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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4.12.15 18:59

시골마을에 들어선날. . .

조회 수 2736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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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너무 길죠?
아프면서 머리카락만 늘어났어요. ㅎㅎㅎ


정말 보기 드물게 온통 담장이 국화로 둘러쳐진 집앞을 지났답니다.
읍내 장이 서는 날이어서. . .
꽃을 보노라니 마음이 이끌리는 듯 발길이 저절로 그곳으로 갔습니다.
내음에 취해보려고.
곁을 지나가시던 할머니 한분이 말을 건네 십니다.
"왜 꽃을 들여다 보요?"
"예뻐서요."
"내년 봄에 오시요. 한뿌리 줄테니 그러면 가실[가을]에는 험허게
[많이] 번져서 이쁠 것이요."
"아! 할머니 댁이시군요."
버스타고 내리는 승강장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처음보는 얼굴인디 어디서 사요?"
"빗ㅇ이요."
"나가 거기는 전에 꿩 농장하는 사람집에 가보고는 영 안들려 봐서
어찌고 사는지들 궁금허요."
"내년에 정말 국화 주실거예요?"
"그라믄 주고 말고 꼭 오시요 잉?"

버스가 오는게 보입니다.
"오메 근디 나가 돈은 만원짜리만 가지고 있는디 버스 기사가 잔돈
없으면 잔소리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디 어쩔거나?"
"제가 천원짜리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제가 대신 내 드릴게요."
"어메? 그믄 내가 국화를 팔아 먹는 꼴이 되부러서 안된디?"
"ㅎㅎㅎㅎㅎㅎ이건 국화 달라고 드리는 게 아니랍니다. 국화 안주셔도
상관 없답니다. 조심해서 버스 타세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뵐게요."
"그래그래 그래도 하여간 봄에 꼭 우리 집에 오시요잉? 국화 꼭 줄테니. . "

문득,
같은 말을 들은 듯한 기억에 사로 잡힙니다.
언젠가 10년도 넘은 적에 구례 오미리의 "운조루"에 들렀을 당시 그곳
주인 어른이 입장료 받는 문화재로 등록을 하라는 군의 요구를 거절한
이유가
"거미처럼 집 구경시켜주면서 돈받는 것은 선비가 할 일이 아니다." 였던
기억과 겹쳐 가슴이 푸근해 짐을 느낍니다.
바람이 차갑게 억새위로 흩어져 날리고 나무들이 옷을 벗을 준비를 하는
때에 말입니다.

내년 봄이 기다려 집니다.
음~~~별빛이 한아름 쏟아져 내리는군요.
달이 뜨면 또한 마당에 달빛이 그득해집니다.
바로 옆 산등성이 위로 쑤욱 달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새벽에 달빛에 몸을 쪼이고 나면 불꺼진 방안에 들어서는 제 모습
이 달빛에 염색되어 진 듯 합니다.

영원히 이런 느낌들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 합니다.

  • ?
    무영 2004.12.15 19:20
    일착으로 보고갑니다~~^^*
    잔잔한 일상이 느껴집니다.
  • ?
    허허바다 2004.12.15 19:35
    이런 즐거움 참 오랫만이군요 ^^*
  • ?
    야생마 2004.12.15 20:28
    역시나 시골장 할머니와의 예쁜 이야기로 첫 장을 여시네요.
    별빛 쏟아지는 마당, 달빛에 염색되어진 진원님...아프지 마세요.
  • ?
    부도옹 2004.12.15 22:30
    음~~~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실라나? ^^*
  • ?
    오 해 봉 2004.12.15 23:08
    시골 할머니와의 티없는대화 운조루의 아름다운 이야기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moveon님 이야기네요,
    건강 하세요.
  • ?
    선경 2004.12.16 00:20
    옛이야기속에 진원님으로만 느꼈었는데
    드디어 현세에서 만나는 기쁨을...^^* 주시는군요
    새벽달빛속에 물든 진원님모습 그려보며...
  • ?
    편한신발 2004.12.16 08:32
    음...강진....... 구수한 사투리에서,,고향 냄새를 맡았습니다..^^ 아닌가?!,,....일상의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제부텀..매일 이곳을 들리렵니다..^^
  • ?
    끼득이 2004.12.16 09:17
    반갑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뵙고 싶습니다.^^
  • ?
    장기성 2004.12.16 09:37
    진원님의 기도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0^)
  • ?
    솔메 2004.12.16 10:07
    무려 일곱달 만에 접하는 글 냄새에 취해봅니다.
    때까오, 두엄, 토장국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말글 소식을 기대합니다.
  • ?
    송학 2004.12.16 10:16
    일주일에 보따리하나씩은 풀어 놓으실거죠?
    건강하세요.
  • ?
    happ 2004.12.16 15:48
    그럼요. 그 섬세함이 어디루 도망가겠어요.
    달빛에 젖어, 별빛에 젖어 물안개 오르듯 피어나지 싶어요.
    아름다운 글들로 샤워 할 준비도 됐어요.^^*
  • ?
    허허바다 2004.12.16 22:27
    맨 처음엔 소복입은 귀신인 줄 알았네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목구비가 너무 잘 생겨 아니구나 했지요.
    너무 아부했나? 음음...
  • ?
    야생마 2004.12.16 22:57
    사진보면서 정확히 3년전을 회상 해봅니다. 실물을 딱 한번만 뵈면 확실히 알텐데...왼쪽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것보면 맞거든요. 근데, 우와~~침실을 공개하셨습니다!!!
  • ?
    아낙네s 2004.12.17 09:28
    할머니와 나누는 소담스런 이야기에도 진원님만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 향기로 좀 더 편안해지는 일상들을 반기는 가족들 응원에 좀더 건강해진 모습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 ?
    길없는여행 2004.12.17 22:00
    이렇게 얼굴을 내미셨군요.
    반갑습니다.
  • ?
    K양 2004.12.17 23:15
    헉~ 언니~~ 이런 야시시한 사진을 공개하다니.. 근데 호러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아요.^^ 항상 침실에 누워 있을 때 으스스한 일이 일어나잖아요.. 이런~ 안부 인사하러 왔다가 무슨 이런 댓글을 쓰고 있냐..
  • ?
    섬호정 2004.12.22 18:44
    달빛에 몸 쪼이시고 행복한 밤 고운 꿈 편안한 잠 주무시고요~ moveon님 건강한 웃음의 글 또 올려주세요
  • ?
    공풍 2005.02.15 12:13
    진정한 사람의냄새가 나내요 아직까지는살아볼만한 세상입니다 가장낮은자의 가슴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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