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선물--주는 마음

by moveon posted Nov 11,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백로의 찻잔..
어여쁜 찻잔에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茶는 여럿이 어울려 마시면 안되는 산물인 것으로 알고 배웠지만,
뭐 현대 사회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면 늘 가는 찻집이 있었
습니다.


"다산 초당"
넓은 홀은 마치 프랑스식 가구를 들여 놓아서 요즈음 말하자면 "퓨전"
의 느낌을 주는 화려함에다가 정 고전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을
위해선 별실이 긴다란 직사각형의 시원한 느낌으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가야금을 비롯해서 또 한 공간 하는 곳으로 꾸며졌습니다.

죽~~~~ 진열된 다기들은 아름답고 우아했었지요.
차를 마시기 보다 그 찻잔들을 구경하는 기쁨이 또한 컸을 때입니다.
다구를 사서 서로 선물로 주고 받는일,
자기가 오래 쓰던 다구에 茶心이 들면 그 멋을 서로 나누기 위해 주고
받는 일. . .

♠사족: 차심은 차를 마시다 보면 찻잔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차의 흔적을
      말합니다.오래 마시면 은근히 갈색으로 물들어 있어서 잘못 아는
      이들은 그것을 오래되고 깨끗하지 못하다 생각해서 기분 상해 하기도
      합니다.  


茶具에 욕심을 많이 냈습니다. . 그냥 견물 생심이라고. .[웃음].
바로 그 때에. .
'백로의 찻잔"이 제 눈에 뜨였습니다.
탁한 풀빛에 회색 갈잎이 그려넣어진 찻잔 이었는데 잘 못 만들어 지는
바람에 찻잔 바깥 부분이 금이 간 모습이었습니다.
아다시피 차 그릇은 한 세트이기 때문에 그중 단 하나라도 흠이 있으면
팔 수가  없습니다..
그 찻잔은,
안에서는 전혀 차를 마시는 데 이상이 없을 정도인데 충격에 의해서
나중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 만들 당시 초벌상태 이전에 금이 간 것으로
아마 출하하기 어려 웠을 텐데 주인은 그것을 알고도 사온 것 같았습
니다.
멋을 아는 분인 것 같습니다.

                 찻잔의 깨진부분


                



융통성 없게 그 세트를 다 살려고 했지요.
불필요하지만 그 찻잔의 아름다움에 이끌리어 말입니다.
다른 다기에 비해 워낙 고가여서 사실 제게 무리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전혀 미동도 안하시는 겁니다.
팔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하여간 주인이 팔 수 없다니 살수는 없었지요.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찻잔을 제가 공짜로 얻을 수 있었던 것 말입니다.
스님 한분과 그찻집에 다시 들었습니다.
찻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옵니다.
뭐 스님이 보기에는 간단한 문제 였을 테지요.
"내가 한번 힘써 볼까요? "
"그 찻잔 이 보살 주시오. 아니면 세트 째로 나 한테 팔든가."
툭 내어 던진 스님의 한마디에 그녀가 웃으면서 다가 왔습니다.
그녀는 기독교인 이었습니다만 종교적 편견이 전혀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오히려 많이 그곳을 들러 차를 편하게 마셨기도 했습니다.

손에 다기를 들고 다가선 눈에 가득 웃음을 담은 그녀의 말은 이랬습니다.

"그냥 달라고 하면 그냥 줄 수 있는데 그 말을 하시질 못하고 늘 돈을 주고
사시겠다고 해서 일부러 안판다고 했습니다.
저도 차를 아는 사람인데. .  
진정 그 물건을 사랑할 사람에게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
인데. .
늘 사신다고만 하셔서 안 판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신나게 웃었습니다.
정말 멋진 감정이 오고가는 순간이었답니다.
제대로 주는 법을 아는 분이었던 것 같으지요?


하긴 다인들 모임이 있어 그 집에 가면 좋은 다기가 있어서 욕심을 부릴 때
가 있곤 합니다. 그럼 스스럼 없이 달라기도 하고 아주 고가의 것이 아니면
서로 주고 받곤 하긴 합니다만 그분과 저는 그저 단순한 손님과 주인이라는
사이였던 때라서 저의 융통성은 그 지경에 까지 다다르지 못하였던 시절이라
벌어진 헤프닝이었습니다.
아마 절 손님이상의 손님으로 알아 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Episode
후일 그녀는 이민을 갔어요.
제 주인을 잃은 "다산초당"의 을씨년 스러운 모습에 가슴이 몹시 아팠고
두 번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늘 그 찻잔에서는 갈대 서걱이는 소리와 그 부인의 고운웃음 소리,
멀리 큰 날개짓을 하던 백로의 긴 목과 다리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 국화송이를 따다

"국화는 빛깔도 고와라.
  이슬에 옷을 적시며 송이를 따다."
                                
마치 陶淵明의 마음처럼. . .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소국화분을 여러개 샀습니다.
제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한거죠.

화단 옆에 따로놓고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며, 그리고 시들기도 하는 그
잔잔한 활동을 시간내어 감상합니다.
그러다,
한 꽃 한꽃 시들어 가는 것들을 가위로 잘라내어 상자에 혹은 한지로 만든
봉지에 담고 혹은 바구니에 담아 둡니다.
물론 꽃의 형태가 사라지기 직전에 시도해야 하는 작업이라 섬세한 관찰이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담겨진 모습을 보면 꽃송이들만 가지런한 모습이 정말 보기에 좋습니다.
마치 위의 그림처럼 보여 모아 집니다.

그 살펴보기 시작하는 관심에서 거두어 들이는 쓰다듬음까지가 저에 대한
스스로의 사랑이며,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가을엔 정말 필요한 감정들 이거든요.
저는 제 자신에게 그 느낌들을 선물하는 것 이랍니다.
다시,
꽃송이들이 작은 상자에 가득차면 먼곳 혹은 가까운 지인에게 소포로 부칩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향기에 놀라서 기절할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요.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이를 먹어 가도 전혀 변한게 없다"는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 . 잠깐 웃을
수 있으리라는 것 의심치 않습니다.
절 사랑하는 것 만큼 그들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것을 나누고 싶어 그리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몰라도 뭐~~~좋습니

[웃음] . .



◈차씨
옛날 우리 선조들은 차씨를 악귀를 막아 주는 산물로 여겨서 시집가는 딸에게
고운 장식용 주머니에 넣어서 주었습니다.

올해 부터 땅에 떨어진 차씨를 주워 작은 옹기에 담아 둡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넣어 두면 좋은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200여개의 씨앗을 집 화단에 있는 차나무 한 그루에서 거두어 들였습니다.
우리 전통 자생차나무의 종자입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듯 아주 작은 상자를 만들어서 그 안에 십여개의 차씨들을
담아 나누어 지인들에게 보낼 겁니다.
그 차씨가 주는 의미를 가득 담아서. . . .

관련그림--사랑방 사진방 그림 121번 참고


◈가는 계절속에. . .

낙엽 태우는 냄새가 그리운 깊은 계절에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게  "선물"
하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늘 무엇인가 선물을 하지요.
여러분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외롭고 힘든 나날들을 견디어내는 그 위대한 승리의 인내심이
지속되도록 자신에게 감사의 선물을 하세요.[웃음]



          




음악:Reminiscence of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