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순환

by moveon posted Sep 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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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기쁨

휴~~이제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잘 피어 있군요.
茶花[차꽃] 말입니다.

씨앗과 만나는 차꽃


잦은 비로 저온 상태이던 8월 어느날 한 두송이 피어나기 시작했습
니다.
먼저 튼실한 차씨들이 여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아직 이르다
싶은 그녀의 출현들이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원래,
야생의 꽃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온이다 싶으면 감각에 의해 스스로
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부합해서 그녀들, 자신의 가슴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곧 마지막 열기로 세상이 변하자 갑자기 시들어 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시간에 피어났다면 내내 그들의 반려와 함께 달맞이며, 세상이
가을 옷으로 바꾸어 입는양이며, 놓치지 않을 그녀들이 그렇게 쉽게
시들어 버리는 것이라니. . . .


♬아기차나무

지난해에 주렁주렁 달렸던 씨앗들은 땅에 떨어져서 자기 뿌리의 양분
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몇알이 흙에 파묻히고 겨우내 그 흙에 의지해서 자연스레 생명
을 싹틔웠답니다.
누구의 보살 핌도 없이 . . 1년동안에 걸쳐. . 스스로. .
하나 둘 셋.....
여섯그루나 됩니다.
손바닥만한 길이랍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 겨우.
단단한 씨앗이 자신을 깨고 새 생명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
한지요.
그늘진 어미의 자리가 너무 커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양지 바른
반 해가림이 되는 장소에 쫑쫑쫑 한 줄로 심어 옮겼습니다.
한녀석이 며칠을 시들거리다가 다시 탄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 갑
니다.
키가 큰 어미 나무가 충분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랍니다.

중간이 보이는 둘로 쪼개진 작은 주머니가 차씨[지난해]입니다.


♬만하[晩夏]

Adalbert Stifter의 Nachsommer[1857년]의 우리말 번역 작품입니다.
길떠난 젊은이가 신세를 지던 장미의 저택에서 다른 곳의 장미는 시들
어 가는데도 늘 싱싱한 그 저택의 장미 가꾸는 비결을 묻습니다.
저택의 주인은 그 청년을 데리고 정원으로 가고. . . . .
그곳에서 그 청년은 시든 장미 꽃들의 시신을 장미나무 뿌리에 다시 묻는
노인의 아름다운 행동에 그 진실이 있음을 배웁니다.
오래전 너무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해 내고는 흉내내어 . . .

서둘러 피어났다 져버린 차꽃들의 시신을 아기 차나무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얼린 차꽃. . .

♬기다림

제때를 만난 차꽃들과 씨앗들의 實花상봉이 이루어질 정원에서 이제
우려의 시선을 거둡니다.
한참을 지난 1년의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겁니다.
아직은 더디 피어납니다.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 . . .
추석날 밤 다시 들여 다 볼 겁니다.
그 때면 온통 나무 한그루가 꽃으로 덮일 테니까요.
온 밤이 수다스러운 그들로 인해 더욱 깊어질 겁니다.[웃음]


달빛아래 가을 미인 차나무는 實花相逢樹 입니다.
이 시기즈음에서 부터 붉은 상사화가 피어날 것이니 두 꽃의 삶이
극명한 차이를 보여 가을은 더욱 아련한 계절이 됩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랑. . .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