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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3.09.20 00:11

국화옆에서

조회 수 171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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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붉은 와인을 한 잔 따른다.
나는 외로움에 색깔이 있다면
붉디 붉어서 가슴을 베일 만큼
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용한,
음악도 버리고,
불도 껐다.

모든것에는 알 수 없는 허구가 있다.

어딘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 같은 재잘 거림이 들려오는 것 같다.
나는 안다.
이것이 홀로인자의 속살아리는 소리 인것을. . .
사치스러운 외로움에는 이토록
소리도 많다.
서릿발 같은 눈 내리는
절대 孤獨의 자리엔,
차라리 비명에 찢기울 망정
바람 일렁임 조차 없는데. . .
      
●반려
"부생육기"라는 글을 쓴 심복은 17세기 중국사람이다.                  
심복이 중국의 선비이자 화가 였지만 그들은 정신적인 감각과
인생에 대한 예술적 감흥을 제외 한다면 너무나 궁핍하고 처절한
가난을 벗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말년에 芸이 먼저 세상을 버리자 심복은 그때 부터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로 그녀를 그리는 책을 쓴 것이 바로 이 "부생육기"
라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여인은 대단한 미인이거나, 대단한 힘을 지닌 여인이
거나 하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여인이었으나 매우 톡특한 정신세계
를 지닌 여인이었다. 또한 그 남편 심복은 그녀의 그러한 점을 매우
존중하고 사랑하였다.
그러함에
심복은 아내 芸과 서로 같이 살면서도 서로 편지를 쓰기도 할 만큼
수준 높은 생활 습관을 고수하고 있었다.

어느날 칠석밤 그들이 달을보며 자신들의 운우지정을 묘사한 대목
이다.

★이날 밤은 달빛이 매우 아름다웠다. 강물을 내려다 보니까 물결이
폭포와 같았다. 우리는 가벼운 비단옷을 입고 작은 부채를 든채,강을
향한 창문앞에 나란히 앉아서 수없이 여러 모양으로 변하면서 하늘을
날아 지나가는 구름을 쳐다봤다.
운[芸]이 말했다.
"이 우주의 크기는 저 달과 같아요. 오늘 저녁에, 우리 두 사람과 같이
정과 흥취를 가지고 지내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지요?"
나[심복]는 대답했다.
"서늘한 바람에 더위를 식히면서 달빛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은 가는 곳
마다 있을 것이고, 찾아 본다면 깊숙한 안방에 있는 총명하고 말이 없는
여인들 중에 적지 않게 발견될 것이요. 그러나 만일 부부가 함께 있다면,
그들의 화제가 이 구름과 노을일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소." ★
부생육기 중에서.. .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같은 대화다.

●일체유심조
이 세상에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
그래서 마음은 더더욱 흔들리고 갈곳이 없는 것일까?

"마음을 내어 놓아라!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흔들리는 것은 마음뿐이 아니다.[웃음]
국화 한송이 가슴에 피어난다.
가을임이  틀림이 없다.
바람이 흔들린다.

그림:박용희님 갤러리에서
  • ?
    김현거사 2003.09.20 07:06
    지금 집사람 처녀 때 선물한 책이 /부생6기/인데,' /부생6기/로 사람을 꼬셔가지고는...' 아내의 지난 30년을 이렇게 바가지 긁습디다.
    운이는 '동양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임어당이 평했지요.소개하는 진원님 비슷하겠어요.
  • ?
    happ 2003.09.20 11:07
    남도에 새우젓 항아리에다 국화꽃을 꽂았습니다. 다이야몬드(흰색), 은설(흰색), 이사시(자색), 남정(노란색), 크렘블(연보라) 국화꽃들 반단씩 그룹으로 꽂고 그 위로 청미래 덩쿨을 두 방향으로 걸쳐 흘러내리듯 올려놓고 연한 초콜릿빛이 나는 바다갈대를 높게 꽂아 보았습니다. 햇빛 좋은 창가에 옮겨 놓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가을 볕에 꽃들의 얼굴은 한층 더 맑아집니다. 살랑바람에 바다갈대는 조용히 흔들립니다. 아무 저항도 없이 ..... 그 흔들림에 몰입해 보렵니다. 나이가 들면서 왜 눈물이 더 많아 지는지 .......흐르는 소리에 그만 ...... 국화꽃 항아리 진원님께 보냅니다. 마음으로..........
  • ?
    yalu 2003.09.20 12:39
    부생육기란 책은 대학1학년때 아무생각없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오늘 화장실에서 본 글귀..생각없이 책을 읽는 것은 밥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과 같다..체증이 심한 얄루,진원님 글 읽고 마음 다스리고 얼려 봅니다.건강하세요^^*
  • ?
    parkjs38 2003.09.21 02:07
    이 우주의 크기는 저 달과 같아요. 요즈음 우리나라에 우리 사이트처럼 정과 흥취를 가지고 지내는 곳이 많겠지요? 서로 주저하며 감정을 감춘 채 멈칫 멈칫 엿보는 구성원들로 운영되는 사이트가 대부분일 것이고, 찾아 본다면 포탈내 한 구석 조용한 곳에서 몇 안되는 구성원끼리만 속삭이는 곳도 적지 않게 발견될 것이요.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정감을 나누는 곳에서 그들의 화제가 이 구름과 노을일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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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3.09.22 18:19
    내 자유로움이 행복이라면 이렇듯 혼자 살아가는 것도...
    아님 인연을 만나 속세에서 살아가는 것도...
    성주님이 보여준 일체유심조.! 결국 어느것을 선택하든
    혼자든.. 둘이든.. 내 행복은 내마음에서 품어나는 것! 저 역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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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3.09.22 18:22
    참!! 거사님 대단하십니다. 부생육기로 사모님을 모셨다구요. 우와~~~ 대단한 경지시네. 한수만 전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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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3.09.23 08:18
    happ님 국화 잘 받았습니다. 남도 새우젖 항아리에 담긴. . ㅎㅎ yalu님 화장실에 그런 글도 적어 놓으시고 좋은 곳에서 일보셨네요. ㅎㅎㅎ박삼팔님~~~이름이 고정되셔서 큰일이네요 죄송. . 길없는 여행님은 이미 행복하신 분이네요? 거사님~~~사모님이 부생유기에 넘어 [?] 가셨답니까? 거사님께 반하신 거겠지요. ㅎㅎㅎㅎㅎㅎ

    좋은 가을날 되세요.
    happ님이 보내주시는 국화 향기 같이 나눕니다.
  • ?
    happ 2003.09.27 00:05
    인간은 행.불행을 결정하는 감정의 설계사라고 들었습니다.(일체유심조) 문득님이 올린 원성스님의 글 "어둠을 바라보면 어둠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밝음을 바라보면 밝음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올라 오는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을수 있답니다. 깊은 호흡 한 두번으로도 말입니다. "일체유심조"란 글이 마음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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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간 2004.05.30 22:14
    ^^* 우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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