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눈 오던날

by moveon posted Jan 04,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거위도 눈이 오면 외출을 한다."

24일 첫눈이 내렸습니다.
펑펑 눈발 날리는 등성이를 올라 거위 먹이를 주러 갔었지요.
마당에 쌓인 눈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려 많이
애를썼어요.
왜냐구요?
이제 곧 아실거예요.[웃음]

"거위야! 거위야!"
먹이를 줄때 늘 제가 부르는 호칭입니다.
안보이는 군요.
둘러보니 저 아래 빈들에서 한참 마실 중인 듯 싶습니다.
손짓을 하며 계속 불렀습니다.
하늘을 쳐다 보면서 눈을 받아 먹던 그녀석들. . 제 목소리에
꾸욱꾸욱 하면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뒤뚱뒤뚱 저를 향해
달려 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내가 자기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먹이를 주는 사람이라는 즉, 자기 편이라는 믿음이
생긴 증거랍니다.

오늘은 혹시 내 손바닥에 음식을 얹어 주면 먹을라나?
꼭 15센티 미터를 유지한채 먹이만 달랑 먹어대는 녀석들에게
야속해서 행여나 오늘쯤은 눈도 오고 하니 기분이 좋아 내 손위
에 얹힌 먹이를 먹어주면 참 좋을 텐데. . .
하고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역시 꼭 그자리 15센티앞에서 결국 고개만 꾸욱 내밀고 먹이를
먹습니다.
얄미운 지고. ..
그러나 요즈음 기특하게 마당에 내려와서 실례를 하는 일이 줄었
답니다.
배가 고프면 주변을 돌면서 그냥 꾸욱 거릴 뿐이니 이제 겨우 저랑
마음이 통한것이겠지요?

*마음의티끌이란 원래 없음이니*

마당을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 누군가가 저 희고 찬 비단위를 걸어
들어서서 나랑 차 한잔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 마당을 고이 보존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놀러 온다 연락이 오는 군요.
음! 역시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의 아침을 보던 가을의 그녀를 생각
해 낸게 정말 다행입니다.

차를 세우는 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에 뛰어나가 맞아야 하지만
일부러 방안에서 소리만 지릅니다.
"널 위해 남겨둔 선물이니 그 흰 눈에 첫 발자국을 네가 남기렴!"
"정말 이예요? 우와~~~~고마워요."
이런!
벌러덩 눈위에 누워 버립니다.
이 추위에 말입니다.
찻물 끓는 소리가 더욱 흥에 겹습니다.
마음에 티없는 자! 늘 행복하리니. . .

*마지막 만남*

한해의 마지막 날 또 한번의 함박눈이 내립니다.
오래된 크림색 코트를 걸치고 모자와 머플러를 챙겨 시내로 향했습
니다. 이것 저것 살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합니다.
이것도 꼭 필요하진 않지?
저것은 없어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
어느새 행복치는 않으나 부족함이 없는 시골 생활에 적응되어 버린
듯 그다지 꼭 필요한게 없습니다.
아마!!가는 시간에 마음이 허전했던 게지. . . . .

산사 한귀퉁이의 僧房에 의지해 마음이라도 녹이려고 전라도 사투리가
일품인 스님을 찾았습니다.
다른 여러 손님들과 함께 거침 없이 펼쳐지는 웃음 잔치에 잠시 마음
두다가 스님께 저녁을 대접하고 후배를 배웅하고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무엇을 만나러 갔을까?
내 자신을 이곳에 두고. . . . 쯧쯧

그림: 지리 갤러리의 달님의 "눈이 그리운날"

네티즌 여러분!!!!
내내 행복하고 활기찬 한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