 죽여놓는 살벌한 침입자를 엄벌에 처할 것
이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도 또한 죄를 짓는 듯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아야 했기에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어른들이 밤에 두번 정도 주변을 검사하고 덫을 적당한 곳에 놓고 다시
밤이 지나갑니다.

유난히 밝고 고운 소리가 풍성한 하모니를 이루는 세상에서 한 곳 밖에
없는 나의 작은 성의 아침 . . .
가슴졸이며 둘러보다가 드디어 닭장으로 다가 갔습니다.
만일에 정말 무엇인가가 덫에 걸려 들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즐거운 여늬 아침과는 다르게 온갖 아름다운 소리들이 공포의 전주곡 같습니다.[웃음]

으악~~~~
세상에 너구리가 아닌 들고양이 ,바로 나랑 서너번 마주친 그녀석이었습니다.
도둑고양이라고 하는 버려진 고양이가 마치 커다란 덩치를 어찌하지 못하고
덫에 걸려 있었습니다.
나쁜녀석 같으니라고. . . . 뭘 먹었길래 저렇게나 크다냐?
아니야. 버려진 그 자체가 가엾은 일이지. . .
아이쿠 얼른 알려야지. .
남자분들이 오시고 그 녀석이 멀리 끌려가고 덫도 철수 되었지만 여엉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역시 한마리의 병아리가 그녀석의 횡포에 죽어 있었더랍니다.
세상에 내 마음과 정성으로도 안되는 일은 부지기수일테지만 저런일은 가능하면
없었으면 했는데. . .


배신감을 가져야 되나요?
지난 가을 국화를 주시기로 하신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답니다.
이젠 국화를 주실 생각이 없는 듯 보이십니다.
으앙~~~~다음에 훔쳐 갈거야~~~~ 복수할거야~~~
다시는 할머니들 안믿어야지. . .
"시골이라도 다 순수한건 아니예요. 얼마나 약은 사람이 많은데요."
동네 아낙의 소리가 믿기지는 않지만 나는 배신에 몸을 떱니다.[ㅎㅎㅎㅎㅎ]
농사를 짓는다는 구체적인 생각 자체가 없지만 시골 생활의 흙을 만지는
그 기쁨을  저도 이제 서서히 느낍니다.
그 뙤약볕 아래서도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절대 버리지 못하는
땅에 대한 집착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었답니다.
제가 겪고 제가 힘들어 보고 제가 기다리는 마음이 되고서야 흙에는
인간이 자연스레 집착을 갖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친김에 저도 농사를 벌려 놓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고추밭을 가꾸었지요.
그리고 가지도 심고, 호박도 심고, 방울 토마토도 심고 이제 내일은 상치를
씨뿌릴 거랍니다. 아참! 오이도, 참외도 조금씩 심었습니다.
집주변에 작은 폭포를 두개 만들고 보니 어느새 다래가 꽃을 머금고 산뽕나무
의 열매 오디 등이 마치 요술처럼 나타나 나무그늘아래 꼬옥 달려 있습니다.
아!!!!!!
정말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그런데 배가 고파 밥을 먹을까 둘러보니 이런!!!어수선한 일상에 만들어진
반찬도 없고 맨날 익은 김치에 간장에 비빈 밥이 전부이군요.


제가 일군 고추밭입니다.
너무 많죠?ㅎㅎㅎㅎㅎㅎ올해는 제가 기른 고추로 김장도 한번 해볼겁니다.
어머님께 선물도 하구요.

내일은 시장을 좀 보러 가야겠어요.
얼굴에 상처는 역시 흉터로 남았습니다.
약사도 괜찮을 거라고 해서 그냥 쉽게 생각했더니. . .
그래도 괜찮습니다.
살다보면 그럴일이 한두번 이겠어요?
손이 이곳 저곳 벗겨지고 데이고 야단입니다.
히멀건하던 손은 까맣게 타서 주변 아낙들이 오히려 안타까워 해주고 있답니다.
저! 참 행복한 시간들 보내고 있습니다.

비 개인 후의 햇살이 참 아름답군요.
고추밭에 부족한 물 주러 갑니다.
후레쉬 들고 ㅎㅎㅎㅎㅎㅎ.






  • ?
    허허바다 2005.05.08 21:06
    햇살, 그 생명의 에너지는 히멀건하던 손을 까맣게 태우듯이 그렇게 건강을 회복시켜 주었네요. 보기 좋으십니다. ^^* 도둑괭이와 병아리... 도둑괭이가 악업을 쌓지 않도록 멍멍이를 데려다 기르시어 밤에 풀어 보세요...
  • ?
    슬기난 2005.05.08 22:55
    말못하는 식물들도 목마름을 호소하고 몸도 아프곤 합니다.
    이것 저것 마음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진원님 건강에 해로울까 걱정입니다. 있는듯 없는듯 욕심을 버리고 항상 즐거운 나날 보내시기를,,,
  • ?
    김현거사 2005.05.09 08:49
    마자!진도개 강아지 한마리.
    꼬리 치며 달라들고 졸졸 따라다니는 맛을 보면...
  • ?
    인자요산 2005.05.09 09:57
    흙의 맛을 알아버린 진원님 생기있어 좋아보입니다. 시멘트바닥을 싫어해서 시골을 떠나지 못하는 저를 보는듯해서 정감이 가네요. 산마을 일기를 보는듯합니다. 돌봐야할 손길이 많아질겁니다.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할땐 SOS하세요
  • ?
    김수훈 2005.05.09 10:36
    으악! 공포의 고추밭!
    얼추 보기에도 2백 포기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그걸 땅 갈고 고랑 일구고, 비닐 깔고, 구멍 뚫고, 물 주고, 모종 심고, 흙 북돋우고, 지주 세워 묶고--- 했단 말입니까? 혼자서? 오브넷에 힘깨나 쓰는 머슴들이 여럿 있는데, 좀 부르잖고....
    쌍재 공수님네 백구가 새끼 낳았던데 한 마리 달라고 해 봐요.
  • ?
    오 해 봉 2005.05.09 13:37
    그놈의 고양이가 진원님을 놀라게 했군요,정원도 좋고 고추밭도 참좋으네요,햇볕에좀 그을리면 어떻답니까,밭일 하다보면 건강에도좋고 머리도 맑아질겁니다,종자좋은 개를 한마리 기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 ?
    부도옹 2005.05.09 22:28
    저 넓은 고추밭을 혼자 일궜다고라우?
    혹시 우렁이신랑을 데리고 있는것은 아닌지....
    거기다 가지, 호박, 방울 토마토, 상치, 오이, 참외까지~~
    광주 농산물유통센타에는 몇일날 출하하실거유?? ^^*
    ※참고적으로 신경통에는 고양이를 푹 고아먹으면 좋다는 얘기가 있던데 맞는 말인지....
  • ?
    신후 2005.05.10 00:11
    그 고양이가 하필이면 진원님 병아리를 그리해서야...
    전번엔 축대 쌓으셨더니 이번엔 예쁜정원 보여주시네요.
    그리고 텃밭에 가지랑 고추,호박,방울토마토,상치며 오이,참외까지 일구시다니 진원님은 무지 부자시네요.
    토마토,오이,참외가 익거들랑 다 드시지 말고 마음담아 사랑방
    으로 한,두개 보내주이소.맛있게 먹어 볼랍니다.
    고추농사 쉽지 않겠지만 쉬엄 쉬엄 하이소.
    흙을 만지면 건강에 좋을듯 합니다.
    哲人 비투겐스타인도 건강을 위해 장작을 패는
    일을 가끔 했다던데...
  • ?
    야생마 2005.05.10 20:47
    사진으로 봐도 고추밭의 크기가 만만치 않은데...
    남도의 성안에 구색이 많이 갖춰졌네요.
    시골생활에서의 흙을 만지는 기쁨. 저도 어서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셔요. 몸도 정신도 건강함이 물씬 풍깁니다. 멋지네요. 오골계 병아리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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