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골마을에 들어선날. . .

by moveon posted Dec 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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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너무 길죠?
아프면서 머리카락만 늘어났어요. ㅎㅎㅎ


정말 보기 드물게 온통 담장이 국화로 둘러쳐진 집앞을 지났답니다.
읍내 장이 서는 날이어서. . .
꽃을 보노라니 마음이 이끌리는 듯 발길이 저절로 그곳으로 갔습니다.
내음에 취해보려고.
곁을 지나가시던 할머니 한분이 말을 건네 십니다.
"왜 꽃을 들여다 보요?"
"예뻐서요."
"내년 봄에 오시요. 한뿌리 줄테니 그러면 가실[가을]에는 험허게
[많이] 번져서 이쁠 것이요."
"아! 할머니 댁이시군요."
버스타고 내리는 승강장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처음보는 얼굴인디 어디서 사요?"
"빗ㅇ이요."
"나가 거기는 전에 꿩 농장하는 사람집에 가보고는 영 안들려 봐서
어찌고 사는지들 궁금허요."
"내년에 정말 국화 주실거예요?"
"그라믄 주고 말고 꼭 오시요 잉?"

버스가 오는게 보입니다.
"오메 근디 나가 돈은 만원짜리만 가지고 있는디 버스 기사가 잔돈
없으면 잔소리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디 어쩔거나?"
"제가 천원짜리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제가 대신 내 드릴게요."
"어메? 그믄 내가 국화를 팔아 먹는 꼴이 되부러서 안된디?"
"ㅎㅎㅎㅎㅎㅎ이건 국화 달라고 드리는 게 아니랍니다. 국화 안주셔도
상관 없답니다. 조심해서 버스 타세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뵐게요."
"그래그래 그래도 하여간 봄에 꼭 우리 집에 오시요잉? 국화 꼭 줄테니. . "

문득,
같은 말을 들은 듯한 기억에 사로 잡힙니다.
언젠가 10년도 넘은 적에 구례 오미리의 "운조루"에 들렀을 당시 그곳
주인 어른이 입장료 받는 문화재로 등록을 하라는 군의 요구를 거절한
이유가
"거미처럼 집 구경시켜주면서 돈받는 것은 선비가 할 일이 아니다." 였던
기억과 겹쳐 가슴이 푸근해 짐을 느낍니다.
바람이 차갑게 억새위로 흩어져 날리고 나무들이 옷을 벗을 준비를 하는
때에 말입니다.

내년 봄이 기다려 집니다.
음~~~별빛이 한아름 쏟아져 내리는군요.
달이 뜨면 또한 마당에 달빛이 그득해집니다.
바로 옆 산등성이 위로 쑤욱 달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새벽에 달빛에 몸을 쪼이고 나면 불꺼진 방안에 들어서는 제 모습
이 달빛에 염색되어 진 듯 합니다.

영원히 이런 느낌들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