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산장 이모

by moveon posted Mar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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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의 무서운[?] 산장 이모


아이들이 내게 붙여준 이름이다.

골짜기 동네에서 올해 두명이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다.
대현이와 승식이. . .
유치원을 다닐때 늘 둘이서 힘든 골짜기 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동무가 있어서 괜찮겠구나."했는데 이번에 국민학교
에 들어가면서 같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한아이-승식이가 학교끝나고 읍내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 대현이의 홀로 길이 되었다.
가끔 집앞을 지나는 대현이를 보면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연약한 어깨에 가방을 맨 모습이 귀여울때도 있어서 그냥
"대현아!!"하고 불러 보고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집앞에 다래 덩쿨이 있는 우리집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을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굳이 모아 두려 하지 않았기에 오고가는 사람 ,외지인까지도
나의 다래를 맛볼 수 있었다.
대현이는
다래가 한참 열릴때는 덩쿨 아래 떨어진 다래를 주워 먹곤 배시시
웃고 가곤 했는데 늘 하는말이
"저기 떨어진것 주워 먹어도 되요?" 였다.
넝쿨아래 주렁 주렁 달린 다래를 먹고 싶었겠지만 한번도 그것을
따서 먹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고 늘 하루쯤은 전에 떨어져
있어서 말랑해진 것들을 주워 먹으려고 했다.
하루는 일부러 아침부터 다래를 한 바구니 따서 두었다가 대현이의
아버지께 들려 보냈다.
"대현이만 주세요~~~대현이가 다래를 아주 좋아해요."
"그러던가요?"

그렇게 수줍던 대현이가 그토록 추웠던 겨울을, 가녀린 어깨에 가방을
매고 그 먼 시골 혹한의 바람을 이겨내고 졸업을 했다.
입학하는날 엄마손을 잡고 내려가는 대현이를 보자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린다. 따스한 무엇인가가 온 몸을 감싸온다.

갑자기 아주 약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열어보니 대현이가 호호 추운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채 밖에 서있다.
"어쩐일이니? 어서들어와! 엄마는?"
"여기서 승식이를 기다리려구요."
"승식이가 학원에서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어머니가 그러시던?"
". . . . "
마침 찾아온 후배와 나가려던 참이어서 대현이가 잠시 쉴 수 있는 시간
이 맞지 않게 되었다.
"대현아 차 태워서 집에 보내 줄테니 집에 갈래? 오늘은 이모가 바쁘단다."
"네"
후배에게 일러 대현이를 집에 보냈다.

다음날 ,
대현이 엄마가 집에 놀러 왔다.
잠깐 어제의 일이 궁금하여
"혹시 대현이 더러 이곳에서 승식이 기다리다 같이 집에 오라고 했어요?"
"아니요"
"대현이가 어제 우리집에 왔는데 나는 어머니가 시켜서 그런줄 알았는데?"
"ㅎㅎㅎㅎ아니예요. 그녀석이 이모를 좋아해서 괜히 한번 들러 본것일 겁니다.
여기오면 잘해 주시니까 그냥 들렀을 거예요."

우하하하하하 하고 앙징맞은 대현이의 우연을 가장한[?] 홀로 방문이 신기
해서 박장대소를 했다.


대현아!!!산장이모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란다.
말안들으면 혼내기도 하는 무서운 사람이란다.
방심하지 말아라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