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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3.09.0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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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58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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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기쁨

휴~~이제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잘 피어 있군요.
茶花[차꽃] 말입니다.

씨앗과 만나는 차꽃


잦은 비로 저온 상태이던 8월 어느날 한 두송이 피어나기 시작했습
니다.
먼저 튼실한 차씨들이 여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아직 이르다
싶은 그녀의 출현들이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원래,
야생의 꽃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온이다 싶으면 감각에 의해 스스로
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부합해서 그녀들, 자신의 가슴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곧 마지막 열기로 세상이 변하자 갑자기 시들어 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시간에 피어났다면 내내 그들의 반려와 함께 달맞이며, 세상이
가을 옷으로 바꾸어 입는양이며, 놓치지 않을 그녀들이 그렇게 쉽게
시들어 버리는 것이라니. . . .


♬아기차나무

지난해에 주렁주렁 달렸던 씨앗들은 땅에 떨어져서 자기 뿌리의 양분
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몇알이 흙에 파묻히고 겨우내 그 흙에 의지해서 자연스레 생명
을 싹틔웠답니다.
누구의 보살 핌도 없이 . . 1년동안에 걸쳐. . 스스로. .
하나 둘 셋.....
여섯그루나 됩니다.
손바닥만한 길이랍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 겨우.
단단한 씨앗이 자신을 깨고 새 생명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
한지요.
그늘진 어미의 자리가 너무 커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양지 바른
반 해가림이 되는 장소에 쫑쫑쫑 한 줄로 심어 옮겼습니다.
한녀석이 며칠을 시들거리다가 다시 탄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 갑
니다.
키가 큰 어미 나무가 충분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랍니다.

중간이 보이는 둘로 쪼개진 작은 주머니가 차씨[지난해]입니다.


♬만하[晩夏]

Adalbert Stifter의 Nachsommer[1857년]의 우리말 번역 작품입니다.
길떠난 젊은이가 신세를 지던 장미의 저택에서 다른 곳의 장미는 시들
어 가는데도 늘 싱싱한 그 저택의 장미 가꾸는 비결을 묻습니다.
저택의 주인은 그 청년을 데리고 정원으로 가고. . . . .
그곳에서 그 청년은 시든 장미 꽃들의 시신을 장미나무 뿌리에 다시 묻는
노인의 아름다운 행동에 그 진실이 있음을 배웁니다.
오래전 너무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해 내고는 흉내내어 . . .

서둘러 피어났다 져버린 차꽃들의 시신을 아기 차나무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얼린 차꽃. . .

♬기다림

제때를 만난 차꽃들과 씨앗들의 實花상봉이 이루어질 정원에서 이제
우려의 시선을 거둡니다.
한참을 지난 1년의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겁니다.
아직은 더디 피어납니다.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 . . .
추석날 밤 다시 들여 다 볼 겁니다.
그 때면 온통 나무 한그루가 꽃으로 덮일 테니까요.
온 밤이 수다스러운 그들로 인해 더욱 깊어질 겁니다.[웃음]


달빛아래 가을 미인 차나무는 實花相逢樹 입니다.
이 시기즈음에서 부터 붉은 상사화가 피어날 것이니 두 꽃의 삶이
극명한 차이를 보여 가을은 더욱 아련한 계절이 됩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랑. . .

사랑합시다.

  • ?
    김현거사 2003.09.02 15:54
    우리집 화분의 차나무는,앵두 크기의 씨알이 두개,꽃은 몽봉오리 상태지요.하얀 가을꽃 기대하고 있는데,,,서울은 땅에 심으면 않될거 같아 화분에 키웁니다.
  • ?
    부도옹 2003.09.02 18:24
    차꽃, 첨 보는데 참 예쁩니다. ^^*
  • ?
    moveon 2003.09.02 18:59
    김현거사님 만일 그 차나무가 변종이 아니라면 뿌리가 위에 솟은 나무보다 더 크게 자랍니다. 그래서 분에 키우실때에는 처음엔 조금 그렇겠지만 모양을 길고 깊은 분을 사시도록 권합니다. 차나무는 직근이라서 아래로아래로만 자라난답니다.
  • ?
    얼간이 2003.09.02 21:13
    차꽃이라.....? 차를 가꾸는 맘으로 차향이 몸에 묻어나고 차꽃같은 이쁨이 가슴에 남고 차나무같은 빛과 소금이 되어 은은한 향기가 널리널리 .....
  • ?
    yalu 2003.09.03 10:04
    안녕하세요,진원님^^있잖아요..진원님,선녀 아니예요?자꾸만 자꾸만 진원님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차꽃이 참 예쁘네요.터져버린 진주에 인디안밥이 묻어있는 듯한^^*
  • ?
    부도옹 2003.09.03 10:24
    얄루님, '신비주의'를 부추기다니....
    [인디안밥] 정말 맛있죠!!
    사랑방 어르신들이 '인디안밥'을 아실까?? ^^*
  • ?
    솔메 2003.09.03 11:05
    선녀님같은 차사랑의 깊은멋에 감동!감동!,
    작년가을에 대흥사를 거쳐 一枝庵에 오를때 길가 양옆에
    일정한 간격으로 피어나고 있던 차나무가 생각나네요..
    일지암 주변에 있던 차나무에서는 늦터진 꽃망울의 자태를 볼수있었고....
    얼마전에는 보성 율포에서 차나무 3盆을 사다가 구름터에서 가꾸고있는데, 눈 많고 바람 찬 지역의 겨울나기를 위해 고심하고있지요..진원님 귀뜸데로 우선 속이 깊은 화분으로 분갈이하는것도 시급하겠네요...
  • ?
    문득 2003.09.03 14:25
    흐흡. 차분하게 숨좀 들이마시고... 멋져요. 참말로 글이 아니라 노래예요.^^ 고운 노래 네 곡. ♬♬♬♬ 잘 감상하고 갑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왜 꽃은 꼭.그녀냐?ㅎㅎㅎ 그놈 혹은 그 머시마는 없는 이유는? 뭐냐? 히~잇~! 겁나게 딴생각을 잘하는 문득이ㅎㅎㅎㅎㅎ
    아무튼, 좋은 글 잘 일고 갑니다. 세번 읽었습니다~ 꾸벅^^
  • ?
    오 해 봉 2003.09.05 10:17
    차나무.차꽃.키워는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습니다.
    꽃을얼려서 좋은손님오면 차잔에 한개씩 넣어줍니까?.
    yalu님말데로 컴프터 두들기는 선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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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 2003.09.05 11:04
    '사랑 다른것에 대한 마음씀'(한수산) 대상이 무엇이든 정성들이는 진원님의 마음씀이 너무 곱네요. 땅에서 고개 내민 그 새 생명의 푸릇함이 얼마나 예쁘을까 진원님의 글에서 잔뜩 묻어납니다. 사람도 가만히 살펴보면 10년 정도의 주기로 순환하는 것을 느낍니다. 삶의 조각 조각 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노력한답니다. 그래서 자꾸만 진지해 지나봅니다. 많은 생각으로........따닥따닥 비소리가 기분좋은 날입니다. 차꽃향기 흩날리는 날을 기다리며............
  • ?
    parkjs38 2003.09.05 20:05
    지리산 피터팬님.. 영원히 살아서 우리를 환상의 나라로 데려다 주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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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도 2003.09.06 11:16
    잠시나마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순수해지기도하고,
    진원님 그리고 김현거사님,솔메님,문득님,부도옹님,얼간이님,오선배님,happ님.p-38님,yalu님 즐거운추석되시고 언제 지리에서 뵙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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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09.07 21:14
    ^^ 정진도님두 추석 잘보내시구요.. 체중 늘려 오지마시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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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 2003.09.09 18:56
    "네" 정진도님두 즐거운 추석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을 사랑하시는 모든 님들 추석 잘 보내세요.
  • ?
    길없는여행 2003.09.14 22:32
    오늘 조용한 시골길 다녀왔어요.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겠죠. 그것을 이곳에서도 느끼게 해줘요. 분명 이곳은 예배당도 아니고 절터도 아닌데... 경건함을 느낀답니다.
    늘 고마움 느낍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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