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국화옆에서

by moveon posted Sep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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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붉은 와인을 한 잔 따른다.
나는 외로움에 색깔이 있다면
붉디 붉어서 가슴을 베일 만큼
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용한,
음악도 버리고,
불도 껐다.

모든것에는 알 수 없는 허구가 있다.

어딘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 같은 재잘 거림이 들려오는 것 같다.
나는 안다.
이것이 홀로인자의 속살아리는 소리 인것을. . .
사치스러운 외로움에는 이토록
소리도 많다.
서릿발 같은 눈 내리는
절대 孤獨의 자리엔,
차라리 비명에 찢기울 망정
바람 일렁임 조차 없는데. . .
      
●반려
"부생육기"라는 글을 쓴 심복은 17세기 중국사람이다.                  
심복이 중국의 선비이자 화가 였지만 그들은 정신적인 감각과
인생에 대한 예술적 감흥을 제외 한다면 너무나 궁핍하고 처절한
가난을 벗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말년에 芸이 먼저 세상을 버리자 심복은 그때 부터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로 그녀를 그리는 책을 쓴 것이 바로 이 "부생육기"
라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여인은 대단한 미인이거나, 대단한 힘을 지닌 여인이
거나 하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여인이었으나 매우 톡특한 정신세계
를 지닌 여인이었다. 또한 그 남편 심복은 그녀의 그러한 점을 매우
존중하고 사랑하였다.
그러함에
심복은 아내 芸과 서로 같이 살면서도 서로 편지를 쓰기도 할 만큼
수준 높은 생활 습관을 고수하고 있었다.

어느날 칠석밤 그들이 달을보며 자신들의 운우지정을 묘사한 대목
이다.

★이날 밤은 달빛이 매우 아름다웠다. 강물을 내려다 보니까 물결이
폭포와 같았다. 우리는 가벼운 비단옷을 입고 작은 부채를 든채,강을
향한 창문앞에 나란히 앉아서 수없이 여러 모양으로 변하면서 하늘을
날아 지나가는 구름을 쳐다봤다.
운[芸]이 말했다.
"이 우주의 크기는 저 달과 같아요. 오늘 저녁에, 우리 두 사람과 같이
정과 흥취를 가지고 지내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지요?"
나[심복]는 대답했다.
"서늘한 바람에 더위를 식히면서 달빛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은 가는 곳
마다 있을 것이고, 찾아 본다면 깊숙한 안방에 있는 총명하고 말이 없는
여인들 중에 적지 않게 발견될 것이요. 그러나 만일 부부가 함께 있다면,
그들의 화제가 이 구름과 노을일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소." ★
부생육기 중에서.. .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같은 대화다.

●일체유심조
이 세상에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
그래서 마음은 더더욱 흔들리고 갈곳이 없는 것일까?

"마음을 내어 놓아라!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흔들리는 것은 마음뿐이 아니다.[웃음]
국화 한송이 가슴에 피어난다.
가을임이  틀림이 없다.
바람이 흔들린다.

그림:박용희님 갤러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