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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3.08 20:07

산장 이모

조회 수 2779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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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의 무서운[?] 산장 이모


아이들이 내게 붙여준 이름이다.

골짜기 동네에서 올해 두명이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다.
대현이와 승식이. . .
유치원을 다닐때 늘 둘이서 힘든 골짜기 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동무가 있어서 괜찮겠구나."했는데 이번에 국민학교
에 들어가면서 같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한아이-승식이가 학교끝나고 읍내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 대현이의 홀로 길이 되었다.
가끔 집앞을 지나는 대현이를 보면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연약한 어깨에 가방을 맨 모습이 귀여울때도 있어서 그냥
"대현아!!"하고 불러 보고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집앞에 다래 덩쿨이 있는 우리집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을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굳이 모아 두려 하지 않았기에 오고가는 사람 ,외지인까지도
나의 다래를 맛볼 수 있었다.
대현이는
다래가 한참 열릴때는 덩쿨 아래 떨어진 다래를 주워 먹곤 배시시
웃고 가곤 했는데 늘 하는말이
"저기 떨어진것 주워 먹어도 되요?" 였다.
넝쿨아래 주렁 주렁 달린 다래를 먹고 싶었겠지만 한번도 그것을
따서 먹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고 늘 하루쯤은 전에 떨어져
있어서 말랑해진 것들을 주워 먹으려고 했다.
하루는 일부러 아침부터 다래를 한 바구니 따서 두었다가 대현이의
아버지께 들려 보냈다.
"대현이만 주세요~~~대현이가 다래를 아주 좋아해요."
"그러던가요?"

그렇게 수줍던 대현이가 그토록 추웠던 겨울을, 가녀린 어깨에 가방을
매고 그 먼 시골 혹한의 바람을 이겨내고 졸업을 했다.
입학하는날 엄마손을 잡고 내려가는 대현이를 보자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린다. 따스한 무엇인가가 온 몸을 감싸온다.

갑자기 아주 약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열어보니 대현이가 호호 추운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채 밖에 서있다.
"어쩐일이니? 어서들어와! 엄마는?"
"여기서 승식이를 기다리려구요."
"승식이가 학원에서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어머니가 그러시던?"
". . . . "
마침 찾아온 후배와 나가려던 참이어서 대현이가 잠시 쉴 수 있는 시간
이 맞지 않게 되었다.
"대현아 차 태워서 집에 보내 줄테니 집에 갈래? 오늘은 이모가 바쁘단다."
"네"
후배에게 일러 대현이를 집에 보냈다.

다음날 ,
대현이 엄마가 집에 놀러 왔다.
잠깐 어제의 일이 궁금하여
"혹시 대현이 더러 이곳에서 승식이 기다리다 같이 집에 오라고 했어요?"
"아니요"
"대현이가 어제 우리집에 왔는데 나는 어머니가 시켜서 그런줄 알았는데?"
"ㅎㅎㅎㅎ아니예요. 그녀석이 이모를 좋아해서 괜히 한번 들러 본것일 겁니다.
여기오면 잘해 주시니까 그냥 들렀을 거예요."

우하하하하하 하고 앙징맞은 대현이의 우연을 가장한[?] 홀로 방문이 신기
해서 박장대소를 했다.


대현아!!!산장이모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란다.
말안들으면 혼내기도 하는 무서운 사람이란다.
방심하지 말아라 잉~~~~~



  • ?
    허허바다 2005.03.08 20:40
    대현아~ 원래 저렇게 폼 잡는 분들이 속이 여려서 그걸 숨기기 위해 겉으로만 괜히 그런단다. 그러니 걱정 말고 자주 들락거려라. 좋아 하는 사람 일부러 멀리 하는 것도 잘못하면 병된다~
  • ?
    부도옹 2005.03.09 00:37
    맨날 흐린사진만 올리고.... 어디쯤에 사는지 가르쳐주지도 않고.... 흥~~
    ^^*
  • ?
    타타타 2005.03.09 00:50
    사진 무섭게 찍었네요. 후후~
  • ?
    슬기난 2005.03.09 07:32
    귀신도 놀랬다!! 산장이모,,,
  • ?
    끼득이 2005.03.09 08:32
    진짜 무섭게 나왔네요^^
    늦었지만 한이도 올해 병설유치원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토요일에 녀석 손잡고 가려고 하는데 벌써부터 제가 더 설레네요 ㅎㅎ
  • ?
    편한세상 2005.03.09 09:42
    헉! 에구~ 무시버라... 36계 도망... 후다닥 =3=3=3
  • ?
    능선샘 2005.03.09 11:54
    어느 영화의 한장면 같으네요.^^
    대현이, 승식이는 무섭다 해도 산장이모님을
    혼자서 만나러 올 것 같애요.^^*
  • profile
    김수훈 2005.03.09 13:32
    그 녀석, 벌써부터 이쁜 얼굴은 알아 가지고. 흐흐흐...
  • ?
    하늘사랑 2005.03.09 13:45
    김수훈님께서는 만나 뵌 적이 있으십니다! 어찌 생기셨나요?
    머리를 길게 땋으신 것 보니 짐작은 갑니다만. 산장을 운영하시는군요.
  • ?
    오 해 봉 2005.03.09 14:16
    멋진폼 보기 좋습니다, 대현이와 승식이 이야기도 자주 들려주시고 사진도 올려 주시지요. 하늘사랑님 윗분들 중에도 저 멋진 진원님을 본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산장을 운영하는게 아니고 제생각엔 심신수련을위해 광양? 이나 순천? 근처어디에서 공부하며 수행중이랍니다 (^_^), 무지하게 신비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분이랍니다.





  • ?
    길없는여행 2005.03.09 15:21
    정말루 무서운걸요. 자세로 보아선... ...
    지금까지의 사뭇 다른 분위기라 다른 분인줄 알았습니다.ㅎㅎㅎ
  • ?
    소영진 2005.03.09 21:11
    자세가 시골읍네 조직에 ................
  • ?
    야생마 2005.03.09 22:37
    저는 뵌적이 있는데 저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말 예쁜 시골드라마의 소박하고 순박한 이야기 같네요. 제 어린 시골생활의 모습도 회상케 합니다. 강단의 모습을 뵈니 이젠 건강은 문제가 없으시고 네팔이 안정이 될때쯤 트레킹 계획 세우셔야 하겠네요.
  • ?
    진로 2005.03.10 10:51
    군기반장 같으십니다....^^
    동네 꼬마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군기반장 이모네 집으로 몰려드는군요,,,
    뭐 유격대 조교 같기도 하고요....ㅋㅋㅋ
  • ?
    장기성 2005.03.10 13:11
    자연스러운 저 포즈 그냥 나오는게 아닌데...(^0^)
    봄날 봄기운 많이 느끼시길...
  • ?
    강미성 2005.03.10 14:07
    오랫만입니다.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보고싶어요.
  • ?
    김용규 2005.03.10 23:55
    가공된, 그러면서 각색되어지고 연출된 그 무엇보다 감동적인것은 실제의 이야기, 순수함의 이야기일것입니다. 풋풋한 생명이 숨쉬는 진원님의 이야기 참 감동깊게 잘 읽었습니다. 멋지군요.
  • ?
    섬호정 2005.03.10 23:57
    아름다운 사람! 정진원님 맞습니다
    아름다운이의 무서운 모습도 멋지시군요
    카리스마 넘치는 시골 아기들 골목대장??? 하하하
    매화꽃이 웃다가 확~피어나겄네
  • ?
    선경 2005.03.11 12:31
    우연을 가장한 홀로방문 ...산골소년의 귀여운 모습이 ....
    진원님의 옆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산장이모님...
    건강해보여서 참 좋습니다
  • ?
    박용희 2005.03.11 16:12
    우와, 멋있어요.
  • ?
    해성 2005.03.13 19:44
    머루먹고 냠냠 다래먹고 냠냠..
    대현이는 좋겠다.ㅎㅎ

  • ?
    ㅋㅋ 2005.03.18 15:26
    무슨 유격훈련장 조교 같음 "동작 봐라..똑바로 못하나"
  • ?
    판도라 2005.04.07 23:23
    진원님 댕기머리 멋있네요.
    다래가 어떤 것이죠? 저도 어릴때 시골 분위기로 자랐는데 다래가 가물가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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