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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3.17 08:44

근께 마음을 곱게 묵어야제~~~~

조회 수 184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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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이와 대현이 엄마


병원에 가는길이다.
버스 타는 곳 까지 설렁 설렁 걸어 나오는데  따뜻해진 아침 공기가
멀리서 매화 향기를 머금고 인사를 한다.
음~~~쑥은 얼마나 자랐을까?

며칠 전에는
쑥을 캐는 도중에 함박눈이 내려서 눈속에서 쑥을 캐어 내는 즐거운
일도 있었다.
한주먹 조금 넘으면 딱 한끼 먹을 수 있는 쑥국이 나온다.
많이 캐고 싶지도 않지만 덤불숲에서 숨어 자라난 쑥을 살펴서 캐내는
일은 집중력과 손의 놀림이 유연함을 요하는 일이라 나같은 어벙 덜벙
하는 성격으로 쑥을 제대로 캐기는 어렵다.[웃음]
옆집 아낙은 같은 시간내에 나의 4배정도를 캐내고 있었다.
음 역시 모든일에는 경험이 중요하군. .. .

하여간,
넉넉하게 시간을 맞춰 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걸으면서 생각
하는 버릇때문에 걷는게 늦다.
아슬아슬 버스를 만나려고 하는 순간 아차!!!!!! 잔돈이 없다.
예전에 할머니 한분도 잔돈이 없어 곤란한 지경에서 나를 만나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어서 나는 절대로 안그래야지 했는데 자주 이용하지 않다
보니 성실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저 버스를 놓치고 말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순간,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아낙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한번 본적이 있는 그녀. 그러나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그녀여서 마음속으로 아는체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남아
있는 그녀. . . .
"나 천원만 빌려 줘 잉~~~"
어머나 세상에 천연덕 스럽게도. . . . . .
아! 이  순발력 . . [웃음]
시골에 사니 이렇게도 사람이 변하는 구나. ..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아! 네~~~" 하고 그녀가 곧 웃었다.
"미안해요. 다녀와서 바로 가져다 줄께요."
" 아니예요. 그냥 두세요. 저도 자주 그러는데요 뭐."
친절을 베풀어 주었으니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라도 해야 하는 건데
나는 다시 냉랭한 표정으로 조는 척 하고 있었다.
참 어색하다.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일.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말을 섞어 보는 지혜.
이런것에서 아직은 내가 순수하게 그녀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
조는 척하는 사이에 어느새 그녀는 내리고 없고.....
휴~~~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때서야 ,
전날 마을에서 그녀를 보고 모른척 했던 일이 다시 떠 올라서 스스로도
많이 부끄럽다.
굳이 그녀를 미워해야 할 이유도 아니었는데 왜 그동안 마음에 찌꺼기
처럼 기억이 남아 있었을까??????
사람은 늘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지 모르는데 작은
실수를 가지고 마음을 굳게 닫았던 어리석은 자신을 다시 들쳐 보았다.
그러게 마음을 곱게 써야제~~~~

그건 그렇고. .
아이고 시골에서 나왔더니 이 봄에 모자에 털달린 옷 입은 사람은 나 홀로
뿐인거 같으네~~~~~더군다나 부츠는 또 웬말이여~~~
그래도 할말은 있다.
"저는 시골에 살구요. 시골은 아직 춥거든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봄 옷 주문해 놓았으니 배송 되면 얼른 입어야지. . .

꿈꾸듯 봄비가 내리고 있고.
피어나다 얼어 버렸던 매화 꽃잎이 다시 뾰로뚱 기지개를 편다.
동백나무에 첫 꽃이 피어나고 벌써 마음으로는 봄을 기념해서 나무를
한그루 심겠다는 다짐으로 석류나무와 천리향을 정하고 있다.
아!!!그리고 병아리도 얻어다 키워야지. . .

음! 머리가 텅빈듯 삶의 애환이 안개처럼 몽롱하게 흩어진다.

나*를 *비*우*고 *있*는* 게*다.









  • ?
    허허바다 2005.03.17 14:15
    그 느낌을 맛보셨군요! ^^*
    상을 떠나 영원으로...
  • ?
    오 해 봉 2005.03.17 18:40
    "나 천원만 빌려 줘 잉~~~"
    참 재미있네요,
    천사같은 moveon님이 왜젊은 새댁에게 그랫을까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 ?
    부도옹 2005.03.17 23:42
    생활력이 강하시네요.
    돈도 다 꿀 줄 아시고.... ^^*
  • ?
    아낙네 2005.03.18 16:01
    봄 옷차림처럼 마음도 가벼워지실꺼라 믿어요
    시골생활에서 느끼는것들이 어찌보면
    고마운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국그릇에 봄을 담아 맛보셨다니
    식용왕성해진 아낙네 배고픔은 참기 힘드네요 ^^*
  • ?
    선경 2005.03.19 12:41
    덤불속에서 숨어 자라나온 쑥...얼마나 향긋할까요
    석류나무에 석류가 주렁주렁 열리고 천리향향기...멀리멀리
    퍼질때...노오란 병아리떼...종종걸음치는 풍경.....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상상만해도그때쯤이면 진원님
    만나뵈고 올수있으려나....그런날 고국에 갈것 같은데요^^*
  • ?
    야생마 2005.03.19 20:06
    많이 비우고 계시군요. 아름다운 작은 성을 쌓고 계십니다. 쑥국이라...아이고~~ 네팔에도 있을려나...그냥 인사하면 즐거워요. 여기 사람들은 제가 헬로우 하면 헬로우. 하이하면 하이. 따쉬뗄레 하면 따쉬뗄레. ㅎㅎ 인사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데요. 봄옷입은 사진도 한장 올려주셔요.
  • ?
    김수훈 2005.03.20 00:28
    병아리는 꼭 암수 쌍으로 구해요.
    가을 쯤에는 큰 닭 돼서 알 낳고 부화해서 또 병아리 까고, 또 키워서 큰 닭 되면 또 알 낳고, 병아리 까서 또 큰 닭 되고...
    3년만 지나면 "산장 이모" 대신에 "양계장 이모" 되겠다.
  • ?
    길없는여행 2005.03.21 09:52
    ㅎㅎ
    사진보고요. 이상하다했습니다.
    성주님이 시골에 내려가시더니 시골님이 다된줄 알았더랍니다.
    대현이 어머님을 보고 그만... ... ㅎㅎㅎ

  • ?
    happ 2005.03.22 10:21
    사람이 엮이어 가는데 정답이 있나요. 강함 속에 부드러움,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볼수 있는 눈이 중요하다 하더군요.
    작은 덜렁댐이 젊은 아낙의 친절한 마음을 볼 수 있었네요.
    세상 모든이에게 천사표일수는 없다^^*
  • ?
    진로 2005.03.22 12:17
    동백꽃은 겨울꽃이 아니고 봄꽃이더군요...^^
    선운사가 생각납니다.
    근데 천원의 용도는?....^^
  • ?
    오 해 봉 2005.03.22 14:57
    대현이 사진이 좀더크면 좋겠네요, 그동네 승식이 사진도 구경하고 싶습니다, 진로님 1000원의 용도는 버스 차비라네, 시골 군내버스나 시내버스를 타면서 10000원 짜리를내면 기사님한테 예의가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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